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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켜라 운명아, 내가 간다!(2005)』. 마광수의 에세이. 우연히 읽게 됐는데, 참 재밌다. 사실, 마광수를 알기 위해 소설을 먼저 읽으려고 했다, 안 돼서 집은 게 이 에세이이다.


 마광수 소설은 씨얄데기 없이 어려운 말이 없어 읽기 쉽다는 평을 듣기는 했지만, 정작 주인공이 마광수 그 자체인 데다, 가치관이나 캐릭터가 나와는 워낙 달라 몰입하기 힘든 존재라……. 그래서 마광수의 소설 중 다 읽은 건 없다.


 그에 반해 에세이는 그냥 어떤 고집 있는 교수님이, 우리가 평소에 지나쳤을 법한 생각을 썰을 풀듯이 재밌게, 그러면서도 심도있게 다루며 요목조목 꼬집어 얘기하기 때문에 읽기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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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내용과 관련이 없음. 출처: EURACTIV.



인생이란 무엇인가? 자유란 무엇인가?


 이 책도 꽤 신기한데, 일단 주제는 어떤 삶을 추구해야하나이다. 그런데, 아무래도 작가이고 국문학 교수라 그런 건지, 어떤 글을 써야하는 지에 대한 이야기가 많다. 일단, 작가들이 진정으로 한국 국문학을 살리고 싶다면, 또한 자신을 구원하고 싶다면 동물적 욕구에 솔직한 소설을 쓰라 주문한다. 그래서 자유에 관한 얘기가 많다.


 보통 자유를 이야기할 때, 왜 사람이 자유를 추구해야하는 건지 이야기하다 억압의 부조리성에 대한 이야기로 빠지는 경향이 있는데, 마광수는 검열은 나쁘다를 얘기하는 대신, 인간은 어째서 자유를 추구해야하는가? 라는 놀라운 프레임 전환을 보여주었다. 근데 뒤로 갈수록 억압이 사람을 병들게 하는 이유를 설명하는 쪽으로 흐른다. 순간적으로 감탄을 멎지 못하다가 그렇게 흐르는 걸 보고 아쉬움이 크게 남았다. 처음 기조가 책의 끝까지 이어졌더라면 얼마나 굉장했을까. 정말 아쉽다.


 그래도, 그 검열이 나쁜 이유를 설명하는 걸로, 어째서 자유를 추구해야하는 지가 분명 보충은 된다. 그렇게 정리한 바에 따르면 이렇다.


 검열은 사람으로 하여금 자주성을 잃게 만든다. 검열의 판단 주체는 보통 자신이 아닌 남이 될 수 밖에 없으므로, 검열이 심할 수록 사람은 판단을 남에게 맡기게 된다.


 결국 스스로 세상으로 나아가야 하는 사람을 남의 잣대 속에 가두게 된다. 생각의 자유를 박탈 당하니, 당연히 행동도 결국 남에게 맡기게 된다.


 그런데, 창작물이란 뭔가. 사람의 생각과 감정을 표현하는 수단이고 결과물이다. 그런데 자주성을 잃은 인간이. 가치 판단을 남에게 맡기는 작가가 표현을 해봤자 뭘 한단 말인가? 없다. 그러니 작가는 솔직해야할 의무가 있다. 그것은 동물적 쾌락에 가까워야 한다.


 결국은 사람은 사람들이 만드는 압력 때문에 숨이 막혀 죽어가는 것이니, 스스로를 해방하고, 스스로 구원해야 한다는 이야기인데, 그의 주요 아젠다인 성적 자유와 결합하니 굉장히 새롭고도 재밌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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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내용과 관련이 없음. 출처: 중앙시사매거진.


돌아보는 그의 지적들


 2005년에 쓰인 책. 지금은 2022년이니, 꽤 오래 전의 책이다. 오래된 책의 가치는, 옛날이 던진 질문을 지금 받아볼 수 있다는 점에서 온다.


 질문해보자. 그가 책으로 지적한 점들을 가지고.


 요즘 국문학은 외국문학에 비해 문제가 많은가?

 요즘 작가들은 동물적 욕구에 솔직한 글을 써내는가?

 요즘 한국 사람들은 체면치레에 집착하는가?

 요즘 한국은 표현의 자유가 보장디는 편인가?

 요즘 한국은 도덕성에 대한 집착을 가지고 있는가?

 요즘 한국은 노는 것, 창조하는 것에 떳떳한가?


 나는 변했으리라 생각한다. 10년이 지나면 강산도 변한다고, 세대 교체를 한 번은 이루는데 어떻게 변하지 않겠는가. 안일한 생각이라고 한다면 할 말은 없지만, 만약 변하지 않았다고 느껴진다면, 어째서 그런 것인가?


 만약 변하지 않았다면, 요즘 작가들, 요즘 사람들은 그의 지적과 답을 충실히 이행했는가? 부터 살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그가 남긴 말에 답을 찾아보는 것도 좋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소시민인 나는, 나약하다는 사실이라는 그늘 아래 숨어버리고 말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