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자가 잘 안나와서 의식의 흐름대로 써본다.

  안 믿기겠지만 난 인터넷 관련 글은 자제하는것이 좋다고 생각했다. 커뮤니티를 분석하는것 자체를 좋아할 사람은 없을 뿐더러 어그로가 크게 끌리니까.

  인터넷 특성상 누군가 시사적이고 날카로운 통찰력을 지닌 비판/비난/사이의 글을 쓰면 그 게시글은 즉시 피드백되고 반응을 불러 일으켜 온 커뮤니티에 분위기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끼친다.

  그리고 그 정보적인 양질의 게시물을 쓴 사람들이 자기 정보나 이론이 사실인것마냥 복사 붙여넣기 되어 외곡되서 받아들이는걸 보고 화를 내거나 당황하며 죄책감을 느끼는 모습을 수없이 보아왔다.

  내가 쓴 분석글도 그렇게 된것 같고. 역시 직접 해보는거랑 지켜보는것은 차원이 다르다.

  그래서 여기서 더 나아가는게 망설여진다.

  더 민감하다고 생각되는 내용들이 몇개 있는데 이것까지 정리해서 공식화하면 뭔 반응이 올지 무섭기도 하고. 책을 읽으면 전에 쓴 글이 경솔하게 보인다.

  요약하면

  내가 쓴 글이 선을 넘는건지 상황을 악화시키는것인지 아닌지 모르겠다. 지금까지 발췌독해온 방식들이 잘 읽혔는지 문장 방식을 변화시켜야 하나 싶은데 선례도 없고. 모범 사례도 없어서. 내가 잘 하고 있나 묻는다.
 
  책 이야기
  재런 러니어 가상 현실의 탄생
  일부 생략 발췌독

ㅡㅡㅡㅡㅡㅡㅡ
 

  어릴 적 나를 만나다.

 

  A.널 다시 보게 될 줄 몰랐어.

 

  B. 늘 두려워하던 일이 결국 일어났군. 당신은 나이를 먹었고, 어릴 적 자신을 이용하고 있어.

 

  A.  말도 안되. 너와 역이지 않는게 수월하다고. 너랑 이야기하면 남루한 옛 시절이 떠올라. 그러면 불안하고 우울해져. 내가 널 불러낸건 딴 사람들이 너에 대해 아는게 유익할 것 같아서일 뿐이야.

 

  B  좋아 그럼 가상현실이 어떻게 되어 가고 있어? 심지어 VR 이라고 부른다며?

 

  A 그래, 이제는 다들 VR이라고 해 

 

  B 그럼 명칭 전쟁에서 우리가 이긴거야?

 

  A 그 전쟁을 기억하거나 신경 쓰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 이름은 이름일 뿐이야.

 

  B  VR이 아직까지도 그 환각제 무리들한테 시달리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A 못 믿겠지만, 특이점 꼴통들이 자유지상주의자들과 이종 교배를 했어. 그들의 광신도 자녀들이 오늘날 기술 문화를 이끌고 있지.

 

  B 지독하군, 상상한것보다 더 끔찍하잖아. 

 

  A 너가 완벽한 세상을 기대했다니 당황스러운데 

 

  B 개똥 같은 현실을 받아들이는 법을 배웠다는 이유만으로 당신 자신이 고귀하거나 계몽되었다고 생각한다는 게 나는 당황스럽군. 

 

  A  어이, 이러지 마. 우리 싸우지말자고 싸워야 할 사람은 저 바깥에 얼마든지 있으니까. 

 

  B 당신이 개발 중이라는 싸구려 VR이야기좀 해봐 사람들이 자기 자신의 VR 세상을 만든다고?

 

  A 음 안에 있을 때 그러는 건 아니지만, 그래, 많은 사람들이 세상을 만들 수 있게 될 거야.

 

  B  하지만 안에서 세상을 즉흥적으로 만들지 못한다면 무슨 소용이지? 더 많은 현상으로 감각을 마비시킬 뿐인데다 심지어 진짜 세상만큼 좋지도 않잖아? 그게 왜 좋다는거야? 

  

  A 이봐, 난 VR경찰이 아니야. 내 소관이 아니라고. 

 

  B 왜 아니야? 당연히 당신이 책임져야지! 

 

  A 젊은 친구들이 VR을 개조하는 걸 보면 정말 근사해. 매력적인 VR 스타트 기업에다 대기업의 사내 팀도 있다고. 그중에는 너와 VPL을 떠올리게 하는 것도 있어. 

 

  B 어떤 사람이 VR을 멋진 볼거리라고 생각한다는 이유만으로 나를 떠올리다니 모욕적이군. 그건 금세 진부해진다고, 모르나? 현실을 즉흥적으로 만든다는 꿈은 어떻게 됐지? 자각몽 공유는? 고작 더 화려한 영화나 비디오 게임을 만드는 게 무슨 소용이야?

 

  A 이봐, 너 자신이 남들보다 낫다고 생각하면서 그들을 위해 헌신할 수는 없어. 

 

  B 무슨 개소리야. 이 문제를 놓고 악이라도 써야 하는 거 아냐? 

 

  A 어, 이건 그러니까.....이 책으로.........

 

  B 알았어. 그런데 싸구려 VR은 누가 내놓지? VPL에서? 

 

  A 아니 VPL은 오래 전에 접었어. 마이크로소프트에서 독립형 혼합 현실 헤드셋을 출시했어. 본체가 필요없고 어디서든 가지고 다닐 수 있지. 너도 보면 맘에 들꺼야.

 

  B. 당신. 제도권에 들어갔어? 아니. 당신이 방금 그렇게 말했잖아. 

 

  A 작작 좀 하지, 클래식 VR기기도 출시 준비 중이야. 오큘러스라는 이름의 이 회사는 한 소셜 미디어 기업에 20억 달러에 인수됐어. 

 

  B 뭐어어어라아아아아고? 제품 출시도 안 한 VR 회사를 20억에? 우와, 미래는 완전 천국이군 그런데 소셜 미디어 기업이 뭐지? 

 

  A 사람들이 서로 의사소통하고 개인적 기록을 남길 때 쓰는 서비스와. 알고리즘으로 사람들을 모델링해서 표적 광고를 보여 줘. 이 회사들은 알고리즘을 조정해서 사람들을 우울하게 할수도 있고 투표를 더 많이 하게 할 수도 있어. 많은 사람들의 삶에서 중심을 차지하고 있지.

 

  B 하지만 거기다 VR을 합치면 필립 K 딕 소설이 되겠네. 이거야 원. 미래는 완전 지옥이군.

 

  A 천국이자 지옥이지 

 

  B 하지만 총명하고 반항적인 젊은이들은 거대 기업의 컴퓨터 속에서 살아가고 싶어하지 않을 꺼야....

 

  A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디지털 사회를 주도하는 기업들에 대해 젊은 세대가 더 편하게 느끼면서 오히려 새로운 세대 격차가 생겼어. 

 

  B  어쩔 수 없이 감수해야 할 현실이라는 말로 들리는군. 그러니까 그러다가는 노예가 되지 않겠느냐고. 커서도 부모랑 함께 살아? 세상이 미쳐 돌아가는군. 모든 게 거꾸로야.

  

  A 하지만 이 세상에서는 그게 정상이야. 시간의 흐름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B 당신 한 대 쥐어박고 싶다. 

 

  A 그러시든지. 




  어느 날 창구 앞에서 차례를 기다리는데, (맥락상 토머스 핀천의 싸인회 비슷한 것에 참가했다.)




  그 소설을 쓴 토머스 핀천은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적이 한 번도 없다. 그가 어떻게 생겼는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내 뒤에 있던 사내가 중얼거렸다.

 

  "지독한 자식"

 

  뒤를 돌아보니 군인이 서 있었다. 제복에 너드 안경을 쓰고 눈빛이 강렬했으며 금발을 말쑥하게 깍았다. 틀림없이 똑똑할 것 같았다.

 

  나는 쭈볏쭈볏 입을 열었다.

 

  "무 무슨?"

 

  "핀천 말이야! 자기를 안 보여 주잖아. 정보 비대칭이라구! 그는 우리를 보는데 우리는 그를 못 보니까. 권력 놀음을 하는 거지"

 

  "소설가에게는 권력이 없지 않나? 내 말은 그냥 귀찮은 게 싫어서일 수도 있잖아. 그가 미사일을 가진 것도 아니고."

 

  "너 무슨 말인지 진짜 모르는구나 놀라워."

 

  나는 최후의 일격을 시도했다.

 

  "작가가 이목을 피하고 싶어 한다고 해서 해로운 건 없잖아. 그냥 장막 같은 거야. 오래된 조각상에 붙어 있는 무화과 잎처럼 말이지. 그 뒤에 있는 걸 꼭 봐야 하는 건 아니라구."

 

  "무화과 잎은 정보의 최종 병기란다, 넌 아무 것도 모르는구나, 꼬맹아."

 

  마침내 천공 카드 창구에서 내 차례가 되었다.

 

  "음, 만나서 반가웠어? 이름이 어떻게 되지?"

 

  "안 가르쳐 줄 거야 꼬맹아."

 


  그가 어떻게 지내고 있을지 궁굼하다.




  전위 영화 상영회에서 늘 격론을 일으키는 주제 중 하나는 언젠가 어떤 사람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를 한 번도 쉬지 않고 필름에 담는다는 발상이었다. 일거수일투족을 촬영한다는 것이었다.

 

  나는 이 발상을 영화 지상주의적이고 보르헤스적으로 변주하여 영화가 시간 자체를 압도할 것이라 주장했다.

 

  "아무것도 잊히지 않을 거야. 그러면 현제와 과거의 차이가 불분명해지겠지, 시간은 직선적이기보다는 분산적이 되고 끈이라기보다는 지도처럼 퍼질 거라구."

 

  메카스 형제인지 잭 스미 인지의 새 영화를 관람하고 나서 거들먹거리는 토론회가 열렸는데 내가 이렇게 물은 기억이 난다.

 

  "개인의 삶을 철저히 영화화하는 작업을 누가 주관하지? 누가 카메라의 위치를 정하고 색상을 조정하고 컷을 하지?"



  나는 계속해서 말했다.

 

  "각자가 자신의 삶에 대한 총체적 영화의 감독을 맡아야 한다면 삶을 위한 시간은 하나도 남지 않을 거야. 영화가 모든 것을 질식시켜 고정된 정지 화상 하나만 남겠지.(스트레오타입/기호/이모티콘) 그러지 않고 딴 사람이 감독을 하면 파시즘이 될 꺼야. 그 사람이 기억을 통제하고, 그리하여 모든 것을 통제할 테니까. 따라서 모든 것을 영화화해서는 안 돼. 자유로울 수 있을 만큼 망각해야 한다고."

 

  신기하게도 아무도 동조하지 않았다.

 

  내 주장은 편집증적이고 신마르크스주의적이었다. 이것은 젊고 거만한 친구들이 좋아하는 조합이었으므로 공감을 얻으리라 생각했다.




  자식이 생기면 태어나자마자 VR고글을 씌우기로 사람들과 계획을 세우던 기억이 난다. 수십 년 뒤에 딸의 탯줄을 자르면서, 잊었던 맹세가 문득 떠올랐다. 할 수 없지.

 

   나중에 릴리벨이 여덟, 아홉 살이 되었을 때 이 애기를 했더니 아이는 버럭 화를 냈다.

 

  "최초의 4차원 아이가 될 수도 있었는데 안 해줬던 말이에요?"

 

  아이는 4D VR 장난감을 사달라고 졸랐으며 초입방체를 능숙하게 다뤘다.

 

  여섯 살 이전에는 VR을 못하게 하라는 것이 VR연구 진영의 중론임을 알아 두시길, 인간 신경계가 진화한 환경 안에서 기본적 운동 능력과 지각을 발달시킬 기회를 주라는 이야기다.

 

  VR은 삶의 볆미로 즐겨야지 삶의 대체물이 되어서는 안 된다.

 

  1980년대에는 VR과 연관된 신선한 문학 장르가 있었다. 그것은 바로 사이버펑크였다. 내가 보기에 이것은 EM 포스터의 단편 (기계가 멈추다)의 연장선상에 있었다. 

 

  등장인물들은 대개 서로를 조작하고 속이거나 존재론적 문제에 휘말렸다. 버니 빈지는 (실명)이라는 소설을 썼으며 얼마 뒤에 월리엄 깁슨의 (뉴로맨서)가 등장했다.

  

   나와 빌의 오래전 대화는 안갯속 같지만 그래도 한번 복기해 보겠다.

 

   나는 이렇게 말하곤 했다.

 

  "그건 사람들을 밀어내야 마땅한데도 사람들을 끌어당길 거에요." 

 

  "책은 자네가 계산하는 것과는 다르다네, 재런. 그냥 나오는 거라구. 소싯적에 네이키드 런치에 푹 빠졌지. 나는 젊은 친구가 (뉴로맨서)를 읽고서 푹 빠지는 장면을 상상하려고 한다네."

 

  "(뉴로맨서) 가 젊은 버전의 당신을 매혹시키리라는 것은 틀림없어요. 하지만 더 긍정적인 미래, 추구할 만한 미래를 제시하려고 노력할 수는 없나요? 당신이 하는 일은 이 모든 것을 매혹적으로 만드는 것이지만 그건 실패담 아닌가요?"

 

  "노력할 수야 있지, 재런. 하지만 나오는 것은 이거라네."

 

  "SF에서 컴퓨터가 등장할 때 어둠이 경고 역활을 하지 않을까봐 걱정스러울 뿐이에요. 암울한 것이 근사하게 포장되고 사람들은 그걸 원하죠."

 

  "내 임무는 인간성을 교정하는 게 아니라네. 자네라면 해볼 수 있겠지. 실제로 무언가를 만들고 있으니까."

 

  "아 고마워요."

 

  "내가 처음부터 새로 해야 한다면 아마도 해보겠지. 소설을 쓰지 않고 VR스타트업을 차렸을 거야."

 

  "얼마든지 환영해요."

 

  "음...."

 

  당시에 나는 (좋은 책은 고사하고 읽을 만한 책을 쓰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전혀 몰랐다.) 빌을 가만히 내버려 둘걸.
 


  1990년 리틀 후난으로 되돌아가자

 

  하드웨어 엔지니어가 만두를 터트리며 말한다. 

 

  "그래, 재런, AI 문제에 대해서는 자네와 생각이 같아. AI는 혼을 속 빼놓을 정도로 무시무시해. 컴퓨터가 갑자기 진화하여 인류를 집어삼키고 우리를 몰아내는 악몽을 꿔. AI가 우리를 좋아하리거나 애완동물로 기르라는 주장은 하나도 하나도 믿지 않아"

 

  "맙소사. 그건 나와 생각이 같은 게 아니야. AI를 두려워하는건 좋아하는 것 보다 더 나빠. 사람들이 악마를 두려워하게 만드는 것은 가장 열정적인 포교 방법일 뿐 아니라 그런 식으로 포교는 종교를 가장 불관용적으로 만들지. 사람들은 겁을 먹으면 마음이 편협해진다구."

 

  "악마는 진짜는 아니지만, 컴퓨터는 진짜야."

 

  "AI가, 우리가 짜맞춘 비트에서 보이는 환상에 불과하다면? 인간적 책임을 모면하려는 술책이라면?"

 

  "그런 주장은 수십 년 전부터 있었지. 사람들이 AI와 사람을 구별하지 못하면 진짜가 될 거야. 튜링 테스트 알잖아."

 

  "그럼, 물론이지. 자네는 자네는 사람들이 AI에 따라잡히고 추월당하기를 손놓고 기다리는 고정된 존재라고 생각하지. 하지만 사람들이 역동적이라면. 심지어 컴퓨터보다 역동적이라면 어떨까? 컴퓨터를 똑똑하게 보이게 하려고 자기를 바보로 만든다면 어떨까?"

 

  "그런 일은 일어날 수 없어"

 

  이제 그런 일은 일어났다! 이제 연산이 우리의 삶을 좌우한다. 우리는 컴퓨터를 똑똑하게 보이게 하려고 스스로를 바보로 만든다.

 

  (중략)

 

  다정하지만 슬픈 표정의 수학자가 만두국을 홀짝거리며 말한다.

 

  "재런, 자네는 VR이 AI의 반대인 것처럼 말하고 있어. 하지만 둘은 수렴하지 않나? 내 말은 무어의 법칙에 따르면 VR섹스가 진짜 섹스보다 좋아질 때를 계산할 수 있어야 한다는 거야. 알고리즘은 자네를 알 것이고. 자네에게 꼭 맞는 파트너를 자동으로 디자인할 거야 대충 계산해 봤더니 2025년이면 그렇게 될 것 같더군."

 

  "자네는 거꾸로 생각하고 있어, 문제는 알고리즘이 나에게 무엇을 해줄 수 있느냐가 아니라 내가 자신의 마음을 확장할 수 있느냐야. 결국 우리가 무언가를 할 수 있도록 컴퓨터가 도움을 줄 수 있는건 그것뿐이라고. 섹스를 자신의 향상을 위한 계기로 생각하면 안 될까? 그러면 남과 연결될 뿐 아니라 살아 있고 성장하고 변화할 수 있으니까. 어떤 장치가 내게 완벽한 섹스 경험을 계산한다는 것은 사실 내가 스키너 상자에서 완벽하게 훈련받는다는 뜻이야. 실험용 쥐가 되지는 마."

 

  "하지만 사람들이 좋다고 하면?, 알고리즘이 자동으로 설계해 준 완벽한 가상의 섹스 파트너와 책,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면 어떨까? 자네는 판사 노릇을 하고 있어! 누구나 나름의 취향을 가질 자격이 있다구."

 

  "내 말은 기계를 사람으로 대하면 우리를 좋은 엔지니어로 만들어 주는 피드백 고리를 망쳐 버리게 된다는 거야."

 

  "간단한 문제를 복잡하게 만들고 있군."

 

  "아니야. 자네가 다른 사람에 대한 신뢰를 부여하면 그에 걸맞는 경의를 표하게 되. 사람들을 재설계하는 짓은 못 한다고. 그건 파시즘이니까. 짜증스럽더라도 사람들이 스스로를 발명하도록 해야 해. 컴퓨터를 사람으로 대하기로 마음먹으면 컴퓨터에 대한 디자인 결정의 기준이 될 근거를 잃게 된다는 뜻이야. 더는 컴퓨터를 계량할 수 없다고."

 

  "결벽증에서 벗어나 우리가 사람들을 재설계해야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할지도 모르겠어."

 

  "재발 그러지 마"

 

  "사람들을 재설계해야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않고서 어떻게 인지권을 구축할 수 있다는 건지 모르겠군"

 

  "인지권을 최대한 빨리 만들어야 한다는 당위에 공감이 안 돼. (스타 트렉)의 제 1지령이 뭐가 잘못이지? 하양식 설계자 없이 문명이 제 나름대로 탄생하게 내 버려 둬. 그러면 깊이와 다양성이 저절로 생길 거야. 왜 서두르는 거야?"

 

  "마치 우리가 지구를 어떻게 할지 결정하는 우월한 외계인인 것처럼 들리는군"

 

  동의한다는 듯 웅얼거리는 소리가 테이블 주위에서 들린다. 어쩌면 우리는 정말로 외계인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대화의 방향을 바꿀 때가 되었음을 알아차린 빼빼 마른 친구가 생선 가시를 발라내며 말한다. 

 

  "자네가 AI가 진짜가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아직은 진짜가 아니기 때문일 뿐이야. AI가 작동하기 시작하면 증거가 어마어마할 거야."

 

  수염 난 친구가 국수를 늘어뜨린 채 말한다. 

 

  "이봐 재런의 (섣부른 신비 파괴) 설교에 넘어가겠어."

 

  "이 문제로 자네들을 어지간히 괴롭힌 것 같군. 이 일이 어떻게 발전할지 보면 우리는 놀랄 것이고.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확신할 수 없다는 데 동의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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