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 경고 기능이 추가됐습니다.
(펼침 메뉴 > 설정에서 변경 가능)
미시마 유키오의 책들은 읽으려고 작정해서 읽기보다는,
살다보니 어쩌다가 읽게 된 것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뭘 읽어도 확실한 임팩트를 느낄 수 있었구요.
또 한 편으로는, 그렇게 임팩트가 있었는데도 이 작가의 책을 더 찾아 읽으려 한 적도 없었습니다.
딴은 좋은 작품이라는 것은 알겠는데, 왠지 같은 작가의 책을 더 찾아 읽고 싶지는 않았던 것입니다
가장 먼저 사 읽은 미시마 유키오의 책은 학원사(=주우) 세계문학전집으로 나왔던 <금각사>였습니다.
1970년대와 1980년대 활발하게 시를 창작하였던 김후란 시인이 번역하였고,
장편 <금각사>, <연회는 끝나고>, 중편 <우국>이 한 권으로 합본되어 있는 책이었습니다.
신경숙 표절 파문 덕분에 제가 사 읽은 번역본은 요즘 헌책방 거래 시장에서 부르는 게 값이지만,
실은 개인적으로 저 책에 대해 불편한 마음을 갖고 있었습니다 - 글씨가 너무 작고, 책이 너무 두껍거든요.
김후란 시인이 번역한 학원사 책에 실린 세 작품은 모두 일본문학을 대표하는 명편이라 할 수 있고,
그럼에도 <금각사>, <우국>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연회는 끝나고>가 덜 유명합니다.
하지만 저는 오히려 <연회는 끝나고> 쪽이 가장 재미 있더군요.
처음 책을 사 본 1989년 겨울 이래로 <연회는 끝나고>를 가장 여러 번 다시 읽은 것으로 기억합니다.
<금각사>는 널리 알려졌다시피 청소년의 심리를 세밀하게 추적한 글솜씨가 기가 막힙니다.
지금껏 <금각사> 이상으로 중2병에 해당하는 심리상태를 더 리얼하게 다룬 작품을 본 적 없습니다.
세계적인 문화유산 금각사에 방화를 저지르기까지 과정이 청소년 심리상태 중심으로 서술되는 양이,
간결하면서도 세밀하고 또 설득력 넘치는 글빨에 그야말로 "압도된다"는 기분으로 읽어내렸습니다.
가장 여러 번 반복해서 찾아 읽은 <연회는 끝나고>는 보기 드문 "선거를 다루는 소설"입니다.
국민들의 투표로 의원과 지자체장이 선출되어 나라가 돌아가는 민주주의 국가에서도,
의외로 문학작품의 메인 테마가 선거와 그 결과 중심인 경우는 흔치 않습니다.
레스토랑을 경영하는 여주인이 곧잘 손님으로 무리를 이끌고 오는 정치인과 사랑에 빠지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해당 정치인이 치르는 선거 운동과 그 결과가 나오기까지의 과정을 다룹니다.
사랑 이야기와 선거 이야기가 한꺼번에 혼연일체가 되어 전개되는데,
선거 결과에 대한 궁금증에 손에 땀을 쥐고 읽어나가게 됩니다 - 여러 번 반복해서 읽어도 또 재미있더군요.
<파도소리(=조소)>는 어촌에 사는 젊은 청춘 남녀의 싱그럽고 건강한 사랑을 다룬 작품입니다.
남녀가 서로 사랑하는 모습을 건강하고 당당하게 묘사하는 것만으로도 더할나위 없는 매력으로 다가오는데,
이것은 어디까지나 범상치 않은 미시마 유키오의 탁월한 필력 덕분입니다.
이런 글솜씨는 "하늘이 내리는 것이지, 노력한다고 쓸 수 있는 게 아니다"는 생각도 좀 들더군요.
중편 <우국>은 김후란 시인이 번역한 학원사 판본으로 먼저 읽었고,
이후 [이문열 세계문학산책] 앤솔러지 시리즈 중 <죽음의 미학>을 읽으면서 재독하였습니다.
저는 <우국>을 처음 읽었을 때 엄청난 충격을 받았습니다.
부부가 그 생명력 넘치는 젊은 시절 스스로 칼로 목숨을 버리는 과정이 아름답게 그려져 있고,
죽음을 찬미하는 듯한 소름끼치는 그 아름다움이 공포스럽게 다가왔습니다
특히 남편이 할복한 후 부인이 자기 목에 단도를 찔러 넣는 대목은 너무나도 강렬하여서...
솔직히 혼백이 달아날 지경이었습니다 - 무서워서 다시 읽기 힘든 작품이 되었죠.
학원사판 김후란 시인 번역의 <우국> 이야기를 좀 한다면...
신경숙 표절을 증명한 것이 김후란 시인이 <우국> 번역 중에 사용한 "기쁨을 아는 몸"이라는 구절이었는데,
단연 시인다운 언어 구사력을 보여주는 원작에도 없는 멋진 표현으로써 의역의 극치라 할만 합니다.
[이문열 세계문학산책] 앤솔러지 시리즈 중에는 이 대목이 "여자의 기쁨을 알게 되었다"라는 정도였구요.
하필이면 번역자가 시인이었고, 그 사람이 시인다운 언어로 의역한 구절을 베껴먹었으니 금새 표가 날 수 밖에요.
구자운 시인의 러시아 문학 번역,
송영택 시인의 헤세 소설 번역,
김후란 시인의 미시마 유키오 번역,
성귀수 시인의 뤼팽 번역...
이 시인들의 번역은 그 자체가 훌륭한 걸작입니다.
언어를 다룰 줄 알기에, 한국어의 구사를 고민하고 또 고민했기에, 좋은 번역이 가능한 것이겠죠.
시인들의 번역은 호구지책으로 어쩔 수 없는 힘든 중노동이었겠지만,
구자운 시인은 "기름 때 톱니바퀴"라고 번역에 의존하여 생계를 이어가는 자신의 손을 가엽게 여기는 시를 쓰기도 했지만,
그 결과물은 책을 읽는 독자를 행복하게 합니다.
금각사.우국 마지막 문장은 정말....
혼란을 정화하는 좋은 책글이네요
문학은 결국 삷과 인간에 대한 글이니, 어떤 작품은 그 탁월함은 인정하지만 작품 이면에 있는 작가의 인격이랄지 인간 자체에는 호감을 못 느끼게 되는 경우도 있지. 나도 톨스토이 작품의 위대함은 인정하지만 그 종교적 엄숙주의나 교조 및 계몽주의적인 인간성 자체 때문인지 그의 작품에 매혹당하지는 못함.
으윽 김후란 시인 번역보고 싶다...
김후란 금각사 빌리러 가야지
와 연회는 끝나고 매력적인 주제인거 같아요 진짜 읽고싶네
우국 읽어보고싶다
아저씨 몇년만의 리뷰임
구자운 시인 돈벌려고 마지못해 번역했다는식의 이야기를 많이 봐서그런가 번역퀄 기대안했는데 좋구나ㄷㄷ.... 그건그렇고 파도소리 읽어보고싶은데 안파는것같더라ㅜ
구자운 시인이면 죄와벌임?
파도소리 파는데
어 진짜네;; 쪽팔려라
이문열 분호난장기에서 시골마을선거 얘기하는거 재밌었는데 ㅋ - dc App
아조시 SF책장 소개해주신다고 하셨잖아요
미시마 유키오 우국 읽어보고 반해서 탐닉했었는데 바쁘게 살다보니 아직도 금각사 다 못읽음
이 댓글은 게시물 작성자가 삭제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