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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유한 집안의 자제이자 높은 교육을 받고 외모마저 출중한 스타로브긴은 사랑을 받을 줄도 할 줄도 모른다. 악행을 저지르는 것에 아무런 망설임도 죄책감도 없을 뿐더러 오히려 잠깐의 희열을 느낀다. 자신의 비열함을 인식하는 것과 사람들이 자신을 증오하는 것, 스스로 자신의 인생을 망침으로써 뭔가가 ‘느껴’지기를 바랄 뿐이다. 공감 능력이 전혀 없는 ‘사이코패스’인 것이다.
‘죄와 벌’에서 법학도인 ‘로쟈’는 <범죄에 관하여>라는 논문을 쓰는 데, 거기엔 세상을 두 뷰류의 사람으로 나눈다. 간단히 말해 보편적인 도덕 법칙을 넘어 세상을 창조하는 영웅적인 부류와 도덕 법칙을 지키며 근근히 사는 평범한 부류. 예를 들어 나폴레옹 같은 인물은 수 많은 살인을 저지르고도 영웅 대접을 받는다. 하지만 그의 논문은 너무 단편적으로 세상을 바라봤고, 가일로프처럼 자신의 권태와 욕정을 위해 아무런 거리낌없이 도덕 법칙을 쉽게 넘나드는 인물들도 있다.
<악령>에서 로쟈의 논문을 빗대어 보면 스타로브긴은 우선 영웅의 조건을 갖추긴했다. 그는 도덕법칙을 넘나들어도 아무런 죄책감이 없지만 이런 영웅의 조건을 창조하는 것에 쓰지 않고 오로지 파괴하는데 쓴다. 권태와 색욕으로 비정함을 이용한 가일로프보다 스타로브긴은 더 악하다. 그는 잠깐의 희열과 모든 사람에게서 증오 받고 싶은 마음. 즉 인간 사회 자체를 벗어나고자 한다.
그를 추종하는 세력인 표트르와 5인조는 그런 ‘비정함’과 재력, 외모 등을 종합하여 스타로브긴을 신비스러운 영웅처럼 여긴다. 표트르 또한 보편적 도덕법칙을 넘나들지만 이성적이기보다 감정적이다. 그렇기에 자신보다 훨씬 더 거리낌 없이 악행을 저지를 수 있는 스타로브긴을 리더로 여기는 것이다.
5인조는 도덕법칙을 넘어서는 일에 가담하기만 해도 정신적으로 무너진다. 마치 로쟈가 자신은 영웅적인 부류일거라 믿고 전당포 노파를 죽인 뒤 안절부절해 평범한 부류라는 것을 고통스럽게 자각하듯이 5인조는 인간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절대 비정해질 수가 없는 평범한 부류다.
도스토예프스키는 이런 부류가 소위 (자기딴에는) ‘큰 일’을 해내지 못하고 안절부절하는 모습을 통해 영웅적인 인물들과 대조하여 그들을 하찮게 보려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인간 사회에서 새로운 나라를 세우고 전쟁 승리 같은 업적을 남기는 영웅들 또한 인간 사회의 관점을 벗어나서 보면 (결국 수 많은 악행을 저질렀기 때문에) 스타로브긴과 별 다를게 없다는 것이기 때문에 인간 사회에서 남을 파괴하거나 괴롭히는 ‘악’의 부류는 못생겼든 잘생겼든 돈이 많던 적던 별 차이가 없다.
악은 인간 사회의 연결감 (유대감)을 끊어내기 위해 애쓴다. 그러니 반대로 선한 마음은 서로 서로 연결되게끔 한다. 그것이 종교를 이용해서든 아니든 선과 악의 형태는 이렇다.
하지만 스타로브긴같이 애초에 모든 것에 끊어져 있는 사람이 있다. 그의 정신 상태를 알 수 있는 마지막 <티몬의 암자에서> 장을 보면 그는 의도적으로 모든 것의 연결감을 끊은 사람이 아니고, 선천적 혹은 특수하게도 인간들의 연결감을 느끼지 못한다. 표트르와 5인조들은 개인적인 이유들로 점차 연결감을 끊어간다. 악을 퍼트려야하는 악령이 존재한다면 이런 부류가 제일 좋은 먹잇감일 것이다.
책에서 돼지떼 이야기가 나온다.
[마침 그곳 산기슭에는 놓아기르는 돼지 떼가 우글거리고 있었는데 악령들은 이 돼지들 속에나 들어가게 해달라고 간청하였다. 예수께서 허락하시자 악령들은 그 사람한테서 나와 돼지들 속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돼지들은 비탈을 내리달려 모두 호수에 빠져 죽고 말았다. 돼지 치던 사람들이 이 일을 보고 읍내와 촌락으로 도망쳐 가서 사람들에게 알려 주었다. 사람들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 하고 보러 나갔다가 예수께서 계신 곳에 이르러 악령 들렸던 사람이 옷을 입고 멀쩡한 정신으로 예수 앞에 앉아 있는 것을 보고는 그만 겁이 났다. 이 일을 처음부터 지켜본 사람들이 악령 들렸던 사람이 낫게 된 경위를 알려주었다......]
즉 악령은 대상을 빌리기만 할 뿐 그 대상을 파괴시키고 옮겨 다닐 수 있다는 것이다. 악령은 죽지 않는다. 그리고 사람과 사람 사이의 있는 뭔가를 끊어내고 싶은 사람들을 계속 찾아다닐 것이다.
님 블로그 홍보는 삭제 대상임. 5분내로 수정 안하면 삭제하겠음. - dc App
ㄷㄷ 삭제했어요. 몰랐습니다
아 더보고 싶은데 어이없네
와 스타브로긴이랑 크리스찬 베일 진짜 잘어울리네
비정한 자=영웅 이건 아니지 않나 영웅과 같이 능력이 되고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볼 수 있어 그들이 일상에 좁은 시야에 허덕일 때 자기만 볼 수 있는 비전이 있다면 그런 비전을 관철하고 그것이 더 나은 세상을 창조할 수 있는 것이라면 소인배들의 도덕과 규칙에 얽메일 필요가 없다는 거 아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