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 경고 기능이 추가됐습니다.
(펼침 메뉴 > 설정에서 변경 가능)



0fbcd23fa594788d67bbc5f521d0283150b00bcac42a13364b7c2e070413971d8ca40b



스튜어트 A 카우프만, <무질서가 만든 질서>


최초의 생명체가 어떻게 생겨나서, 어떻게 스스로 진화를 하였고, 어떻게 다른 종이 되었으며,

그리하여 종국에는 어떻게 지금의 복잡하고 다채로운 생태계를 만들어 냈는지를 분석하는 책이다.


얇은 책이고, 책의 1/3정도는 꽤 본격적으로 보이는 이론들이 쓰여져 있지만,

굳이 그런 이론을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충분히 읽을 가치가 있는 책이기도 하다.


생명계는 물리계의 토대 위에 서 있고, 따라서 물리계의 법칙에 따르지만,

생명계가 가지고 있는 고유의 작동원리로 진화해 나아간다.


진화란, 비에르고드적으로 움직인다.

그러니까 한번 심장이 생기면, 그 심장이 생존에 유리하기 때문에 그 뒤로 계속 심장은 유지된다(조직화).

따라서 심장이 없던 시절의 경우의 수들은 사라지고, 심장이 생김으로써 새로운 경우의 수들이 생성된다.


심장은 혈액순환을 기능으로 한다. 그리고 그 기능은 오로지 생물학적으로만 정의할 수 있다.

물리학은 어떤 사건이 일어났는지를 기술할 수는 있지만,

물리학만으로는 일어난 사건들 중에서 어떤 것이 기능인지는 판단할 수 없다.

마찬가지로 물리학은 정지해 있는 공에 힘을 가하면 공이 움직이고,

그 힘이 얼마인지 어떤 세계에서 어떤 조건으로 가해졌는지를 안다면 그 공이 얼마나 움직일 수 있는지는 알 수 있지만,

애초에 그 공에 어떤 방향의 힘이 작용할 것인지에 대해선 알 수 없다.


그리고 이렇게 새로운 조직/종이 생기면,

그 새로운 조직/종의 출현/존재 자체가 다른 종/조직/기능이 생겨날 수 있는 가능성과 맥락을 만들어 낸다.

하지만 이것은 오로지 가능성에 불과할 뿐, 어떠한 인과적인 과정은 아니다.

그리고 그 가능성과 맥락을 바탕으로 어떤 새로운 조직/종/기능이 생겨날 지는 예측이 불가능하다.

단지 살아남을 수 있어서 살아남은 뒤 살아남아 새로운 가능성과 맥락을 만들어 낼 뿐이다.


따라서 세계는 기계가 아니며, 생물학은 물리학으로 환원될 수 없다.


오히려 인간들이 만들어나가는 사회/문화/경제의 생태계는

그 단어가 지칭하는 것처럼 생태계와 유사하게

창발적이고, 때문에 본질적으로 예측 불가능하고, 맥락의존적이며,

스스로 인접가능성(지금 존재하는 맥락에 따라 다음 단계의 존재로서 가능한 것)의 범위를 넓히는 맥락을 만들어내는 대다가,

이 맥락 자체를 성장시킨다(진화는 자기증폭적이다).


뭐 이런 이야기들이 써있었고,

한번 읽은 것 만으로는 당연하게도 뭔가에 대해 완전한 이해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이렇게 읽고 싶은 읽어야 하는 분야를 넓혀준 좋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