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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전기 제3세계주의에 관한 책을 찾던 중 인터넷서점 연관검색어에 <호랑이 남자>라는 소설이 뜨길래
인도네시아 문학은 과연 어떨까? 해서 구입해 보았는데 상당히 만족하면서 읽었습니다. 책 분량은 205쪽으로 길지 않은데 그에 비해 여운은 길게 남는다고 해야 할까요.
이 책의 스토리를 아주 간단하게 추리자면
주인공 ‘마르지오’가 예전에 허드렛일을 대신 해주던 부유한 집안의 아저씨 ‘안와르 사닷’을 죽이기까지의 과정을 서술했다고 할 수 있는데
(책의 첫 문장부터 “마르지오가 안와르 사잣을 죽이던 해질녘…”으로 출발합니다.)
마르지오가 애정을 가지고 바라보는 어머니 ‘누라에니’
그리고 작중 마르지오가 가장 증오하는 인물 중 하나인, 무능하고 폭력적이며 가정에 신경을 쓰지 않는 아버지 ‘코마르’
이 두 명의 불편한 관계가 안와르 사닷 살인 사건의 간접적인 원인이 됩니다.
주인공 마르지오의 불우한 가정사와 이로 인해 빚어지는 갈등은 인도네시아 사회와 관련이 있습니다.
빈곤과 폭력에 시달리는 마르지오의 가정, 그 가정 안에서도 폭군처럼 군림하는 가부장, 가부장에게 시달리는 이들에게 손을 내미는 것 같으면서도 실은 그 안에 경멸을 품고 있는 도시 중산층은 인도네시아 사회(그리고 아마도 큰 맥락에서는 전세계 모든 사회)에 대한 은유라고 봐도 무방할 것입니다.
마르지오 안에는 조상 대대로 이어져오는 호랑이가 숨어있다는 설정과, 적절한 시점에 이 호랑이가 튀어나온다는 서술로 독자에게 색다른 느낌을 주는 것도 이 소설이 계속 제 머릿속에 맴도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념글에 조선과 베트남 중 누가 먼저 노벨문학상을 받나고 묻는 글이 있던데 제가 한림원이면 인도네시아에서 먼저 나오게 할 것 같네요 후후
한국어로 번역된 에카 쿠르니아완의 다른 소설 <아름다움 그것은 상처>도 읽어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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