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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합리하게도, 보르헤스와 칼비노, 헤세, 발터 뫼르스, 미하엘 엔데의 작품과 같은 '환상 소설'은 대체할 단어가 없는 까닭에 '판타지 소설'로 분류되곤 한다.


그러나 많은 독자들이 판타지 소설이라는 어감으로 인해 이러한 작품들을 호빗과 반지의 제왕으로 시작된 한 장르 문학으로 취급하고 있다. 내 생각에 환상 문학 작품을 한데 묶을 다른 이름이 필요할 것 같은데...... 문제는 '환상'이라는 단어보다 더 이러한 작품에 적합한 단어가 없다는 것이다.



'환상도서관'은 바로 이 환상문학가 조란 지브코비치의 작품이다. 책은 제목 그대로 환상 속에서나 존재할법한 신비한 여섯 가지의 도서관을 다루고 있다. 이탈로 칼비노가 환상 속에서 도시를 세웠다면 지르코비치는 도서관을 세운 셈이다.


하지만 칼비노의 이국적인 도시와는 달리 지르코비치의 도서관은 독자로 하여금 보다 깊고 내밀한 경험을 체험시킨다. 도서관이라는 특징적인 장소가 가진 힘이다.

책을 읽는 사람인 이상, 도서관은 떼어놓을 수 없는 공간이다. 그리고 이 책을 집어든 사람은 전부 독자기에, 책의 마지막 장을 넘길 때까지 그 마력에서 헤어나올 수 없다.


이 책의 여섯 개 단편선은 전부 이름과 성별이 밝혀지지 않은 주인공의 1인칭 시점으로 진행된다. 이들의 공통점은 단 한가지, 독자라는 것이다.


노골적으로 이 책을 읽는 이들이 주인공에게 완전히 몰입하도록 유도되어 있다 ㅋㅋ... 지르코비치의 영리하면서도 얄미운 설계가 돋보이는 부분이다.


작가의 상상력과 세심한 설계가 감탄스러우면서도, 책 자체는  문체가 어렵지 않고 삽화도 들어간 가벼운 단편집이다.


책과 도서관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이 노골적인 환상 소설에 속아넘어가 보는 것도 좋을 것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