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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갖 악행을 저지르는 레스터 벨러드는 결국 인간이다. 그가 선천적으로 그렇게 만들어졌든 후천적으로 그렇게 만들어졌든 어쨌든 그는 법을 지킬 생각이 없기 때문에 사회와 어울릴 수 없다. 외양과 행동이 지저분하고 우악스러우며 죄책감도 없는 것 같은 그저 욕구만을 쫒는 그를 짐승같다고 할 순 있어도 객관적으로 짐승으로 구분지을 순 없다. 이 책은 그런 혐오스러운 인간이 주인공이며 독자는 계속 그를 지켜봐야한다.



그가 그렇게 될 수 밖에 없는 동기를 발견하여 그를 동정하라는 것은 자칫 범법자를 미화시키기에 작가는 용기와 기술이 필요하다. 코맥 매카시는 주인공 밸러드와 최대한 밀착해서 같이 냄새나는 매트리스에서 자는 것 같은 세세한 묘사를 하다가 은유적인 풍경묘사처럼 멀리서 보게하고 여백처럼 설명되지 않은 래스터 벨러드의 충동적인 행동과 모든 일이 벌어 진 후의 이웃들의 인터뷰 내용을 사이 사이에 집어 넣어 최대한 인물과 사건에 대한 집중과 넓은 관점을 오가게 한다.




래스터 밸러드가 같은 인간으로서 구역질이 나오는 악행들을 저지르는 것을 왜 끝까지 지켜보고 동정해야할까. 외딴 섬 같이 산 속에 홀로 사는 그를 따뜻하게 대해주지 않은 이웃들의 잘못일까? 이 소설은 래스터 밸러드라는 인물의 악행 동기와 그가 선천적으로 그런 인간인지 후천적으로 그런 인간인지 명확하게 나오지 않는다.



명확한 것은 그가 매우 열악한 환경, 추위와 더러움과 그보다 지독한 외로움, 먼지 구덩이와 냄새나는 곳에서의 생활 속에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는 것이다. 레스터 벨러드라는 혐오스런 인간을 창조한 신이 있다면 그런 인간을 초라하게 하는 자연 환경 또한 신이 창조한 것이다. 물론 그것을 개선하는 것은 인간이 해야할 일이지만 개선이 어려운 환경과 인간도 존재한다. 또한 인간의 모든 결점이 인간만의 탓은 아닌 것이다.



결점 많은 인간, 혹독한 자연 환경, 모두 신(있다면)의 작품이다. 악행을 저지른 밸러드는 극단적인 인물이지만 인간 사회에는 깨끗한 인간만 있는 것은 아니다. 주립 병원에서 밸러드의 옆 감방에 있는 사람은 두개골을 열고 숟가락으로 뇌를 파먹던 사람이다. 모두 신의 아이다. 결점을 부각시키고 탓하기 바쁜 요즘 세상이다. 나와 주변 사람들의 결점은 밸러드에 비해 얼마나 사소한가. 자책하거나 공개적으로 질타하지 않으면 결점의 싹이 커질 것을 우려한다. 밸러드는 스스로 벌을 내렸다. 그건 개인의 문제지만 모든 것을 인간의 잘못으로만 돌리면 너무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날 저녁 불 옆의 요에 누워 있던 밸러드는 작은 굴의 어둠으로부터 박쥐들이 나와 하데스에서 솟아오른는 영혼들처럼 재와 연기 속에서 날개를 거칠게 퍼덕이며 머리 위의 구멍을 통해 올라가는 것을 보았다. 박쥐들이 사라진 곳에는 차가운 별무리가 연기 구멍을 가로질러 제멋대로 뻗어 있었고, 그는 그것을 살피며 저것들은, 또 자신은 무엇으로 만들어졌을까 생각했다. -17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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