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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삼체문제 - 7일 소요
2부: 암흑의 숲 - 7일 소요
3부: 사신의 영생 - 14일 소요
한 달 동안 삼체를 신나게 달렸다
이제 그 후기를 좀 장황하게 말해보려한다.
스포일러는 최대한 줄였으니 그냥 봐도 상관없긴한데,
내가봐도 섬짓할 정도로 기니까 바쁜 독붕이들은 어서 돔황치길..
<삼체> 3부작은 하드SF 소설시리즈다.
살면서 꽤 많은 SF를 읽어왔지만,
이토록 장엄하고 잔인하며 압도적인 SF는 없었다.
작품의 스케일은 거대하며 읽는 내내 꽉 차있는 느낌이 든다.
이런말 하긴 좀 뭣하지만,
스케일 크기로 소문난 그 어떤 작품을 들고오더라도
<삼체>와 비교하면 속 빈 강정처럼 느껴질 것이다.
작가 류츠신은 거대한 세계를 다루는데에 천재적이다.
'인류'라는 거대한 존재를 다루면서 동시에 그 속에 있는 인물들 개개인의 서사를 챙긴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자칫 잘못하면 주인공 주변인물같은 특정 인물 몇몇을 제외한 모든 인류를 바보처럼 묘사하는 실수를 범할수도 있다.
하지만 류츠신은 다르다.
인물들의 행동에 따른 대중의 반응은 굉장히 현실적이고, 대중의 반응에 따른 스토리의 전개는 합리적이고 그럴싸하다.
게다가 재미있다.
인물들을 다루는 방법은 작가로서는 정상급이라 할 수 있다.
책의 장이 넘어갈 때 마다 세기 단위로 시간이 흐르는 작품에서 수십의 인물들을 다루면서도 작품은 휘청거리지 않는다.
작품 초장에 나오던 인물이 거의 잊어먹을 때쯤 다시 등장하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게다가 인물들도 멋있다.
특히 스창이나 뤄지같은 인물은 독자들이 작품에 흠뻑 빠질 수 있게 해주는 매력을 가지고 있다.
이 매력이 바로 독자들이 2000p에 달하는 시리즈를 끝까지 읽을 수 있게 해주는 원동력이다.
그럼 이제 하나하나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자.
먼저 1부, <삼체문제>
3부작 중에서 1부가 제일 재밌었다.
그 이유로는 여러가지를 들 수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이유는 바로 '스토리 전개의 목적이 명확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 작품은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의 목적만을 향해 신나게 달려간다.
그래서 굉장히 깔끔하고 완벽한 작품으로 느껴진다.
작품은 미스터리 SF의 방식을 취하고 있다.
주인공인 '왕먀오' 주변으로는 절대로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일들이 시시각각 일어난다.
물리학의 법칙이 붕괴되고, 우주배경복사의 파장이 극도로 변화하고, 주인공의 시야 한 가운데에는 카운트다운이 나타나 시시각각 0을 향해 달려간다.
하지만 이 어처구니 없는 일들의 원인은 정말 단순한 한 가지 이유 때문인데,
이 원인을 밝히는 것이 바로 1부 <삼체문제>의 목적이다.
이와 비슷한 형식의 작품이 머릿속에 떠오르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바로 제임스 P. 호건의 <별의 계승자>이다.
언급된 이 작품 또한 삼체와 마찬가지의 형식을 취하고 있다.
주인공은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일을 겪으며 미스터리속으로 점점 파묻히게되고,
이 정보들을 종합해 단 한가지의 진실을 밝혀내는 과정을 책 전반에 걸쳐서 보여주는 것이다.
하지만 삼체와 별의계승자의 차이점은 의외의 곳에서 나타난다.
바로 주인공의 캐릭터성이다.
별의계승자의 주인공은 마치 탐정소설의 주인공처럼 굉장히 주도적인 인물로 그려진다.
진실을 밝히기 위해 하는 과정을 이끌고 결론을 도출하는 것도 모두 주인공의 일이다.
하지만 삼체의 주인공은 결코 주도적인 인물이 아니다.
주인공은 사건에 이리저리 휘청거리며 주변인들의 말에 따라 이리저리 휘둘릴 뿐이다.
주도적인걸로 따지면 차라리 조력자인 스창이 훨씬 주도적이다.
여기까지만 들으면
'아니 그러면 저런 찐따를 왜 주인공에 앉혔냐' 싶을텐데
여기서 또 삼체의 재미포인트가 등장한다.
주인공의 활약은 바로 'V게임'에서 펼쳐진다.
V게임은 굉장히 미스터리한 게임이다.
낮과 밤의 주기가 굉장히 불규칙하고,
뉴턴과 진시황이 같은 시대 같은 장소에서 만나는 이상한 게임이다.
이 게임의 목적은 바로 '낮과 밤이 불규칙한 원인'을 찾고 '문명을 발전시킬 적절한 타이밍을 잡는 것'이다.
놀라운 것은 이 게임의 목적이 바로 책 전체를 관통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또 하나 이 책의 재미있는 점이 있다.
이 책의 거의 절반의 분량은 '예원제'라는 인물의 과거회상이 차지하고 있다.
여기서 이 책의 또 하나의 주제 '문화대혁명'이 등장한다.
(삼체는 중뽕소설이 아니다. 1부 내용의 절반은 문화대혁명을 까는 내용이다.)
예원제는 문화대혁명 시절에 고난을 겪은 인물이다.
문화대혁명 때문에 모든 것을 잃게되고 군의 전파시설로 들어가 일을 하게 된다.
예원제의 과거회상은 책의 막바지에 끝나게 되는데,
그때 드러나는 진실과, V게임의 진실, 그리고 왕먀오에게 일어나는 이상한 일들의 진실이 모두 단 하나의 진실을 가리킨다.
이 단순한 하나의 진실이 바로 1부 <삼체문제>의 전부이다.
그리고 그 진실을 찾아가는 과정이 삼체의 재미이다.
2부, <암흑의 숲>
삼체는 2부에 들어가서 본격적으로 스케일을 키우게 된다.
마치 사회학 시뮬레이션처럼 전 인류를 대상으로 작품이 전개되는데,
그것을 다루는 류츠신의 방식이 정말 압도적이다.
하지만 문제는 바로 여기서 생긴다.
1부에 비해 인물들이 너무 많아졌다는 것이다.
물론 인물들 하나하나의 행동이 모두 복선이 되어 최후에 모이긴 하지만,
그래도 읽는동안 조금 피곤했다.
'최후의 진실을 밝혀내기위한 여정'이라는 삼체의 형식은 2부에서도 유지된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 류츠신은 작품의 주인공을 과감하게 교체한다. 바로 '뤄지'라는 인물이다.
뤄지는 작품 초반부에 '면벽 프로젝트'라는 별 이상한 프로젝트의 주인공이 되게 된다.
외계인들의 함대가 인류를 침략하러 오는 것을 관측한 인류는
외계인들이 아주 오래전부터 인류를 관찰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된다.
그래서 외계인들이 아무리 노력해도 절대 알아낼 수 없는 영역, 즉 사람의 머릿속에 전쟁의 작전을 저장하려 한다.
이를 위해 뽑힌 인류의 구원자 '면벽자' 4명.
그들은 최후의 전쟁이 닥쳤을 때까지 머릿속으로 전쟁의 작전을 구상하고 그때까지 작전 내용을 입 밖으로 뻥긋해서는 안된다.
그리고 그 구상에 도움이 되기 위해 UN의 지원 하에 어마어마한 권력을 부여받게된다.
전 대통령 출신, 전쟁을 이끈 장군, 초초초천재 과학자 등 굉장한 사람들만이 면벽자로 뽑히게 되는데,
이상하게도 그 최강자 4명 안에 '뤄지'가 들어가게 된다.
뤄지는 그저 하루하루 먹고살기도 바쁜 지극히 평범한 어느 과학자씨일 뿐이었다.
전쟁을 이끈 경험도, 큰 권력을 가져본 경험도 없는 지극히 평범한 어느 과학아재일 뿐이었던 것이다.
그리하여 면벽자 뤄지의 몇세기에 걸친 기묘한 인생과
마지막에 밝혀지는 잔인한 진실을 향한 과정이 바로 삼체 2부 <암흑의 숲>이다.
2부의 주제 '암흑의 숲'은 작품 전체를 관통함과 동시에 작품의 범위를 우주 전체로 확장시키는데에 일조한다.
또한 작품 후반에 밝혀지는 진실은 의외로 당연하면서 단순한 사실이다.
조금만 생각해봐도 알 수 있는 당연한 사실이지만, 독자들이 이 진실에 전율을 느끼는 이유는 또한 단순하다.
이 진실이 상상도 하기 싫을 정도로 암울하며 잔인하기 때문이다.
주인공 뤄지는 작품이 전개함에 따라 점점 성장해나가며 결국 두개의 문명을 좌우할 수 있는 인물이 된다.
작품 최후에 비를 맞으며 홀로 외계와 정면으로 맞서는 장면은 아마 내 평생 잊지 못할 멋있는 장면일 것이다.
<삼체>는 멋있다. 정말 멋있다.
뭐 구구절절 설명을 했지만 2부의 내용은 한 문장으로 정리할 수 있다.
'외계인들이 지구로 쳐들어온다면 지구에서 벌어지는 일들의 시뮬레이션' 이다.
지구인들은 외계와 정면으로 맞서야 한다는 사람들과 외계인들로부터 도망쳐야한다는 도피주의자들, 그리고 우린 절대 이길 수 없다는 패배주의자들로 나뉘게 된다.
작품의 전개와 인물들의 판단과 행동에 따라 바뀌는 여론과 대중들의 반응,
그리고 그것에 따른 정부의 행동이 또한 재미있는 볼거리다.
그리고 앞서 말했듯 이 수많은 사람들을 주물거리는 류츠신의 능력이 돋보인다.
삼체2부의 재미요소는 이게 다가 아니다.
앞서 말했듯 세기를 넘나들며 스토리가 진행되기 때문에
미래 인류의 과학과 생활모습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사이버펑크 느낌이 난달까, 이런거 좋아하는 사람은 굉장히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특히 인류의 우주함대가 지구에서 출발하는 모습은 정말 크..
상상력 좋은 사람들은 마치 블록버스터SF를 보는 느낌이 들 것이다.
3부, <사신의 영생>
3부는 솔직히 읽다가 꽤 지쳤다.
길이도 800p로 결코 짧은 길이가 아닌데,
후반부에 접어들 때 까지의 내용도 2부의 연장선일 뿐이다.
주인공도 별로 멋있지가 않다.
1부의 주인공 왕먀오는 그저 관찰자 역할이기 때문에 별로 주도적일 필요가 없었다. 진주인공은 예원제니까.
그럼에도 그 왕먀오도 V게임에서만큼은 주인공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2부는 뤄지가 갈수록 성장하며 점점 조명이 뤄지에게 모여드는 형식이었기 때문에 주인공이 굉장히 돋보였다.
게다가 주인공이 마지막엔 마치 메시아처럼 묘사되며 멋들어진 모습을 보여주었기 때문에 독자들은 환호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3부의 주인공 청신은 뭔가 많이 부족하다.
뭘 하긴 하는데,
사람이 너무 착하다는게 문제다.
영화속에서 종종 너무 착한사람때문에 답답함을 느낀 경험이 있을 것이다.
청신이 딱 그런 인물이다.
청신은 6세기의 세월을 거치며 수많은 고난을 겪고 수많은 책임을 지게 된다.
하지만 청신은 절대 주도적인 인물이 아니며, 결단력도 부족하다.
똑똑하긴 하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그것을 제대로 활용하질 못한다.
물론 작품의 메세지를 전하는데에는 청신이 알맞은 캐릭터긴 하지만, 독자들은 지치게 된다.
그럼에도 난 이 책을 끝까지 읽을 수 있었다.
역시 삼체답게 작품의 스케일이 2부보다도 훨씬 커지기 때문이다.
작품이 후반으로 갈수록 분위기는 점점 어둡고 암울해진다.
결국 인류의 역사가 끝나는 날에, 명왕성에 위치한 인류의 박물관에 가는 장면이 나온다.
나는 이 장면을 읽으며 눈물을 흘렸다.
인류의 찬란했던 역사를 우주에 남기기 위해 인류는 한가지 방법을 이용하는데, 그 방법은 너무나 깜찍하고 감동적인 방법이다.
이런 요소를 작품속에 녹여내는 류츠신의 능력에 찬사를 보낼 뿐이다.
삼체 3부에서도 역시 후반부에 숨겨진 진실이 드러난다.
하지만 이 진실은 2부에서의 것보다 훨씬 암울하다.
암흑의 숲의 진실에 이어져 훨씬 거대하다.
작품은 우주의 종말까지 나아가게 된다.
이 종말에 관한 류츠신의 상상이 바로 3부의 결말이자 <삼체>의 결말이다.
다시 말하지만 이 작품은 하드SF이다.
수많은 과학이론이 나오고 그것을 설명하는 부분도 많다.
뭐 평소에 과학이나 SF설정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이런 요소들은 반갑게 여기고 재미있게 읽겠지만,
딱히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뭐... 그저그럴것이다.
그럼에도 나는 이 작품을 모든 독붕이에게 추천하고싶다.
왜냐하면 이 작품의 묘사가 정말 아름답기 때문이다.
작품을 읽다보면 류츠신은 마치 시인이 아닐까 싶을정도로 장면장면을 묘사할 때 아름답고 찬란한 이미지가 떠오르게 만든다.
소설작가로선 귀중한 능력이다.
게다가 또 한가지 류츠신의 능력은,
바로 '복선'의 활용이다.
예전에 나왔던 정보나 아무렇지 않게 여겼던 것들이 작품 속에서 귀중한 요소로 작용하기도 하고,
예전에 아름답게 묘사되던 장면이 이후 전혀 다른 상황이지만 묘하게 오버랩이 되어 독자들을 전율시킨다.
구구절절 너무 길게 말한 것 같은데,
사실 이것도 스포일러를 최대한 막으려 노력 한 것이다...
삼체는 그만큼 장황하고 거대하며 밀도있고 복잡하며 웅장하고 아름다운 작품이다.
기회가 된다면 꼭 읽어보길
류츠신은 높은 산봉우리같은 작가, 류츠신몽 함께하겠다. 감동적인 부분이 너무 많았음. 지금은 삼체 넷플 드라마 기다리는 중
미국으로 탈중국 하셔서 자유롭게 작품 쓰셨음 좋겠다
위구르탄압옹호500배
대륙의 스케일이 느껴짐ㅋㅋㅋ 확실히 상상의 넓이가 다르더라
3천만 인간컴퓨터장면 ㄹㅇㅋㅋㅋ 차원이 다름
나도 이 장면보다 욕했다ㅋㅋㅋ 우리 인구 전체 다 불러도 안되는데
흐미...8월에 1부, 2부 재밌게 읽고 좀 쉬었다가 이제 9월 접어들면서 3부 읽으려고 빌렸는데... 솔직히 말하면 3부 첫 페이지 펼 용기가 안난다..... 그래도 결말이 궁금하기에 내일 바로 시작해보려함ㅎㅎ - dc App
듄보다 재밌냐
삼체 1부는 확실히 듄 압살, 2부는 듄이랑 비슷하게 재밌고 3부는 듄 보다 좀 재미업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