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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의 <도덕의 계보>를 보다 더 엄밀하고 현대적으로 새롭게 쓴다면 이런 느낌일까? 비판 대상은 다르게 하되, 방식을 동일하게 하여 이 현대의 도덕이라는 것이 도대체 얼마나 허술한 것인지를 지적하기 위해서 말이다. 물론, 니체처럼 도덕 자체의 무용성을 주장하기 위해서는 아니다. 매킨타이어는 그와는 달리, 현대의 도덕이 어느 한 시대를 기준으로 전통과 단절되어 맥을 잃어버렸고, 그 탓에 반쯤 무의미한 것으로 전락해버렸다고 지적한다. 구체적으로는, 계몽주의의 시대에.


계몽주의의 근대가 되기 이전까지만 해도 스콜라 철학은 사람들의 사고관의 기초였고, 도덕 개념 역시 이로부터 말미암았다. 다만 이 스콜라 철학은 모든 도덕의 근본적 원인을 신에게서 찾았고, 덕분에 종교의 권위가 흔들리기 시작하자 사람들은 도덕의 중심에 새로운 무언가를 두어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소위 "신이 없다면 모든 것이 허용된다"는 말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계몽주의 기획은 이를 인간의 이성으로 대체하고자 했다. 연역적으로 추론할 수 있는 자연법, 행복의 증폭을 꾀하는 공리주의, 보편적으로 적용 가능한 도덕 규범들이 그 예이다. 허나 저자는 이 모든 시도가 실패하고 만 것이 바로 현대의 도덕적 혼란의 원인이었다고 지적한다.


어째서 정의주의라는 사조가 등장하고, 도덕적 다원주의가 사회 전반을 지배하며 서로 대립하는 도덕 사이에서 최종적인 결정을 내릴 수 없는 것이 도덕이라는 사고관이 생기게 된 것일까? 그 시도들이 실패했기에, 기어이 신 이후의 붕괴된 도덕관의 세상이 복구보다도 빠르게 찾아와버린 탓이다. 그 세상에선 베버주의적인 관료들과 전문가들이 도덕의 공백을 메꿨고, 이론이 아닌 현실의 영역에서 '어떻게 해야 한다'는 주장은 '어떻게 하는 것이 이득이기에 좋다'는 말로 완벽하게 대체되었다. 곧, 현대에서 '도덕'이라는 개념은 이미 맥락을 상실한 허망한 것이 되었다.


그렇다면 계몽주의적 시도는 왜 실패한 것인가? 저자는 여기에서 스콜라 철학의 근본을 되짚어보며, 사실 이 시도들은 미숙했기에 실패했다기보다는, 근본적으로 그럴 수밖에 없었던 원인이 있었다고 주장한다. 바로 스콜라 철학의 근본이 되었던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이 도덕을 이야기함에 있어서 목적론을 전제로 했던 탓이다. 사람은 어떻게 해야만 한다, 라는 목적을 전제로 두고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이러이러한 덕성을 함양해야만 한다, 라는 주장들에서 쌓인 도덕관이다. 이 목적을 제외한 후 오직 인간의 본성 및 이성만으로 그와 같은 도덕관을 쌓아 올리려는 시도는 애초에 불가능했던 것이다. 사람은 본성만으로는 결코 도덕적으로 될 수 없기에.


동시에 이 근본을 따져본다면, 흄의 지적에서부터 시작된 기나긴 근대 윤리학의 사실과 가치 사이의 분리 문제도 근본적으로 틀릴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어떤 행동을 하는 것이 사회에 얼마나 이득이 되고, 어떻게 그 사람과 주변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주는지에 대한 명제에는 '그 행동이 좋다/옳다'는 명제가 함축되어 있다. 유교에서 늘 지적하고 이어져오던 것처럼, 사람은 도덕적으로 되어야 한다는 목적론이 윤리에 늘 전제되어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를 위한 언술 및 행동은 사고와 통일성이 있어야 한다. 칸트가 주장하는 도덕규범과는 정반대로, 이성으로서 그것이 옳다고 판단하기에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이성이 개입하기도 전에 그것이 옳다는 것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 그리 되어야만 비로소 우리는 다시 예전처럼 도덕을 의미 있는 개념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덕의 상실>은 이러한 논증을 통해 현대의 자유주의와 개인주의가 어떠한 문제를 갖고 있는지를 비판한다. 비슷한 느낌을 현대의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연구에서도 자주 느끼곤 했다. 우리는 자유민주주의가 어떤 식으로 옳고 어떤 식으로 운용되어야 하는지를 역사 속에서 배워보려고 하지만, 늘 그러지 못한다. 역사는 우리에게 애초에 그러지 말 것을 몇 번이고 권고한다. 폴 슈메이커의 <진보와 보수의 12가지 이념>에서 지적한 것처럼, 고전적 자유주의자들은 현대의 보수주의자들에 훨씬 더 가깝고, 우리의 현대는 고금 이래 유일무이한 것에 가깝다. 물론, 이 현대가 가져온 풍요와 개인의 자유를 즐기는 입장에서 너무 험한 말은 할 수 없을 테다. 하지만 이따금, 이 사고관이 우리에게 필요 이상으로 너무 많은 지출을 요구하고 있지는 않은가, 좀 더 옛 시대의 기준들을 참고해야 할 필요가 있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들곤 한다.



P. S. 개정판을 읽으면서 함께 빌려온 책이 노직의 <아나키에서 유토피아로>인데, 이 책도 <덕의 상실>처럼 개정판으로 나와줬으면 하는 부'탁이 있다. 절판되지 않은 걸 감사히 여겨야 하겠지만...



부''탁 왜 금지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