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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평론가들이 좋아하는 소설을 이야기할 때 '세계 최고의 소설은 아니다. 그러나 내 인생의 소설이다.'라는 식으로 말하는데, 미학에선 객관과 주관이 일치하기 어렵기 때문에 흔한 얘기임.


그럼 나한테 프루스트는 어떤가. 일단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는 생각보다 어려운 소설은 아님. 제임스 조이스나, 버지니아 울프, 프란츠 카프카에 비하면 오히려 난이도가 낮은 편이라고 할 수 있음. 다만 끝을 모르는 만연체와 계속해서 이어지는 사교 파티, 김희영 교수가 말한 구조주의와 기호학적 해석이 이 책을 처음 접하는 독자에게 큰 벽으로 작용할 것임.


그런 점에서 1부인 '스완네 집 쪽으로'는 난이도가 낮으면서 재밌는 편에 속함. 프루스트 효과를 유도한 마들렌 장면, '오랜 시간, 나는 일찍 잠자리에 들어왔다.'로 시작하는 서두, 어머니의 키스에 대한 이야기. 잃시찾의 두드러지는 특징이, 사랑 얘기나 화자 이야기가 나오면 재밌는데, 사교계 인사들 등장하면 끔찍할 정도로 재미 없음. 1권은 다행히 화자의 비중이 큰편. 


다만 잃시찾이 흔한 고전과 다른 건, 계속해서 내면에 대해 이야기하기 때문임. 시간은 붙잡을 수 없고, 붙잡을 수 없는 것을 붙잡으려 하는 것이 인간의 삶이라면, 이 책은 우주적인 차원에서 인간을 성찰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음. 이 책의 1부가 나한텐 인생 소설인 것도 인간의 본질을 묻고, 그 물음을 계속해서 다양한 형태로 제시하기 때문임.


결국 잃시찾이 환기하는 것은 기억은 무한하지만, 기쁜 시절이나 고통스러운 순간은 유한하다는 사실이 아닐까. 다르게 말해서 과거의 아픔이나 슬픔으로부터, 뼈는 붙고, 상처는 아물고, 마음은 치유되지만, 그 기억은 사라지지 않음. 인간의 삶이 끝날 때에야 그 기억은 지워지고, 결국 기억이란 것은 인간과 한몸인 거임. 그렇게 보면 프루스트야 말로 이 세상의 상냥함이나, 다정함, 혹은 매정하고 슬픈 면을 가장 잘 이해한 작가가 아닐까 싶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