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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오늘은 논문 쓰기 싫어서 온 게 아니라 내 논문 챕터 하나 써내려 가기 전에 내 머리 속을 좀 정리하려고 잠깐 들렀어. 저번처럼 용두사미스럽게 거창하게 시작하겠지만 중간에 아마 온갖 핑계를 대며 그만둘거야. 여튼, 악의 문제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거고, 문학과는 어떻게 연관을 지어야 하는지도 시간이 허용한다면 다뤄볼게!
저번 글에서 나타났듯이 내가 교육도 다 외국에서 받고 한글로 글을 읽지도 쓰지도 않아서 한글 필력이 굉장히 안 좋은 편이라 미리 양해 부탁할게. ![]()
들어가기에 앞서 악이라는 단어에 대한 철학적 규명을 조금 할 필요가 있어. 내가 석사 논문 쓰면서 해두었던 윤리학, 서양 철학사 공부가 여기서 빛을 발하겠군!
"악"에 대한 의미론적 이해는 (조금 유식하게 쓰면 kakology 라고 함) Evil이라는 단어와 wicked, cruel, malevolent, inhuman, monstrous, harmful, 그리고 가장 중요하게 bad 와 같은 단어들과의 '나쁨의 정도'를 가리려는 목적이 있고, 악(=Evil)이라는 관념이 언어가 진화하면서 같이 진화했는지도 들여다볼 수 있는 흥미로운 분야야. 아직 세간에 크게 소개되진 않은 듯 해.. 어쩌면 내가 pioneer일지도..!?
악이라는 단어를 우리는 어떻게 사용하고 있을까? 아마 영어에 익숙하지 않은 갤럼들은 지금부터 잠깐 할 이야기는 재미없을 수도 있어. 내 생각엔 한국에서 같은 현상이 일어나진 않거든.
Evil이라는 단어는 영미 문화권에서 다양한 용례가 발견돼. 내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나쁘고 부도덕한 행위의 스펙트럼에서 최 극단에 위치하는 걸 Evil이라고 부르는 건 윤리학을 전공하는 사람들만의 이야기이고, 조지 부쉬의 유명한 'axis of evil' 드립처럼 정치적 상대를 악마화 시키기 위한 사용도 자주 눈에 띄고, an evil cat처럼 단순히 수식받는 명사의 나쁨을 강조하는 역할을 하는 경우도 있어. 마지막 경우가 쬐끔 흥미롭지?? 형용사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고 생각해. 하나는 예를 들면 a blue cat 같이 명사를 수식하는데 있어서 별 다른 설명이 필요 없는 경우야. 이 경우에는 그냥 파란색 고양이이구나~ 하고 거기서 검토가 끝나는데, an evil cat이라고 하면 어떤 면에서 악한지, 어떤 나쁜 행위를 했는지에 대한 추가적인 설명이 있어야겠지?
그래서 몇몇 현대 철학자들은 악 이라는 단어에 대한 정의를 내리고자 고군분투해왔어. 어떤 현상을 일컬어야 할지, 존재론적으로 실질적인 관념으로 이해해야 할지 (ontologically substantive), 종교적 차원에서 이해해야 할지 등등 말이야. 간단히 요약하면, 현대 철학에서 (그리고 무신론자 기준) 악은 나쁨의 최상단에 위치해야만 하는 개념으로써 세속적인 성격을 띄고, 정의를 아주 조심스럽게 내려보자면 악한 행동은 너무 나쁜 행동이라 일반적이고 상식적인 행위자의 입장에서는 감히 상상도 못 할 행동이고 (예: 나치의 유대인 학살), 악한 사람이나 기관, 단체 등은 그런 행동을 알면서 용인하고 지휘하는 경우를 말해. 옆 사람을 꼬집는다던가 책을 불태운다던가 하는 행위들은 나쁠 수는 있지만, 악하지는 않다는 거지. 그리고 유대인들을 온갖 비인륜적인 행위로 학살해서 아예 멸종을 시키려는 의도로 자행된 홀로코스트는 단순 나쁨을 뛰어넘은 그 무언가가 있기 때문에 악하다고 불러야 한다는 거고. 대충 이해됐지?
악에 대한 연구 분야는 크게 악의 문제 (The Problem of Evil)와 악의 관념 (The Concept of Evil)로 분류된다고 보면 될거야. 그 중에서 전자를 다룰 건데, 간단하게만 소개할게.
악의 문제는 역사적으로 두 가지 중요한 터닝 포인트가 있었어. 첫 번째는 1755년의 리스본 대지진이고, 두 번째는 홀로코스트야 (*이 부분에 대해서는 철학자들마다 의견이 조금 분분한데, 거의 대부분의 철학자들이 1번과 2번을 인정하되, 몇몇 사람들은 세 번째로 9/11을 뽑기도 하더라고)
1755년의 리스본 대지진은 마침 All Saints' Day 라는 종교 휴일에 일어나서, 많은 사람들이 예배를 드리던 도중에 교회가 씹창나고 무너지면서 그걸 피하기 위해서 바닷가로 갔다가 몰려온 쓰나미에 2차 피해를 당한 사건이야. 덕분에 도시는 완전히 곱창이 나버렸지. 대략 6만명의 사망자를 냈고 도시를 아예 박살내버렸으니 (여담이지만, 그래서 온전히 보전된 다른 유럽의 역사적 대도시들은 실제로 가보면 구불구불하고 정신없게 설계가 되어있어서 복잡한데 반해, 리스본은 한번 곱창나고 새로 도시 설계를 해서 굉장히 깔끔하게 되어있어) 이 사건이 유럽 전역에서 큰 관심을 받은 건 당연한건데, 어떤 관심을 받았느냐면..
'왜 신을 믿는 좋은 사람들이 저렇게 목숨을 잃어야 했을까?' 하는 물음이 장전된 관심을 받은거야. 이 물음의 근간은 Pierre Bayle, 더 나아가면 Epicurus같은 학자들한테서도 찾아볼 수 있는데 쉽게 요약하면 "신이 존재하는데 왜 악도 같이 존재할까?"로, 대부분의 단일신 종교 세계관에서는 문제로 드러나는 부분이야. 그래서 악의 문제라고 부르는거구. 신이 보통은 전지전능하고 선하기만 한 존재로 표현되는데, 전지하면 악이 언제 발생할지 알거고, 어떻게 없앨지도 알거고, 전능하면 그걸 없앨 능력이 있는거고, 선하기만 한 존재면 악을 당연히 없애야 하는건데, 우리가 사는 세상엔 아프리카에서 에이즈 걸려서 죽는 아이들도 있고, 천인공노할 범죄자들도 있고, 펩시도 있잖아. 단일신 종교, 특히 기독교에서는 이걸 꼭 해결해야 될 문제로 직면하게 된 거지.
그 관심을 준 사람들 중에 가장 유명한 두 사람은 바로 독일의 라이프니츠와 프랑스의 볼테르야. 라이프니츠야 철학을 조금 공부한 사람들이라면 잘 알겠지만 Theodicy 라는 책을 씀으로써 이 물음에 답하려고 노력했어. *라이프니츠의 답변은 리스본 대지진에 직접적으로 연관된 건 아님. 이전에 나온 책이야* 아주 유명한 "우리가 사는 이 세계가 모든 세계 중 가장 좋은 세계이다" (the best of all possible worlds) 주장을 남겼고 악의 현실성이라는 시험대에 놓인 신의 관념을 최대한 변호하고자 노력했지. 볼테르 또한, 철학을 공부한 사람들이라면 잘 알겠지만, Candide라는 소설을 씀으로써 이를 전면적으로 비판해. 그 어떤 악을 당해도 Pangloss라는 등장인물 (누가봐도 라이프니츠임)은 이 세계가 가능한 모든 세계 중 가장 좋은 세계니까! 라는 대사만 읊다가 결국 뒤져.
아우슈비츠로 환유될 수 있는 나치의 유대인 대학살 또한 비슷한 맥락에서 관심을 크게 받았지?
이 맥락이란, 어째서 세상에 악이 존재하고 우리는 왜 고통받아야 할까? 인거야. 내 논문에서 나는 라이프니츠의 신정론에 영향을 받은 칸트에 와서야 악의 관념이 비로소 진정한 윤리적 대안으로 나타난다고 설명하는데 (이거에 대한 추가적인 설명은 궁금한 사람들 있으면 따로 댓글 달면 알려줄게. 글이 너어무 길어질거같다) 아우슈비츠와 이후 아이히만의 재판을 지켜본 한나 아렌트에 의해서 악의 개념은 새로운 방향성을 갖게 돼. 이 부분도 나중에 다른 글로 새로 써보도록 할게 :D
즉, 악의 문제는 근대 계몽주의 이전에는 신학의 영역이었다면, 18세기 중후반 전후로는 조금씩 세속적인 평가를 받아왔고, 아우슈비츠에 이르러서는 그 무엇도 설명할 수 없는 깊은 심연을 보여주고 있었어. 따라서, 아주 간단히 악의 문제를 요약하자면 "왜 좋은 사람들에게 그들이 받지 않아도 될 피해가 가는가?" (Why is there undeserved suffering?) 인거지. 이렇게 악의 문제를 환원하고 나니.. 문학에서 이런 주제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작가들이 마구마구 떠오르지?
도스토예프스키의 카라마조프 형제들은 부도덕하고 타락한 아버지를 보며 그를 사랑해야만 하는 시험에 꾸준히 빠져. 형제들은 제각기 다른 성격을 지녔기에 다른 삶을 살고 있지만, 모두가 왜 세상에 악이 존재할까, 그리고 더 나아가서 왜 신은 악을 허용할까? 라는 딜레마에 빠져있어. 도스토예프스키의 악에 문제에 대한 대답을 듣고 싶은 사람들은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꼭 읽어보길 바라. 길지만 가치 있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은 악의 문제 외에도 다양한 주제를 넘나들지만, 악의 문제에 있어서는 꽤나 직설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는 점에서 문학과 악의 문제라는 테마에 가장 잘 어울리는 작품이 아닐까 싶어.
그레임 버넷의 소설 His Bloody Project (번역본이 나와있는지 모르겠어 ㅠ.ㅠ) 에서도 우리는 믿을 수 없는 화자인 주인공 로디 매크래의 내러티브를 따라가면서, 그가 저지른 악에 대한 당위성을 객관적으로 묘사받는 듯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그가 믿을 수 없는 화자임이 드러나면서 그의 악 또한 악을 행하기 위해 행한 것임이 밝혀지는 내용의 소설인데, 여기서도 악의 문제에 대한 해답으로 주인공이 또 다른 악을 행하는 모습을 볼 수 있어. 이 책은 영어로 읽을 때 굉장히 가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해서 (문체가 굉장히 수준 높고 당시 스코틀랜드 식 언어를 보는 재미가 있어) 영어가 가능하다면 한번 추천해볼게. 나는 교보인가 예스24에서 주문한듯
영화로 각색된 모습
페널티킥을 맞은 골키퍼의 불안 이라는 페테르 핸케의 소설에서도 악 이라고 불릴 만한 행위가 등장하고, 그에 대한 물음을 독자들에게 던지고 있어. 이제 배고파서 그만 쓸래..
문학 작품에 등장하는 악에는 다양한 종류가 있고, 악의 관념을 다루는 작품도, 악의 문제를 다루는 작품도 무궁무진하게 많아. 더불어 나는 악을 연구하는 데에 있어서 윤리학의 한계를 문학이 넘어줄 수 있다고도 생각하고, 아리스토텔레스가 니코마코스 윤리학 첫 소절에서 말하듯이 모든 인간 행위가 어떠한 선을 향해있다는 거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이야. 난 오히려 예술은 우리 삶의 악을 고발하는 데에 목적이 있다고 (그리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거든.
여튼, 철학적으로 악에 대한 정리가 조금 되고 나서 문학을 접하고 읽다 보면 어느새 그런 단서들을 찾아가고 분석하며 작가가 나름대로 내놓은 답변에 대한 공감 혹은 반박을 하고 있는 너의 모습을 발견하지 않을까!
악이라... 악의 문제하면 저는 항상 사마천이 생각납니다. 백이와 숙제의 이야기를 끝맺으며 "하늘의 도는 과연 존재하는가?"라고 울부짖었지요. 실제로 그 자신도 이릉을 정당하게 변호하다 수치스런 궁형을 당했으니... - dc App
고마워요 동양의 악의 문제에 대해서도 공부를 좀 해야되는데 꽤 연관성이 있을 수 있겠네요. 한번 조사해볼게용
인간이란 존재가 악을 자행하지 않고는 살아가기 어렵기에 악은 그게 문학이건 철학이건 전통적으로 다루어지는 주제이긴 하지. 애초에 악이란 무엇이고 어디까지를 악하다고 해야하는지도 규정하기 어렵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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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너 자신을 아끼지 않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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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킹카콜라한테 존나 처맞는 좆시? 역시 샌드백들이 착한 척을 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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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우 별말씀을.. 악의 평범성과 다신론적 세계관에서의 악의 문제는 나중에 다른 글로 다시 엮어서 다뤄볼게. 나는 그냥 외로운 박사생도라 글쓰는거니까 이렇게 댓글달아주면 감개무량하지
개추 ㅇㄷ
논문급 글은 언제나 환영. - dc App
아이고,, 논문급은 절대 아니고 그냥 학사 에세이 정도..
이럴 때 보면 서양애들은 진짜 주관적 세계? 라캉적으론 상상계를 벗어나지 못한 미취학 아동 보는 것 같음. 선과 악의 실체와 대치를 인정하던 고대 종교에서 절대선인 유일신만 빼오고 스스로 생각해도 악을 설명할 수 없으니까 희한한 교리와 궤변으로 타자화해왔기 때문에 악에 대한 이해가 이토록 늦어진 게 아닌가 싶음. 요즘 <에덴의 동쪽> 다시 읽고 있는데 대단하고 좋은 작품인 건 맞지만 서부개척시대를 다루면서 인디언 학살이나 멕시코 전쟁에 대해 약술하고 넘어가는 꼴보면 좀 깊게 빡치는 부분이 있음. 9.11테러나 무슬림 극단주의자들 적으로 삼으면서도 서방이 중세시대부터 중동에 개지랄 떨었던 건 절대 반성하거나 진지하게 이야기하지도 않는 뻔뻔함. 그런 유아적 망각과 왜곡이 현존하는 악의 문제를 더 불가해한
나도 동의하는 부분이 많지만, 악은 동양에서도 설명할 수 없는거라고 봐야하지 않을까? 동양 철학에서 다루는 악은 (내 생각에 동양 철학은 그 근간이 정치철학에 있고 서양 철학은 그 근간이 형이상학에 있기에) 오히려 정치적인 수단으로서의 악만 다루고 있다고 느껴지던데
것으로 만드는 거 아닐까 싶음. 911은 비극적인 사건은 맞지만 역사적 맥락에서 보면 이해할 법한 일이잖아? 그런 의미에서 지역신문 박스 기사 몇 개로 처리된 사료들을 바탕으로 멕시코 전쟁의 역사를 재현해낸 매카시옹의 업적은 실로 대단한 거임. 그렇게 현실적이고 실존적이게 악의 문제를 탐구하던 작가가 후기로 갈수록 종교적 구원과 신을 끌어들여 악을 설명하려 하는 부분은 좀 아쉽긴 하지만.
911이 악의 문제를 다시금 대두시켰다는 학자들의 주장은 911이 악이라는 주장이랑은 별개로 보고 있어 나는! 그리고 911이 홀로코스트랑 비견될만큼 나쁜 행위였냐 하면 자신있게 절대 아니라고 답변할 수 있고. 매카시 되게 좋아하는구나??? 나도 좀 더 읽어볼까.. 본문에 나온 도스토예프스키도 많은 윤리적 문제에 있어서 종교를 빼놓지 않고 있으니까 어찌보면 그쪽 세계관에서 자란 사람들에겐 필연적인 귀결이 아닐까 싶어
동양철학 깊게 알진 못하지만 맹자가 인간 본성의 선함을 논하면서 들었던 비유는 가히 완벽했다고 생각함. 너게이도 중국에서 공부했다니까 더 잘알겠지만 맹자는 밭이나 숲이 방치되어 황폐해졌다고 자연의 본성이 악하다고 볼 순 없듯 도덕을 알지 못하고 스스로를 정련하지 못한 인간의 악함이 그 본성일 순 없다고 말했잖아.
나는 중국 철학에서 논하는 인간 본성의 문제는 내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윤리적 카테고리에서의 악이랑은 조금 다르게 봐야한다고 생각해서. 아무래도 내 논의가 인간 본성과 인간 조건을 논하기 보다는 (즉 악의 origin 보다는) 악의 실재성에 대한 논의에 가깝기 때문에 그렇지 않을까
결론만 말하자면 내가 생각하는 악(먹물들이 문제삼을 만큼 거대한 종류의)이란, 리콜하지 못하는 차량 결함과 그것 때문에 희생되는 누군가라고 생각함. 영화 <파이트클럽>에 나오는 얘긴데, 대형 자동차 회사는 차량 결함을 발견해도 리콜 비용과 사고 사상사에게 지급할 보상금을 비교해서 전자가 더 크다면 결함을 인정하지 않고 묻어버린다고 하지. 서양이 주도권을 잡고 굴러가는 현대 사회의 악도 딱 저런 고도의 계산 끝에 나온 방치와 무책임+그걸 견디다 못한 누군가들의 복수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함.
이건 너무 지나치게 정치적이고 음모론적인 방향으로 발전될 가능성이 있어서 나는 말을 아낄게!
하지만 흥미로운 얘기야 ㅋㅋ. 실제로 서양에서 살면서 내가 느낀 점들과도 부합하는 점도 많아
ㅇㅇ 나도 간만에 유익하고 재밌었다!
그레임 맥레이 버넷 《블러디 프로젝트》 부제: 로더릭 맥레이 사건 문서 번역되어 있음
뭔가 깊숙히 들어갈려다가 만 것 같아서 좀 아쉬움이 있지만 요거 나름 잼남
ㄴ ㅇㅇㅇ 소설에 대한 깊은 분석은 내 논문에서 확인해볼 수 있을거야 출판되면 알려줄게
선이 존재하니까 악이 존재한다. 반대로 악이 있으니까 선도 있는거다. 요즘에 쓰여진 현대소설이라면, 삶이든 인간이든 총체적으로 보려할수록 선과악의 경계를 구분될 수 없다는 그런 입장에서 쓰여진 소설들을 선호한다.
선과 악의 경계가 구분될 수 없다는 입장이 나오는 소설이라면 애초에 선과 악에 대한 이해가 다른 방향으로 되어 있는거라고 생각해. 선과 악은 명백히 다른 카테고리고, 예를 들어 비록 얘가 악행을 했지만 사실은 어렸을적 트라우마 때문에 그런거고.. 뭐 사자의 선은 토끼의 악이고.. 그런 이야기라면 내가 논하려는 분야와는 전혀 다른 분야가 되는거지 ~!
세계가 복잡다단한 결코 끝까지 분해될 수 없고, 분해한 들 다시 전체의 모습으로 환원될 수 없는 네트워크로 구성된 세계임을 이해한다면 단순하게 너의 악행에는 원인/사연이 있을 것이다 라는 차원이 아니라 동일한 행위가 누구에게는 선행이면서 동시에 누구에게는 악행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한 채 선악을 구분하여 쓰는 이야기는 결국 마블 코믹스보다도 못한 평면적인 이야기가 되어버리겠지
내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악 이라는 것 자체가 불가해하고 정당화할 수 없는 것을 말하는 거라서. 예를 들어 정당방위로서의 살인이 아닌, 홀로코스트 같은거지. 홀로코스트는 전쟁 중이던 나치 독일 입장에서는 어떤 utility도 없는 행위였잖아. 악을 행하기 위함으로써 행하는 악. 영국 criminal responsibility 관련 논의에서 자주 등장하는 T&V나 Josef Fritzl 같은 사람들의 범죄에서 드러나는 그런 악행들.
무슨 말인지 대충은 알겠는데... 니가 말할려는 소위 절대적으로 악한 행위는 굉장히 플라톤적인 세계관에서나 나오는 개념인거고, 그러한 세계관은 내 입장에선 굉장히 올드한 사고라고 생각한다는 소리얌
나도 무슨 말 하고싶은건진 알겠는데, 플라톤적인 세계관에서 악은 선의 부재로 봐. 선과 악이 나뉘어지는 시점은 칸트에 와서라고 나는 설명하고 있고, 절대적 선과 절대적 악을 나누는건 마치 신vs악마같은 고대의 사고, 혹은 Manichean한 사고로 볼 수 있겠지만 우리는 홀로코스트를 겪으면서 악에도 gradation이 있다는걸 발견했다는게 내 주 논의니까. 그게 어떻게 올드한 사고가 되는지 모르겠다. ㅎㅎ
홀로코스트? 그것 역시 어쩌면 돌 맞을 만한 소리로 들릴 수도 있겠지만 역사적으로 언제나 반복되는 행위였어 단지 당시 최고로 발달된 선진문명이라고 스스로 자부했던 유럽에서 그런 일이 일어났다는게 충격적이라 과대포장된 것일 뿐 2차세계대전 이후에도 유고슬라비아 등지에서 계속적으로 되풀이되는 짓거리고... 근데 그게 절대적으로 악한가? 분명 엄청나게 잘못된 끔찍한 행위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인간이 그렇게 쉽게 단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함.
영원불변하는 절대 값이 존재함을 가정한다는 면에서 플라톤적인 사고방식이라고 말한 거임
즉 악에도 다양한 레벨이 있는 만큼 "절대적" 악 이라는 개념을 얘기하는게 아니라, 악에 있어서 가장 최악인 경우만 Evil이라는 단어로 통칭하자는 게 현대 철학에서 다뤄지는 악의 관념 부분이고, evil for evil's sake의 논의는 오히려 굉장히 최근에 와서 생긴 담론이라는거야. 고대 그리스 철학에서는 오히려 악을 행하기 위해 악을 할 수 없다는게 서양 theoretical canon의 흐름이구
ㅇㅇㅇ 나도 Genocide로 일컬어지는 대학살들이 역사적으로 계속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행위라는 걸 overlook하는건 아냐. 당장 20세기만 봐도 폴포트 스탈린 마오쩌둥 알메니안학살 난징대학살 등등 굉장히 많은 비슷한 사건들이 있었으니까. 근데 이런 다른 류의 학살들과 홀로코스트에 무언가 다른 질적인 차이가 있다는거는 따로 글을 써서 설명해보던가 해야겠네. 물론 이거는 내 주장일 뿐 다른 주장이 나올 수 있는 부분이지.
응 그래? 거기까진 나도 잘 모르겠는/생소한 논의 영역이라 말 보태기 그렇다... 내가 오해한 부분이 있다면 미얌^^ 하지만 상대적으로 더 본질적인/최악인 악이 존재한다는 개념 역시 사실 절대적인 기준을 전제로 한 논의가 아닐까 싶다. 절대적 기준 없이 어떻게 어떤 행위가 어떤 행위에 비해 더 최악의 악행인지를 정하지?
근데 홀로코스트의 singularity를 차치하고, 그런 학살 자체가 절대적으로 악하지 않다고 생각하는거는 나는 동의하기 많이 어렵다 ㅎㅎ. 나치즘의 이념적 사상이 나치들에겐 좋은 일이었기 때문에 그렇다는건지.. 독일에서 공부한 나한테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가 없는 이야기넼ㅋ
오 맞어! 마지막 댓글이 되게 중요하고 흥미로운 부분이야. 너가 말한대로 절대적인 기준 없이 어떤 행위가 더 악한지에 대한 논의가 지금 진행되고 있는 중이고, 그게 거의 불가능한 task라고 느껴지지만 어쨌건 몸통박치기하고 있지 나랑 내 팀은 ㅎㅎ
그나저나 댓글 너무 고마워. 내가 무언갈 설명하는데 있어서 부족함이 있다는걸 항상 느끼고 있거든.
지네가 말 안 듣는다고 산채로 손목을 댕강댕강 자르고, 어차피 1/3이상으 죽으니까 빼곡하게 넉넉하게 실어서 대서양을 건너던 다른 유럽제국의 행위가 나찌 독일과 질적으로 차이가 있다고 나는 생각하지 않아.
ㄴ 나는 윗댓에 있어서는 어떻게 생각하냐면.. ethics of utility라고 해서 어떤 행위에 self-incentive가 있냐 없냐로 보거든? 즉, 노예제를 위해서 사람들을 운송하던 거는 어쨌건 경제적 정치적 수단으로서 악을 정당화시킨건데, 홀로코스트는 이를테면 걔네를 학살하지 않고 총알받이로라도 쓰는게 utilitarian한 행위였다는거지. 그런 유틸리티가 없는 그저 학살을 위한 학살이라는 느낌이 강하기에 홀로코스트가 다른 학살/역사적 악행들에 비해서 좀 더 눈에 띈다는 주장인거고! 다만, 이 부분에 있어서 내가 하나 명확히 해야할건, 학계에서도 Holocaust singularity에 대한 이야기는 찬반 논란이 많아! 난 찬성의 입장인거고, 반대 입장인 사람들도 많아
ㅇㅇ 뭔말인지 이해가 감... 그렇다면 난 홀로코스트의 특이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
그렇구나. 재밌는 얘기였다 그래도! 나도 사실 홀로코스트에 대해서 아주 깊게 들어가고 있지 않긴 한데, 그냥 뭐랄까 독일에서 수학하면서 하도 이거에 대한 반성적인 태도나 사람들의 죄의식 이런걸 많이 느끼면서 살아왔다보니 나도 모르게 동화된 것 같기도 하고 .. 또 동시에 어쨌건 한 인종 자체를 아예 청소해버리겠다는 생각이 머리가 쭈뼛설만큼 무서운 생각이라고 느끼기도 하고. 다만 실제로 너와 같은 의견을 가진 사람들의 수가 더 많기도 할거야! 특히나 정치학 법학 쪽 친구들이 그런 모습을 많이 보이더라. 난 감성적인 사람인가봐 O_O
분명 홀로코스트에 일정부분 이해하기 힘든 이상한 또라이 같은 맹목과 광신이 있었긴 했지만, 그렇다고해서 행위에 대한 질적평가 자체가 틀려진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는 말임
응 나도 오랜만에 여기서에 만족스러운 의견 교환을 한 것 같아서 기쁘네... 종종 좋은 글 남겨주삼^^
응응 고마워! 또 다른 글로 찾아올게
은근슬쩍 펩시 음해하는거 소름돋네
존나 맛없는데 어떡해 그럼
펩시의 우월함은 고대 수박도에서도 기록되어 있으며 이는 블라인드 테스트로 증명된 바 있다
프랑스 현대철학은 어때? 친구는 영미권에서 공부한 것 같은데 ㅎㅎ - dc App
난 중국이랑 독일에서 공부했어. 프랑스 현대철학 잘 몰러 ㅎㅎ
나는 그냥 선과 악은 특정 집단의 이익이되면 선 해가되면 악이라고 생각했는데 집단을 초월한 인류라는 개념으로 봤을때의 인류의 절대적인 선과 악이 정의된다고 하면 실로 흥미롭지 않을수가 없어요 각 주장들이 박터지게 토론할거 생각하니 너무 흥분돼요 동서양을 막론하고 사실 선과 악의 기준은 우리가 사회화 되면서 배우는 불우한 이웃돕기나 사람을 죽이지 말것 처럼(극단적이긴 하지만) 일맥상통하는 부분들이 있고 실제로 현행법으로 규정하는 불법적인 악행들의 경미함을 따져서 처벌을 정하는 것을 보면 먼 옛날 현자집단이 만들어낸 개념이 아닐까함
하느님은 왜 선량한 좁에게 고난을 주었는가? 당신은 여전히 자유의지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하느님은 언제나 신비하게 움직이신다
바타유~
다음 포스팅으로 당첨
악은 어디서 탄생하는가? 를 두고 문호들이분석한 것들 모아서 나온 책 있음??
음...,, 내가 알기론 없어.. ㅠㅠ
고양이가 왜 파란지도 이야기 해줘봐요.
흥미롭게 읽다가 당떨어져서 글 끊는거 개 킹받네 2부 '줘'
그..그래 ..
왜 악이라는 추상적이고 음울한 주제에 연구하게 된 거야? 한나 아렌트처럼 어떤 계기가 있을 거 아냐? 그게 궁금함. 또한 유학생으로서 느꼈던 차별이나 멸시, 조롱 따위에서 악을 느낀 점들은 없었어?
난 원래 이해할 수 없는 걸 좋아했어 ㅎㅎ 나보다 머리 좋은 애들이 이해 잘 되는 분야에선 날 앞설까봐..??
굳이 계기를 꼽자면, 난 항상 영화나 소설을 읽을 때 악역들에 대한 애착이 있었거든. 그 사람들을 비난하지만, 또 동시에 흥미롭고 섹시하다고 느껴서.. 그 이유가 궁금해서 시작한 건데 어느새 박사논문주제가 되어있더라고. 아무래도 악이 더 매력적으로 느껴진다는 건 그만큼 덕이 빛을 잃었기 때문이야. 그런 만큼 내 연구의 끝에 다른 연구 주제에서 느낄 수 없는 무언가 보람이 더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 참고로 독일에서 유학생으로써 느꼈던 차별이나 멸시 조롱은 전~혀 없었어. 오히려 내가 거의 유일한 한국인이어서 틴더의 왕이 됐었지
실험용 생쥐의 사용은 악인가? 현재 도축 시스템은 악인가? 이런 것들에 대한 철학적 논거를 마련하는 작업인가?
그런거는 나보다는 철학자들의 일이 되겠지만, 우선은 맞아! 최근에 캠브릿지에서 나온 Evil and Meat인가.. 하는 글 쓰신 박사님이 아마 그런 연구 주제로 많이 하고 계실거야. Animal ethics가 영미권에서 꽤 prominent한 분야가 되고 있거든. 칸트도 저서에서 그런 얘기한 적도 있고. 윤리적 consideration의 범위에 동물까지 포함해야하느냐 마느냐도 꽤 오랜 떡밥이기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