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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른하르트 슐링크, <책 읽어주는 남자>
1.
독일의 패전이 눈 앞에 다가오자, 수용소에 수용된 유대인들을 모조리 끌고 독일로 돌아오라는 명령이 내려졌어
그래서 유대인들을 끌고 퇴각을 하던 중 어느 한 마을에 묵게 되었지
유대인들은 모조리 교회에 가둬놓고 친위대와 군인들은 옆에 있는 목사관에서 하룻밤을 보내게 된 거지
그날 밤 그 마을에 연합군의 폭격을 가했고, 폭탄 중 하나가 유대인들이 자고 있던 교회에 떨어졌지
혼비백산한 수비대 본대는 모조리 도망쳤고 현장에는 수용소에서 행정업무나 하던 여자 친위대원 몇명이
쏠 줄도 모르는 총 몇자루와 함께 남겨졌지
교회에는 점차 불이 번지고 있었고, 교회의 문은 밖에서 잠겨져 있었지만
친위대원들은 아무도 교회의 문을 열어주지 않았어.
그리고 그 마을 사람들 역시 그 광경을 지켜보고만 있을 뿐이었지
그 결과 아주 극소수의 인원을 제외한 교회 안에 있던 유대인 여성 포로들이 전부 불에 타 죽었어.
그리고 꽤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 당시 현장에 있었던 여성 친위대원들이 전쟁범죄로 기소가 되지.
2.
그 여성 친위대원 중 한 명이 문맹이었어. 하지만 자신이 문맹이라는 사실을 들키고 싶지 않았지
그녀가 친위대원이 된 주된 이유도 자신이 문맹인 것을 들키지 않고서 일할 수 있는 직장이기 때문이었어
그녀는 재판에서 재판장에게 묻지
내가 뭘 했어야 하냐고? 재판장은 뭘 했을 것이냐고?
그녀가 바랬던건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답변이지만,
재판장이 대답할 수 있었던 것은 일반적이고 추상적인 인류애와 도덕 같은 이야기 뿐이었지
3.
이 소설은 가해자로써 마주하게 된/ 마주할 수 밖에 없었던 / 마주해야만 했던 비극적인 삶에 대한 이야기야
물론 단순히 홀로코스트의 죄책에 대한 이야기 뿐만 아니라,
그런 여자를 사랑하게 된, 지켜봐야 하는, 바라볼 수 밖에 없었던 전후 세대의 착잡한 슬픔
아니 슬픔이라고 단정짓기에는 슬픔보다 더 큰 무엇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해
그리고 물론 사랑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고, 책임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며, 역사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해.
무엇보다도, 작가가 직접 쓴 것처럼,
진실된 이야기야. 그래서 이것이 슬픈 이야기인지 행복한 이야기인지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질문이지.
4.
오랜만에 여러 층위를 가진, 복잡다단한 감정을 차분하고도 섬세하게 펼쳐 놓는, 묵직한 여운을 주는
아주 좋은 소설을 읽었네
혹시 비슷한 주제와 느낌의 소설을 원한다면, 좀 길긴 하지만
윌리엄 스타이런의 <소피의 선택>이라는 책도 추천할께
대가리 텅 빈 거 이상 이하도 아닌데 전범 엔딩이 딱인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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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안 봤는데, 책도 잘 썼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