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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마뉘엘 카레르, <왕국>



신앙을 가지고 싶었지만, 실패하여 회의주의자가 되어버린 작가가 쓴

바오로와 루카를 중심으로 초기 기독교 시대를 다룬 에세이다.


신약의 주요 복음서와 경전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서 어떤 맥락에서 쓰여졌는지

그리고 거기서 이야기하는 것들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에 대한 연구와 고찰이

자신에게 왜 신앙이 필요했지만, 어떻게 거기에 이르지 못했는지에 대한 개인사와 적절히 믹스되어 있다. 


주된 의문은 왜 베드로나 요한처럼 예수님과 함께 했던 제자도 야고보처럼 예수님의 혈족도 아니었던, 

바오로가 어떻게 신약에서 그렇게 큰 지분을 차지할 수 있었는지에서 출발하긴 하지만,

특정한 목적이나 미리 정한 결말없이 700페이지에 걸쳐서 작가의 사유와 공부의 과정을 보여줄 뿐이다. 

어쩌면초기 기독교역사나 신약의 주요 경전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와 입장이 있는 사람이라면,

보다 풍부한 독서를 할 수 있는 책이지 않을까 싶다. 


난 결국, 

믿을 수 없는 것을 믿어야 진정한 믿음에 이를 수 있다는 믿음의 역설과

믿음, 소망, 사랑 그 중에 제일은 사랑이란 이야기로 읽혔다. 



잘은 모르지만, 현지에서는 미셸 우엘벡에 비견될만한 명성과 평가를 받고 있는 유명 작가란다. 

읽어보니 그럴만하다. 

줄리언 반스가 쓰는 에세이들과 비슷한 느낌을 받았는데, 

굳이 자신의 현학과 유머를 뽐내고 싶어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내 기준엔 더 입맛에 맞는 작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