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나는 문학충이다. 비문학은 오로지 미술 관련만 읽음.
독갤의 영원한 떡밥 독서 효용론.. 그냥 '왜 읽음?'이라고 물으면 '꿀잼임 ㅋㅋ함 무 봐라 디진다 안카나' 할 수도 있지만..
문학충으로써 누구나 '효용'에 대한 질문을 받았을 때, 분노가 치밀어 오를 수도 있지만 나름의 답변을 상상하는 경험이 있을 것이다.
'뭐 소설 읽으면 도움됨?ㅋ' <<이딴 질문 받으면 열받는 경우가 꽤나 있다. 애초에 저런 질문은 진짜 궁금해서가 아닌, 다른 이야기를 하기 위한 빌드업용 질문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항상 무언가를 준비해놨다..
내가 생각하는 '문학'의 이점.. 비유로 한 번 써보겠다. 대단히 논리나 학술로 쓸 자신은 없음 ㅋㅋ
1. 피카소의 '게르니카'를 보는 관람객들이 있다. 어떤 사람은 게르니카에 코를 쳐박고 구경하고 있다.
'이거 그냥 쑥 색이네'
2. 몇 발짝 떨어진 사람이 말한다.
'몇 가지 말과 인간과 유기물들이 뒤틀려 있네.'
3. 더 가서 '피카소'를 아는 사람이 말한다.
'평면을 역설적으로 활용하는 큐비즘이네.'
4. 스페인 역사를 아는 자가 말한다.
'스페인 지역 내전의 고통이 느껴진다.'
5. 그 근처의 서양사가 말한다.
' 벨 에포크, 1차대전 이후 2차대전 직전의 참담함이 느껴진다.'
6. 다양한 미술사 자체를 읽는 자가 말한다.
'이것은 결국에 피카소의 어떠한 정치색과 표현주의적 메세지를 떠올리게 한다. 1930년대는 어쩌구 저쩌구 .,...'
7. 그 외 더 넓은, 다수가 감상한다.
여기서 '더 넓게' 보는 이들은 '쑥색이네'라는 감상평을 남긴 사람이 왜 그랬는지 알 수 있다. 그리고 쑥 색만 보는 인간은 그 이상을 보는 것을 이해하지 못한다. 더 많이 멀리서 보는 이들은 그에게 무언가 설명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저 '허허. 맞아 쑥색이야.' 정도로 이야기 할 수 있을 뿐이다...
사실 이것은 아주 편협한 비유다. 수많은 '인간'들의 이야기는 훨씬 더 복잡하고 무한하다. 무한하지 않다면 무한하지 않은 이야기를 무한하게 할 수 있다. 어쨋든 훨씬 복잡한 이야기, 인생, 인간에 대한 것을 '문학'의 세계에서 다양하게 마주할 수 있다. 개인의 상상력을 초월시켜 준다. 그러면서 점점 '쑥색이네'라고 하는 사람들에게서 멀어져간다. 여전히 '쑥색'의 인간들은 더 멀리서 보는 자들을 이해하지 못하지만, 그 역은 건너편을 품는다.
그저 재미로 봐서도 다양하게 표현할 수 있다. 쉽게 왜곡의 비유를 들자면 초콜릿의 단 맛, 꿀의 단 맛, 설탕 자체의 단 맛도 다 다르듯이, '서사'의 맛도 다르다고 말 할 수 있겠다. 역시 한없이 부족한 나의 망상이다.
어쨋든, 문학은 나를 더 먼 곳으로 보내주면서도 아주 가까운 곳에 숨을 수 있게 해준다. 이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가끔은 냉소를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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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지 않으니 함 읽어보시졍 ㅎㅋㄴ
마드리드에서 게르니카 처음 봤을때 발가락 부터 정수리까지 온 몸에 돋았던 소름이 아직도 기억납니다.
워낙 대작이라서 그림 자체만으로도 좋죠! 한국 역사에 끌어 올 여지도 있구요. 더군다나 그림 자체만으로도 크게봐도 브라크, 피카소의 존재감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지금은 유럽여행하면서 미술관을 50군데 정도 갔는데 조금 더 깊게 학문적으로 접근하고자 하면 곰브리치 서양미술사로 입문하면 될까요?
오 지금 유럽이시면, 여러가지로 겪으시는걸 가장 추천하는 데, 일단 현재 계신 오스트리아의, 역사적 최고의 재능은 클림트 입니다. 제자인 쉴레랑도 비교 불가능할 정도의 재능이에요. 그리고 유럽에서 꼭 직접 보셨으면 하는 화가들은, 미켈란젤로 빼면 렘브란트, 벨라스케스, 루벤스 입니다. 그리고 고흐도 직접 보는게 좋으실 겁니다. 마네, 세잔 등등은 꼭 직접 보실 필요는 없다고 느낍니다. 오스트리아에서 작품들 감상하시고(솔직히 클림트만 보면 됨) 여건이 되신다면 옛 플랑드르 지방(네덜란드) 를 꼭 방문하시는 것을 추천드려요! 한국에 전시 거의 안옵니다. 오더라도 해외 순회용 레플리카가 옵니다!
프라고나르, 와토도 혹시 기회되시면 관람하시는거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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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운 비유만 들어있어여
이거 쑥색이네
허허!
좋은 글인데 왠지 알바가 실베보낼 것 같다
진심으로 그런 일은 없기를... 좋은 글이라고 해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이친구 문학 좀 읽을 줄 아는 친구네
글을 보고 작가가 말하고 싶은 게 뭘까 작가는 무슨 경험을 했길래 이런 글을 쓴 걸까 세상에 이런 글이 나온 이유는 뭘까 등등.. 이런 걸 생각하는 게 재밌으니까 읽는 게 문학이지 ㅇㅇ 그래서 넷플이나 유튭처럼 재밌으니까 읽는 거라 해도 이상하게 못 알아듣더라
여러 매체들이 서로 다른 다양한 매력을 지닌다고 생각하는데 문학은 그 중에서도 가장 창작자에 물리적으로 접근할 수 있다고 느낍니다. 제가 사랑하는 그림들도 그렇구요! 종합적이지 않은 매체의 특수성이라고나 할까요... 감상의 자유도도 높을지도 ㅎㅎ
좋은 글임. 평소에 문학을 읽으면서 비슷한 생각을 많이 했는데..
혹시나 비유할 일이 있다면 도움이 될까 하고..ㅎㅎ
위에 쓴 댓글도 굉장히 공감감. 비엔나에선 클림트 키스 같은 그림들 사람 없을때 볼려고 오픈 하자마자 입장했는데 정말 감탄스럽더라. 뮌헨 알테 피나코테크에서 루벤스 작품들이 그랬고.. 가장 인상깊었던 미술관 중 한 곳은 네덜란드의 크뢸러-뮐러 미술관이었음. 유명한 고흐 작품들을 많이 소장하고 있지만 국립공원 안에 있는 미술관 자체가 인상 깊었지. 전율을 느끼게 한 작품 한 개만 꼽는다면 저 게르니카.
뉴욕으로 현대미술이 옮겨가기 전의 정수가 약 300년가량 네덜란드에 담겨있다고 생각합니다! 대체 불가능한 무언가가.. 클림트의 키스를 직접 보신 건 너무나 좋은 경험이네요. 오스트리아가 생각보다 관광객이 적어서 저도 굉장히 행복했었던..ㅎ 게르니카 저도 꼭 실물로 보고싶습니다 ㅠㅠ
진짜 네덜란드에 알찬 미술관들이 많죠.. 헤이그에 마우리츠하위스도 있고. 언젠가 게르니카는 꼭 직접 봐보시길 바랍니다. 진짜 태어나서 그런 느낌은 처음이었는데, 마드리드에 갈 이유는 저 그림 하나 보는거만으로 족해요.
미술 관련된 일을 하시는지요? 혹시 미술사나 미술 관련 읽어볼만한 책은 어떤게 있을까요? 저도 미술관 박물관 다니는게 취미라.. 확실히 읽은 만큼 보이더라구요.
미술관련 일을 하기는 하지만, 부분적인 것 제외하고는 미술 관련 서적을 추천하기는 힘드네요 ㅠㅠ 결국에는 감상이 큰 부분을 차지하니.. 14세기부터 20세기 에콜 드 파리 까지의 대략적인 것들을 훑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르네상스는 이태리 관련 미술사조 자체보다는 유럽 전체의 분위기를 보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감사합니다. 독일에 다녀온 후 청기사,다리파 작품들을 파보고 있었는데 말씀을 들은 김에 르네상스부터 한번 훑어봐야겠군요. 이번엔 북유럽-독일의 르네상스 위주로 좀 봐봐야겠습니다.
문학보다 비문학을 읽어야 하는 이유같아요
저는 좋은 문학에서 다양하고 치밀한 인간상이 파생되고 그것으로 여러가지 이야기를 돌아볼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만약 비문학에서 더욱 그렇다고 느끼면 새로운 시각이네요! 저도 비문학을 더 읽고 싶지만, 시간이 참으로 부족하네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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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브리치 박치기 - dc Ap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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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싶은 문학이 쌓여있어서 비문학이 밀려버렸어요 ㅋㅋ. 미술 입문은 저는 어릴 때 부터 어머니께서 마네~피카소전, 샤갈전 등을 보여주시기도 했고, 그 이후로는 제가 직업이 되기도 했지만, 르네상스부터 20세기 초(청기사파 같이 화가들이 직접 만드는 사조가 나오기 직전 까지)까지 얉게 핥은 뒤 마음에 드는 작품들의 강의를 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다른 여러 사학들 처럼, 미술사학도 항상 평가가 바뀌고, 또 다양한 주장이 생겨나거든요.. 저정도만 알아도 그런 평가에 흥미가 생기실 겁니다!
저랑 너무 같은 견해를 갖고 계세요 혹시 쿤데라 에세이들 읽어보셨나요? 소설만이 말할 수 있는 것을 말하는 게 소설의 유일한 도덕이라는..
쿤데라를 매우 사랑합니다....양립하는 관념들을 재미나게 풀어낸다고 생각해요. 쿤데라 작품 속의 이분법적 관념 중에 무언가를 선택하고 참이라고 여기는 것은 곡해라고 느낍니다.. 님이 말씀하신 소설적 기능에 동의합니다!
나는 책을 읽는 1순위의 이유가 아직도 재미지만, 카탈로니아 찬가를 읽고 언론관이 크게 변한 적이 있음. 결국 책은 읽으면서 무의식적으로라도 영향을 주는 듯
너무 진솔하게 썼네. 마지막 문장이 핵심이고. 결국 타인과의 차이를 부각시켜 우월감을 느끼는 거잖아. 부르디외 문화계급론에 딱 부합하는 글임. 철학책도 읽어라. 그래야 효용성 있음
효용 때문에 읽는다기보단 , 나한테는 재미가 1순위인데 누가 효용을 물어봣을 때의 생각임 ㅋㅋ 마지막 문장이 핵심이라는게 뭔가 찔리네... 더 넓은 마음을 가져야겠다
걍 내 솔직한 느낌이라 ㅋㅋ
이야... 비유 장난없네 - dc App
예전에 누가 얘기했던 "문학을 알면 삶의 해상도가 높아진다" 랑 일맥상통하네 - dc App
난 그게 악순환의 시작이라고 느껴지는데. 그냥 쑥색이라고 느껴지는걸 오로지 감상자의 문제로 치부하고 끝낸다면 미술건 문학이건 갈라파고스화 현상에서 영원히 벗어나지 못하고 침몰하고 말거야.
미술은 원래 대중의 것이었던 적이 없다
나는 문학은 좋아하지만서도 서예를 보는건 "그냥 붓으로 쓴 글씨"로 밖에 안보이는 인간인데, 만약 서예를 아는 사람들이 허허,하면서 뒤에서는 나한테 냉소날릴거라고 상상하면 정말 기도 안차는군.
이게 가만히 있는 사람한테 냉소를 보낸다는게 아니라, '그거 도움됨?ㅋ '같은 태도로 다가오는 사람에게서 느낀다는 의미로 쓴거긴함. 내가 글을 잘 쓰진 못해서 의도가 좀 다르게 보일 수도
그 사람들도 너가 그냥 붓으로 쓴 글씨로 보는 널보면 기도 안참
초록색이네
<우리는 지금 문학이 필요하다>라는 책을 ㅇㄹㄱ으신다면 가슴이 따뜻해지실겁니다.. - dc App
그냥 재밌어서 읽는편인데, '어 이거 XX에서 나온건데 인용한거네?' 나 '이거 XX에서 나온거 오마주한거구나' 같은거 자연스레 알아채면 기분좋아지더라.
내용은 별거 없는데 글을 문학적으로 썼네. 이게 문학의 효용인가 싶다
단도직입적으로 주장을 말하고 근거를 제시하는 게 아니라 점진적으로 서사를 만들어내노
왜 쑥색이라 감상을 표한 사람한테 그림에 대해 설명하는게 무의미한지 잘 모르겠어. 쑥색이라 표현한 사람은 피카소, 스페인 내전을 모르는 사람이지 편협한 사람은 아니잖아
비유일지도 모르지만 내 생각엔 막줄도 그렇고 그냥 글쓴놈이 어떤 감상을 표하는 사람은 대체로 어떤 사람일 것이고... 하면서 인간을 도식화하는걸로 보이는데
공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