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나온 중학교는 반별로 한명씩 뽑아 둘씩 짝지어 도서관의 사서를 시켰다.

난 책 읽는 걸 좋아해 기꺼이 그 일을 맡았다.



나와 같이 짝이 된 애는 배시시 웃는 게 참 예쁜 그런 아이였다.

점심시간이나 방과후 단둘이 도서실을 지키며 군것질도하고 컴퓨터에 게임도 깔아서 하고 책 이야기도 많이 했다.

몸집이 작은 그 아이는 가끔씩 나에게 기대면서 귀엽게 칭얼거렸다.

어느새 나는 도서실에 갈 시간이 기다려졌다. 그 애는 도서실에 사람이 없으면 창가에 앉아 책을 읽었다. 도서실 문을 열면 그 애가 밝게 빛나 보였다.

도서실의 창문으로 옆의 여학교가 보였고 여자애들은 이 쪽을 바라보면서 손가락질했다.

입학할 무렵 학생수가 줄어 그 여학교와 합병해 공학으로 만든다는 이야기도 나왔지만 졸업할 때까지 이루어지는 일은 없었다.

그 애는 한국문학을 싫어했고 서양 고전을 좋아했다. 나도 따라서 꾸역꾸역 그걸 읽었다. 레미제라블, 좁은 문, 갈매기의 꿈, 작은 아씨들은 그 때 읽었다

오늘 따라 그 애가 생각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