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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는 대체로, 약화되거나 강화되는 정도의 수정을 넘어 덧칠에 가까울 정도로 수정된다. 그것이 꼭 어떤 이데올로기를 강화하려는 의도라기보다는, 셀 수 없이 많은 수많은 고대 종교들의 피 튀기는 싸움과 통합에 의해 생긴 결과를 그 영향을 받은 후대인들이 부연 설명을 붙여 어떻게든 설명하고자 하는 것에 가까울 테다. 메데이아 전설 역시 그 예시로, 그녀에 대한 수많은 전승들은 우리가 아는 그리스/로마 신화의 통일적인 구조에 맞지도 않고, 다소 기묘하다.
<메데이아>는 우리가 익히 아는 그 구조에 신화 아래에서 덧칠되었을 현실을 쑤셔넣으며 비틀어지는 구조의 긴장을 조성하는 글이다. 에우리피데스의 <메데이아>가 완성시킨 한 사람의 악녀의 격정으로 인해 파국으로 치닫는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 아래에는 통일되지 않은 파편적인 일화들이 있고, 이 일화들 제각각에 재차 물을 줘 싹을 틔우며 다시 이어붙인 메데이아 이야기에는 신화적이면서도 현실적인 갈등들이 있다. 물론 비극적인 결말로 끝나는 종류의.
다만 기묘한 것은 <메데이아>의 페미니즘적인 세계관 속에는 사실 그보다 더 지역적이고 시대적인 통한이 깃들어 있다는 점이다. 코르키스에서 탈출한 여성들에게 “피난민”이라는 지위를 부여함으로서 특히. 일전, 란스마이어의 <최후의 세계>를 읽었을 때 이와 비슷한 느낌을 받았는데, 얼핏 보기에는 고전 위에 탈지역적인 현대성을 덧씌워 쓴 글인 것 같으면서도, 사실은 당시 히틀러와 나치 독일의 구도가 비유적으로 알알이 박혀 있었던 것처럼 말이다. <메데이아>의 경우, 이는 동독 사람의 비애와 얽혀 있다고 생각이 든다.
사실 신화 덧칠은 현대를 살고 있는 우리의 시각과는 달리, 상당히 오랜 기간 동안 서서히 다른 전승들이 생겨나며 변해간 부드러운 과정에 가깝고, 실제로 에우리피데스의 <메데이아>조차 당시에는 그리 좋지 않은 평을 받기도 했다. 실제로 일어난 사건들 위에 보다 더 단순하게 통일적인 이야기를 덧칠함으로써 대안적인 서사를 만들어내는 일은 사실, 고대보다는 근현대에 더 빈번히 일어났던 일이라는 걸 염두해둬야 한다.
그리 생각하면 <메데이아>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이것이 전복하고자 하는 고대의 가부장적 신화가 아니다. 코린토스는 가부장적인 사회이기 이전에 부유하며 착취를 은닉하는 국가이고, <메데이아>는 이 은닉된 비밀을 메데이아가 알아채는 데에서부터 시작하는 글이다. 곧, <메데이아>의 핵심은 전복의 대상이 아닌 전복 그 자체에 있으리라. 사회 대다수를 지탱하는 지배적인 이데올로기에 억눌린, 그 이데올로기는 포용할 수 없는 파편적인 일화들을, 다시금 돌아보게끔 하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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