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문은 이승우“

이승우의 문장론은 세계적으로 봐도 매우 특이하다. 보통 작가들이라면 앞에서 ‘소설’이라는 표현을 썼다면 뒤에선 ‘작품’ 등의 대체어를 선택해 반복된 사용을 꺼린다면, 이승우는 오히려 하나의 단어를 여러번 반복하며 일정한 리듬과 문장 사이의 거리감을 좁힌다

이승우의 문장을 읽을 때면, 사슬로 연결돼 끊어지지 않는 단단한 사유의 탑을 쌓는다는 생각이 든다. 단순히 미학적 장치를 넘어 소설의 사유와도 연관되는 놀라운 작법을 선보이기 때문이다.

“있을 때 알지 못하는 것을 없을 때 알게 된다, 없을 때 알게 되는 것은 있을 땐 알 수 없는 것들이다, 부재는 인식의 근거가 된다.“


지상의 노래의 한 구절이다. 이 문장을 총 3개로 나눈다면, 언뜻 보기엔 첫 구절과 두 번째 구절을 동어반복이라고 느낄 수 있다.

첫 구절에선 (타자가) 있을 땐 알지 못했던 것을 (타자가) 없어졌을 때 알게 된다. 두 번째 구절에선 첫 구절의 의미를 확장시킨다. (타자가) 없을 때 알게 되는 것은 (타자가)있을 땐 ‘알 수 없는 것‘ 이라며 불가능을 상기시키곤, 3번째 구절에 와선 (타자의) 부재가 인식의 근거가 된다고 못 박으며 강조한다.

마치 삼단논법이 떠오르는 이 문장은 동어반복 같아 보이지만, 미묘한 뉘앙스와 의미를 차이를 두며 최종적으론 사유의 확장까지 연결시킨다.

리드미컬한 구조적 설계와 사유의 확장, 이러한 건축학적인 테크닉을 구사했던 작가가 누가 또 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