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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먼드 카버의 책은 처음 읽습니다.
현재 3분의 2쯤 읽었습니다.
읽다가
체호프 단편선 읽을 때랑 비슷한 점이 있어서 몇자 적어봅니다.
이 책도 기승전결에 중점을 준 것이 아니라
화자와 등장 인물들의 감정에 집중하고 묘사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초반에 ? 이렇게 끝나? 하는 작품들이 있었는데
(수록된 단편 중에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은 다른 작품들과 다르게 기승전결이 뚜렷합니다.)
어차피 결말이나 구조가 있는 이야기가 아닐거라는 생각을 하고
화자와 등장인물의 감정에 집중해서 보니 묘미가 있더군요.
체호프의 단편선도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형편없는 작가 지망생의 작품을 들어주는 주인공의 짜증을 그라데이션하게 끝까지 묘사하거나
미인을 바라보는 심정 등 하나의 상황에 감정을 다채롭고 유머러스하게 묘사하는게 체호프 단편이었는데
기승전결의 구조가 없이 감정 묘사에 중점을 둔 것은 비슷하지만
레이먼드카버는 확실히 체호프하고 다른 점이 있습니다.
체호프는 한 가지 감정에 집중해서 (대게는) 유머를 더해 묘사하는 반면
카버는 상황에 따르는 감정에 다양한 면을 묘사한다는 점입니다.
(누가 더 낫고 그런게 아니라 차이점을 얘기하는 것 뿐입니다.)
복합적인 감정은 논리적으로 설명하기 어려운데
카버는 그것을 글로 표현하는 느낌입니다.
예를 들어
사랑했던 남편이 직장을 잃고 백수가 되어 일을 구하지 않고 뒹굴거리는 것을 바라보는 아내의 심정은
한가지 감정으로 설명할 수 없습니다. 애증하면서도 희망을 가져보려는, 양육에 무심했던 아버지까지 떠오르는,
행복한 가정을 가지고 싶은 마음, 등 아내의 심정이 담긴 글을 찬찬히 보면 복합적인 감정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러한 다양한 감정을 짧은 글 안에 표현한다는 것 자체가 재밌네요.
<칸막이 객실>은
오랜만에 자식을 만나러가는 주인공이 기차 안에서 자식에 대한 자신의 감정을 찬찬히 들여다보는 작품인데
기차 안에서 외부적인 사건들에 대한 주인공의 반응으로도 주인공의 심정이 느껴집니다.
상황과 인물을 아주 가까이서 보면 정말 다양한 걸 볼 수 있고 느낄 수 있다는 것이 글로써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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