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은 책 일본 지식인에게 듣는 한일관계와 역사문제

 

동북아역사재단은 갈수록 악화되는 한일 역사 갈등을 풀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한가?’에 대한 해답을 찾는 과정 중 하나로 한일 관계 발전을 위해 오랜 시간 힘써 온 일본의 역사정치언론문화 분야 전문가 13인을 선정하여 개별 인터뷰를 하였다.

 

정치 관련 전문가는 오구라 기조간 히데키히라이와 슌지시라이 사토시기미야 다다시언론&문화 관련 전문가는 우에무라 다카시마쓰바라 가즈유키 그리고 한일 역사 문제 관련 전문가는 나카쓰카 아키라우쓰미 아이코다와라 요시후미와다 하루키기미지마 가즈히코미쓰하시 하로오이다.

 

인터뷰는 2018년 10월 초 ~ 12월 초순에 걸쳐 진행하였다관련 외부 전문가와 함께 하였다.

역사 부분은 정재정 시립대 명예교수에게 전적으로 도움을 받았다언론&문화 부분은 심규선 전 동아일보대기자정치 부분은 양기호 성공회대 교수의 도움을 받았다.

 

인터뷰는 일본 지식인들의 답변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거나 반론을 제기하기 보다는대체로 그들의 의견을 귀 기울여 듣는 방식을 취하였다상대방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여 그대로 실었다사족일 수도 있지만 이들 일본 지식인들의 의견을 동북아역사재단이 그대로 인정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밝혀둔다.

 



정치 전문가편

 


시라이 사토시

2001년 와세다 대학 정치경제학부 정치과 졸업

2010년 히토츠바시대학 사회학 박사 학위 취득

2015년 교토 세이카대학 인문학부 종합인문학과 사회전공 전임강사 재직 중

 

 

이명찬

선생님은 한국과 일본의 역사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시라이

모든 나라가 그렇겠습니다만 자국의 역사는 미화하게 마련입니다. 어떤 입장을 가지고 말하는지를 분석해야 합니다. 목적이 무엇이며, 미화할 때는 어떤 입장에 입각하여 말하는지를 봐야합니다. 그런 점에서 전후의 일본은 미국을 매우 의식하고 있습니다. 저는 그 부분의 구조를 연구해 왔습니다. 외교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말하기 전에 우리 사회의 역사 인식에 대한 전제가 어떻게 되어 있는지에 주목하는 일들이 제가 지금까지 주로 해온 일입니다. 그러니까 역사 인식 이전의 전제, 인식론적 전제에 관한 것이죠. 그렇게해서 나온 것이 패전의 부정이라는 개념입니다. 거기서부터 보기 시작하면 일본 외교 당국의 판단이나 행동의 배경이 되는 역사적 이데올로기나 현실이 지금과 같은 이유를 선명하게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이명찬

일본의 변화에 대한 선생님의 생각을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시라이

일본 정치 세력의 근본을 이루는 부분은 기본적으로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보수 세력의 지배가 이어지고 있어요. 한국에서 일본 연구를 하시는 분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중에 생각하게 된 것입니다만, 1990년대 한국은 일본이 친미적인 입장을 고수할 것이고 아시아 각국과의 관계를 개선할 것이라고 기대했습니다. 그래서 한국인들은 아마 혼란을 느끼는 것 같아요. 1990년대에 예상했던 대로 가고 있지 못하나 하고요. 제가 분석하기에 일본의 친미 성향은 아시아 각국에 대한 우월감과 같습니다. 친미인 동시에 한국과의 대등한 파트너로서 쌍방 신뢰를 강화한다는 것이 논리적으로는 그럴싸해 보이지만 실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이 표면화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이를테면 전후 일본 내셔널리즘의 본질은 전쟁에 졌는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일본이 아시아에서는 가장 선진국이다. 항상 일등국가다. 유일한 선진국이다라는 생각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아시아에 다른 선진국이 있으면 안 된다는 의미가 됩니다. 왜 그렇게 말할 수 있느냐 하면 아시아에서는 일본이 미국의 유일한 수하였기 때문입니다. 미국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한국도 중국도 아닌 일본이라는 의식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명찬

그것은 일반 국민 전체의 생각입니까? 아니면 일부 보수 세력의 생각입니까?

 

시라이

의식적으로 그런 사상을 가지고 발언하는 사람들, 속으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의견을 표명하는 사람들은 매우 적습니다. 하지만 그 사람들을 마이너티리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많은 일본인이 무의식적으로 가지고 있는 의식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극단적이고 차별주의적인 이데올로기는 엘리트층에서 주로 많이 볼 수 있는 의식입니다. 그것을 분명이 말할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실은 그런 의식을 가진 사람들이 많은데, 그것은 자민당의 구조와도 매우 닮아 있습니다. 자민당에는 여러 부류의 사람들이 있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헌법9조를 절대로 옹호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거의 사회당과 다르지 않은 입장을 취하고 있는 사람들도 있고, 한편으로는 꼭 개헌해야 한다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즉 다수 의견에 더해 소수의 극단적인 의견들이 큰 폭의 그라데이션을 이루며 이어져 있다는 것입니다.

 

결국 지금 어떤일이 일어나고 있느냐 하면, 예전에는 자만당 내에서 소수 취급을 받던 극우파들이 자민당의 안방을 차지하게 되었습니다. 예전부터 대일본.제국을 외치는 부류의 사람들은 있었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런 사람들은 이상한 사람취급을 당했어요. 그런데 지금은 그 이상한 사람들의 발언력이 매우 강해졌습니다.

 

사회가 달라진 부분도 있지만 어떤 의미에서는 그게 본심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일본인이 그것을 의삭하고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일 뿐, 의식하고 있는 사람들은 그런 형태로 매우 과격한 말들을 쏟아내고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의식하지 못해요. 하지만 사실 좀 그렇지 않나?’하고 생각하지요. 그것이 가장 잘 드러나는 부분이 815패전이 아니라 종전이라고 부른다는 점입니다. 최근 수 년간 일본에서 가장 보기 싫은 것 중 하나가 재일 코리안에 대한 배외주의 공격입니다.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도대체 뭘 하고자 하는 것인지 모르겠어요. 그들은 자신들의 주장을 통해 대일본.제국을 드러냅니다. , “너희들은 예전에 식민지였던 나라의 출신자이며, 대일본.제국에서 보면 명백히 2등 시민이다.”라는 것입니다.

 

패전의 결과로서 대일본.제국이 해체되고, 신 헌법으로 인권의 존엄성이 강조되면서 열도의 주민들끼리 서로 인권을 존중해야 하는데, 헌법 자체가 패전의 결과였던 겁니다. 그 점이 마음에 들지 않는 거에요. 일본의 행위는 인권 침해 그 자체였는데도 불구하고 조선인이 공공연히 2등 시민 취급을 당했던 과거의 시공간을 혐한 스피치의 현장에서 재현하는 것입니다. 당연히 거의 모든 사람들은 혐한 시위를 보면서 왜 저러냐, 너무 싫다라고 혐오감을 느끼게 마련이지만, 시위당사자들은 국민운동이라고 말합니다.

 

그런 사람들이 일본 국민들을 대표한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고 생각하는 선량한 보통 일보인들도 815일은 종전의 날이라고 생각하는 것에 위화감을 갖지 않습니다. 그들은 패전을 직시하지 않습니다. 보통 사람들은 단순히 보려고 하지 않는 수준이라고 한다면, 혐한 스피치를 하는 사람들은 패전의 사실을 적극적으로 부인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일반인들과 그들의 역사 인식은 연결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