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가워

안녕하세요! 며칠 전 <중상모략> 발송을 무사히 마친 각력맨입니다.

눈팅중 여행책 대회라는 것을 하길래 9월 초에 제주 여행을 다녀온 기억이 나 후기를 적어보려 합니다.


글쓰기만큼이나 좋아하는 것이 여행인지라, 시간 되고 돈 되면 그때마다 어디로든 떠나는 편입니다.

코로나 때문에 외국에는 나가지 못한 것이 꽤 되어 최근 2년은 제주도밖에 가질 못했네요 ㅜ.ㅜ

그래도 조용하고 한적한 분위기덕에 책을 읽기에는 최적의 장소라고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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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시작하며 찍은 사진입니다. 놀랍게도 즐거운 사람이 맞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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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가며 쟁여간 책들입니다.

위에서 아래까지 순서대로 나열하면


<절망>,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태엽 감는 새 연대기>, 무라카미 하루키

<대성당>, 레이먼드 카버

<패배의 신호>, 프랑수아즈 사강

<꿈>, 프란츠 카프카

<불가능>, 조르주 바타유

<토성의 고리>, W.G.제발트


...입니다.

현대 국문학에 도전한다는 놈이 읽는 것은 코쟁이들 글뿐이니 갈 길이 한참 멀어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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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가장 좋아하는 항공뷰!

비행기모드를 켜고 찍은 사진인데 사진 위치가 기록이 되더라구요? 역시 아이폰... 감탄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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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날 식겁했습니다. 아마 추석 연휴가 겹쳐서 관광객이 제대로 몰리는 시기였을겁니다.

택시 기다리는 데에만 한 시간은 족히 걸렸는데, 렌트카 장소를 잘못 알고 있었어서 다시 공항으로 돌아간 다음 한 시간을 더 기다렸더랍니다 ㅡ.ㅡ;;

차를 타고 바다를 슬쩍 훑어보고 싶었는데, 계획이 다 어그러져서 그냥 호텔로 들어갔슶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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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성당>을 주로 읽고 <꿈>과 <토성의 고리>를 조금 건드려보다가 배가 고파져서 근처에서 고기국수를 먹었습니다.

고기국수집인데 허름한 노포같기도 하고 무뼈닭발(?)을 파는 것이 뭔가...뭔가 로컬 맛집인 것 같아 들어가봤습니다.

확실히 로컬 맛집이 맞아서 국수도 맛있고 닭발도 맛있었습니다.

그런데 찐 로컬 맛집이어서인지 로컬들이 밥을 먹는 와중에 치고 받고 싸우기 시작하여 저는 국수를 다 먹지 못했습니다...

오늘 공치는 날이네, 하고 호텔로 들어와서 그 날은 그냥 글을 쓰다가 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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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부터 본격적인 여행을 시작했습니다.

차박용품 일체를 빌려주는 업체가 있다고 하여 아침을 먹고 장비를 빌려 해변으로 떠나기로 했습니다.

장소는 찾아봐야 할텐데, 꽤 맛있는 브런치였습니다. 다만 원가를 생각하면 속이 아릴 뿐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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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을 먹고 예약한 시간까지 기다리는 동안에는 바타유의 <불가능>을 읽었습니다. 꽤 재미있는 아포리즘이 많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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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박용품을 빌린 후에는 풍차해안이라는 곳에 가서 잠시 장비들을 점검해봤습니다.

차박이 처음이기도 하고 워낙 장비를 많이 빌려서 정신이 없었던 나머지 저것밖에 못봤습니다.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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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설치하니 제법 좋은 풍경이 되었습니다.

설치를 마친 후에는 편의점에서 캔맥과 매운 새우깡(트러플 새우깡?)을 사와서 책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모기가 너무 많아 도중에 모기향을 사오기도 했는데, 주변에 저와 비슷하게 차박을 하시던 분들도 모기에 시달려 나누어드렸습니다.

그랬더니 먹을 것들을 또 나누어주셔서, 나눔이란 것이 뭉클한 어딘가를 건드리는 감정을 모처럼 경험했습니다.

저 날은 즐겁게 <불가능>과 <꿈>을 읽었습니다.


...그렇게 끝나면 좋았을텐데, 간밤에 폭풍우가 몰려와서 부랴부랴 짐을 챙겨 제주시의 어느 찜질방으로 도망쳤습니다.

하여 다음 날 역시 컨디션 난조로 인해 모든 일정이 어그러지고, 제주도에서 가장 체크인을 빨리 하는 호텔을 잡기로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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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 도착한 곳이 <플레이스 캠프>라는 곳이었습니다.

몇 달 전에 '감옥 호텔'로 인스타에서 잠시 화제가 됐던 곳인데 은근 안락하고 좋았습니다.

그냥 지쳐서 아무곳이나 상관없었던 걸지도 모르겠지만 호텔 내에 여러 편의 시설도 있고, 책도 팔고 해서 좋았습니다.

푹 자고나서 밥을 먹고는 <태엽 감는 새>를 조금 건드려보았습니다.

저는 <해변의 카프카>를 기점으로 그 전의 작품들과 후의 작품들이 나뉜다고 생각했는데, 이 책을 읽고 그런 확신이 강해졌습니다.

하루키의 이고(ego)가 초반에 너무 진득하게 묻어나서 조금 불쾌감이 드는 정도였습니다... (말은 이래도 1권은 완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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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째 날도 날씨 때문에 계획이 어그러져서 그냥 이곳저곳을 전전하며 책을 읽다가 게하 혼술이라는 역대급 사태로 마무리했습니다.

저때 마셨던 것이 짐 빔과 잭 다니엘, 후로는 헤네시와 라가불린과 맥켈란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당연히 독서력은 미친 듯이 바닥을 뚫었고 사강의 <패배의 신호>를 읽었습니다.

그런데 운 좋게도 <패배의 신호>의, 정확히는 사강의 그리고 프랑스 문학 특유의 농도 짙은 멜랑콜리가 위스키와 잘 어울려서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계획이 어그러진 것이 한 두 번이 아니었지만 그거 뭐 아무렴 어때, 하며 즐거웠던 기억이 있네요.


여행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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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하를 나오면서 찍었던 힙한 배전반(...)과 스타벅스에서의 해장으로 여행을 마무리하고 왔습니다.

역시 <태엽 감는 새>를 도전했지만 실패하고 <토성의 고리>도 조금 건드렸다가 역해서 다 덮고 그냥 바다나 보다 왔습니다.


어쩔

정리하고보니 참 어지럽고 헤픈 여행이었습니다.

정해진 코스 없이 발 닿는 대로, 바퀴 닿는 대로 이곳저곳을 전전하다보니 뭔가 한껏 엉성한 4박 5일이 되었습니다.

돈낭비가 따로 없죠.


하지만 여행을 하다보면 느끼는 것이, 그런 방식이 제 방식이고 제게 가장 잘 맞습니다. 당연히 가장 즐겁고요.

선택 후에는 다른 것을 돌아보지 않는 것이 제 천성일수도 있지만 여행에서 배운 귀중한 노하우라고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책과 술과 드라이브와 폭풍우는 기묘하지만 잘 어울리는 조합이다, 라고 생각하고 다녀와봤습니다.


이상해


히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