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초중반 유형의 함축적이고 짧고 운율 살린 시가 가장 난이도가 높은 것 같다.


프로레슬링 유형으로 비유하자면 올드스쿨과 같다.


프로레슬링 얘기를 잠시 하자면 프로레슬링에도 올드스쿨, 하이 플라이어, 테크니션, 브롤러 등 여러 유형이 있는데


그중 가장 올드하면서 지루하고 동시에 재밌게 하기에 가장 어려운 유형이 올드스쿨인데


시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요즘 읽은 시집 중에 20세기 초중반 세대부터 시를 쓴 시인들의 시들을 읽어봤는데


솔직히 말하자면 좋은 시집을 거의 못 봤다.


가장 괜찮은 시인이 피천득 시인이었는데 피천득 시 수준만큼은 굉장히 난이도 높고 함축적이며 운율을 살리면서 잘 썼다는 시인은 아직까지 접하지 못했다.


20세기 중반부터 작품 활동을 해오신 몇몇 시인께서는 화려한 이력에 비해 지금 읽어보면 심심하거나 수준이 높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결론은 피천득의 위상은


프로레슬러로 비유하자면 릭 플레어와 같다고 본다.


빗자루와도 프로레슬링 할 수 있다는 릭 플레어의 신들린 레슬링 솜씨.


그렇다고 해서 피천득 시인이 릭 플레어처럼 호우! 아임 네이처 보이~!를 외치거나 급소를 노리거나 피겨 포 레그락을 피니시 무브로 사용한다는 건 아니지만


피천득 시인만큼 쉬워 보이면서 고난도 시의 필력을 선보이는 시인은 드문 것 같다.


온갖 기교가 듬뿍 들어간 요즘 프로레슬링들처럼 시들도 마찬가지이나 


피천득 시인의 기량이야말로 가장 흉내내기 어려운 시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