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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 조선의 화폐 사용은 수많은 부침을 겪다, 결국 일본 화폐인 제일은행권의 사용으로 귀결되었고, 이후 식민지화의 길을 걷는다.

익히 알다시피 실질가치는 상평통보의 5~6배이나, 명목가치가 100배인 악화 당백전의 유통은 조선화폐의 신뢰도를 급격히 추락시켰고, 이를 만회하기 위해 청전(청나라 돈)을 도입했으나 이 역시 실질가치가 상평통보의 1/3인 악화였다. 그 뒤에도 당오전, 평양전 등 연이은 악화의 발행과 화폐 가치 추락으로 조선 화폐의 신뢰도는 급락하였는데, 이는 일본 화폐가 파고들 틈새를 주고 만다.

본래 일본화폐 유통의 확대는 원론적으로는 일본화폐의 가치 하락으로 이어져야 하나, 실제로는 도리어 한전비가(환율) 상승을 가져왔다. 이는 전술한 조선화폐의 신뢰하락과 일본화폐 유통의 허용으로 인한 선호도 상승이 컸는데, 조선화폐경제에서 일본화폐가 차지하는 비중이 1890년대 이후 언제나 20% 이상이었던 점에서 이를 알 수 있다. 이 정도면 사실상 조선 경제가 일본화폐에 종속된 상황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일본은 조선에서 불태환지폐인 제일은행권을 남발하였고, 이는 사실상 청일전쟁과 러일전쟁의 전비 상당량을 조선과 대한제국의 민중들로부터 충당한 효과를 가져오기도 하였다.

1904년부터 시작된 이른바 '화폐정리사업'으로, 악화인 백동화(본래 대한제국의 보조화폐이나, 실제로 주조이익이 많아서 이게 주로 발행되었으며, 사주조나 일본상인들의 밀조도 많았음)가 대거 회수되었는데, 이 과정에서 대한제국 상인들의 자산 손실이 매우 컸다. 조세 수입 대비 파산자의 자산 규모가 15%에 달할 정도였으니, 그 손해를 알 만하다. 또한 화폐유통량의 1/3이 미환수되어 그대로 감소하는 효과를 가져왔으며, 이 조치로 사실상 대한제국은 일본의 경제적 식민지로 전락하게 된다.

글에선 요약 정리만 하느라 잘 드러나지 않았지만, 저자는 이 내용들을 각종 도표와 그래프로 잘 정리하여 근거 제시를 하고 있다. 화폐 침탈사라는 분야에서 사료의 부족으로 세밀함이 부족했는데, 그 부분을 좀 더 많이 보완했다는 느낌이 든다. 경제 쪽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 봐도 재미있을 책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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