젖지는 않지만, 왠지 모르게 피부가 축축한 안개와도 같은 봄비였다. 사람들이 보이는 곳으로 뛰쳐나가기 시작한 소녀는, 소년의 우산을 보고 처음으로 말했다.


"어, 비가 오네?"


  소년은 비 때문이라기보다, 소녀가 앉아 있는 가게 앞을 지나간다는 부끄러움을 감추기 위해 펴 들었던 우산이었다.


  그러나, 소년은 조용히 소녀의 몸에 우산을 받쳐 주었다. 소녀는 한 쪽 어깨만을 우산에 넣었다. 소년은 젖어가면서 '들어와' 라며 소녀에게 몸을 기울이는 것이 불가능했다. 소녀는 자기도 한 쪽 손으로 우산 손잡이를 같이 들고 싶다고 생각하면서도, 우산 속에서 달아나려 하는 듯할 뿐이었다.


  두 사람은 사진관에 들어갔다. 소년의 아버지인 관리가 멀리 전임을 간다. 이별의 사진이었다.


  "둘이서 여기 나란히 서 줘." 라고, 사진관 주인은 긴 의자를 가리켰지만 소년은 소녀와 나란히 앉지 못했다. 소년은 소녀의 뒤에 서서, 두 사람의 몸이 어딘가에서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하고 싶은 듯이, 의자를 쥔 손가락을 가볍게 소녀의 하오리에 닿게 했다. 소녀의 몸에 처음으로 닿은 것이었다. 그 손가락에 전해지는 어렴풋한 체온에, 소년은 소녀를 알몸으로 끌어안은 듯한 따뜻함을 느꼈다.


  평생 이 사진을 볼 때마다, 그녀의 체온을 떠올릴 것이다.


  "한 장 더 어때? 둘이서 나란히 선 모습을, 상반신을 크게 해서."


  소년은 그저 고개를 끄덕거리며, "머리카락은?" 이라고, 소녀에게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소녀는 가볍게 소년을 올려다보며 뺨을 붉히며, 기쁘고 밝게 눈을 빛내며 아이와도 같이 솔직하게 서둘러 화장을 하러 달려갔다.


  소녀는 가게 앞을 지나는 소년을 보자, 머리를 고칠 틈도 없이 달려나왔던 것이었다. 수영모를 막 벗은 듯이 헝클어진 머리카락이, 소녀는 견딜 수 없이 신경이 쓰였었다. 그러나 남자 앞에서는 부끄러워서 뒷머리를 들어올리거나 화장하는 듯한 행동도 할 수 없는 소녀였다.


  소년도 또한 머리를 손질하라고 말하는 것이 소녀에게 창피를 주는 것 같이 생각되었던 것이다. 화장을 하러 가는 소녀의 밝은 표정은, 소년의 표정도 밝게 만들었다. 그 쾌활함의 뒤에, 두 사람은 당연한 듯이 몸을 바싹 붙여 긴 의자에 앉았다.


  사진관을 나가려 하자, 소년은 우산을 찾았다. 슬쩍 보자, 먼저 나간 소녀가 그 우산을 갖고 큰길에 서 있었다. 소년에게 발견되자 처음으로 소녀는 자기가 소년의 우산을 갖고 나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고 소녀는 놀랐다. 무의식적인 행동 속에, 소녀가 그의 것이라고 느끼고 있는 사실을 나타낸 것은 아닐까.


  소년은 우산을 달라고 말할 수 없었다. 소녀는 우산을 소년에게 건넬 수가 없었다. 그렇지만 사진관에 왔던 길과는 다르게, 두 사람은 갑자기 어른이 되어, 부부와도 같은 기분으로 돌아가는 것이었다. 우산에 대해서의, 단지 이것뿐인 이야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