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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능적인 나체의 여인이 사내에게 손짓한다. 조금만 손을 뻗으면 거기에 닿을 수 있을 것이라고 유혹하지만, 차마 마지막 걸음을 내딛지 못하는 사내를 조소한다. 사신을 품을 용기가 없군요. 목숨은 커녕, 사회인으로서의 삶조차 버릴 용기가 없어. 하지만 언제라도 그러고 싶어지면 다시 여기로 오세요. 침대에 누워 눈을 감고, 당신이 상상하던것들을 모조리 들고. 하지만 상상하지 않은 것들은 모조리 내버리고.
프리돌린은 자신이 성취하지 못한 에로스를 현실에서 탐색하고자 여정을 떠나지만, 늘 마지막 한 걸음을 내딛지 못한다. 살아 있는 사내의 몸으로 타나토스를 끌어안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눈치를 채라는 양 암호로 넌지시 말하는 '덴마크'는 당연하게도 그가 취하고 싶었지만 차마 그러지 못한 나체의 덴마크 소녀를 떠올리라는 뜻이리라. 이 화려한 가면무도회장에서조차 그러지 못한다면 대체 언제 그럴 수 있을까?
알베르티네는 차마 정절을 버리지 못하고 돌아온 프리돌린을 다시 한 번 자극한다. 처음 프리돌린의 여정이 알베르티네의 고백에서 시작되었듯, 이번에도 그녀는 그의 정절을 바라지 않고 오히려 사내로서 이를 가볍게 무시하기를 바라는 것처럼 꿈 속의 이야기를 고백한다. 다시 떠난 프리돌린에게 또 얼마나 기회가 있었는지. 마리아네에게 한 번만 손짓을 했다면, 병실의 여인의 가슴을 뚫어져라 보기만 했다면. 그러나 이번에도 차마 그 손을 뻗지 못하고, 오히려 나체의 여인의 유혹에서조차 아내의 얼굴을 덧씌우고 있다.
이내 이 사내에게는 더 이상 희망이 없다고 느낀 여신은 겁쟁이 같은 프리돌린을 위해 차선책을 슬며시 보여준다. 어두운 시체 안치실 속에서 불빛이 드러낸 나체 시신은 그를 막연히 이끌던 성욕에 끝을 내린다. 그렇게나 아름답게 보였던 피부도, 가슴의 곡선도, 전부 누렇고 시퍼래지며 천천히 썩어가고 있지 않은가. 이 모든 여정은 끝이다. 다시 자신의 일로 돌아와 정절을 지키는 남편, 일과를 충실히 수행하는 의사로 돌아가자. 이 모든 욕망을 꿈꾼 적조차 없었다는 듯이.
그러나 알베르티네는 프리돌린이 그러지 않기를 원했을 것이다. 그녀가 발견하고 넌지시 놔둔 가면이 그를 용서하는 의미였을까? 반대로, 그녀는 이제야 비로소 그녀의 남편이 그녀에게 거짓말을 할 수 있다고 느꼈으리라. 사실, 프리돌린의 생각과는 정반대로, 그녀는 그의 고백을 말 그대로의 의미에서 받아들이지 않았을 테다. 두 사람이 껴안고 잠들었을 때, 알베르티네는 드디어 그녀의 남편이 거세된 남편이 아닌 자신과의 약속 따위는 저버릴 수 있는 사내가 되었음을 기뻐했으리라.
P. S. 영화 <아이즈 와이드 셧>을 본 이후, 등장인물들 및 배경은 그 영화 속의 모습으로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너무나 미국적인 로컬라이징으로 환상적인 분위기를 와장창 깨버리는 친구와의 이야기와, 마지막을 정리하는 섹스까지 떠오르지는 않지만.
개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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