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youtu.be/c8FfcnqsQCM


우연히 찾은 좀 오래 된 글인데 유익한 것 같아 링크 및 일부 내용 발췌해봄




조선의 인물, 조선의 책 신채호와 古書

영어 원서 읽으면서도 우리 책에 무한 애정

“신지식 배우되 옛 책도 아껴야” … 외국 문명 취한 세태엔 강력 비판


신채호는 많은 사람이 알고 있듯 외곬의 민족주의자요, 철저한 비타협적 독립운동가이자 역사학자, 언론인, 문필가다. 또 그는 크로포트킨(Pyotr Alekseevich Kropotkin, 1842~ 1921)에게서 사상적 세례를 받은 아나키스트이기도 했다.

단재의 공식적 사회활동은 1905년 장지연(張志淵)의 주선으로 황성신문사에 입사해 계몽적 논설을 쓰면서부터 시작


(중략)


1910년 4월 조선이 일본의 식민지가 될 것을 예측한 그는 중국 상하이(上海)로 망명한다. 그 후 이역에서 가난과 병고에 시달리며 한국사 연구와 독립운동에 헌신


(중략)


단재의 사상과 학문은 대단히 넓은 스펙트럼을 갖지만, 그 지적 토대는 한학(漢學)에서 마련된 것


(중략)


그의 천재성에 대해서는 여러 이야기가 전한다. 그가 18세 때 조부의 주선으로 당시 대단한 장서가였던 학부대신 신기선(申箕善)의 서재에 들어가 며칠 만에 장서를 다 보고 나왔다는 일화는 유명


(중략)


한학에서 지적 토대를 마련한 단재였지만, 언론인으로 활동하면서 지식의 범위는 확장되기 시작했다. 당시 조선에 전해진 중국 계몽사상가 량치차오(梁啓超, 1873~ 1929)의 저술들을 읽고 세계 변화에 눈을 뜨게 된 것이다. 여기까지는 조선의 계몽지식인들과 다를 바 없다. 그런데 희한한 것은 단재가 어렵다고 정평이 난 영어 원서를 줄줄 읽을 정도로 영어에도 능통했다는 것이다. 단재가 영어를 배운 것은 상하이 망명 시절이었다. 이광수가 전하는 이야기는 이렇다. 단재는 김규식(金奎植, 1881~1950)에게 영어를 배웠다. 김규식이 누군가. 미국에 유학해 프린스턴대학원(Princeton Academy)에서 석사학위까지 취득한 인물이다. 이런 사람이니 본토 발음을 까다롭게 가르칠 수밖에. 깐깐하게 발음을 따지는 김규식에게 진절머리가 난 단재는 영어책을 가지고 이광수를 찾아왔다. “나, 고주(孤舟·이광수의 호)한테 배우겠소. 발음은 쓸 데가 없으니 뜻만 가르쳐달라 해도 그 사람이 꽤 까다롭게 그러는군.”


(중략)


어쨌거나 단재의 영어 실력은 일취월장했다. 그는 영어책을 읽으면 이미 읽고 난 페이지는 모두 찢어서 휴지로 썼다. 누가 그것을 보고 정말 저 책을 읽고 아는가 싶어 물어보았더니 화를 버럭 내며 담뱃진이 질질 흐르는 담뱃대로 원문을 이리저리 그어가면서 읽고 설명하는데, 내용을 통달하고 있어 모두들 경악


(중략)


칼라일(Thomas Carlyle)의 ‘영웅 숭배론’, 에드워드 기번(Edward Gibbon)의 ‘로마 제국 쇠망사’까지 거침없이 읽었다 하니 독해력 수준이 예사가 아니었던 것이다.

영어책을 읽고 크로포트킨까지 섭렵했으니 단재의 사유는 자기 지식의 출발점이었던 한학, 곧 구학과는 결별한 셈이다. 하지만 그는 ‘구서(舊書) 수집의 필요’라는 논설에서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 즉 조선의 옛 지식을 담은 한문책을 열심히 수집해야 한다는 것


(중략)


이제 세상은 바뀌었다. 옛 서적을 버리고 새 서적으로 새 사상을 배우자. 근대적 계몽주의자 신채호의 생각이 확연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다. 그는 또 이렇게 말한다.


(중략)


나는 구서(舊書)가 장차 사라져버릴 것을 애석하게 생각한다. 대저 외국문명을 수입하매, 조국사상을 아주 잊어버리고, 이 세상이 오로지 외국의 인물만을 숭배하게 된다면 점점 우리도 모르는 사이 부외노(附外奴)가 될 것


(중략)


부패한 묵은 이야기라고 하여 말하기를 부끄럽게 여기며, 구서적(舊書籍)에 나타난 사적(事蹟)이라 하면 아무리 거창한 사실이라도 반드시 쓸데없는 지난 이야기라고 하여 입에 올리기를 창피하게 여긴다. 오로지 서양 철학자, 근대의 지식인이 지껄인 이야기는 잘되었거나 말거나 불문하고 노래하고 찬미하니, 이 역시 노예근성이 초래한 바가 아니겠는가.

새 사조(思潮)에 취한 나머지 자신을 몰각하는 풍조에 대한 통렬한 지적


(중략)


유럽 역사도 제법 알기에 한국의 역사를 물었더니 신라, 백제가 어디에 있는 나라인지, 동명왕(東明王)과 온조(溫祚)가 어느 시대 임금인지 모르더라는 것이다. 단재는 이제 하고자 하는 말의 핵심에 들어선다.

자국의 서적은 수천 년 동안 국민 선조 선배의 사상 심혈이 결집한 것이라 국민의 정신도 여기서 보고 국민의 성질도 여기서 찾을 것이며, 그 밖의 산천 인물 풍속 정치 등의 연혁도 이것을 근거로 삼아야 할 것이니 어찌 중요하지 않겠는가.

구서는 곧 ‘민족’을 담은 책이다. 따라서 ‘민족’ 됨을 잃지 않으려면 구서를 적극 수집할 필요가 있는 것


(중략)


단재의 구서를 수집하자는 주장의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 거의 성공하지 못했다. 막대한 양의 구서가 해외로 거침없이 유출


(중략)

큰 나와 작은 나 미리보기 [교보 eBook]

https://youtu.be/DmTysIf9VO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