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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진 구판, 도서관에서 대출>
옌롄커 입문작으로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를 읽었다.
처음 책을 펼쳤을 때 느낀 점은, 예상은 했지만 인물들이 행동하는 메커니즘이 조금 상이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들은 하나의 규율에 의하여, 하나의 사조에 맞춰서, 하나의 질서를 위하여, 모두의 하나로써 움직인다.
하지만 이러한 사회상과 인물관의 차이에서 불쾌하다는 느낌을 받지는 않았다.
그들이 마냥 체제 속의 인간으로만 묘사되지는 않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기본적으로 불륜이라는 소재가 기반이라, 정사에 대한 묘사가 생각보다도 구체적이었는데, 이건 조금 당황스러웠다.
그러나 소설이 결말을 향해 다가갈수록 이것은 그저 에로틱 소설이 아니라는 느낌이 들었다.
이 소설에서 욕정이라는 요소에 담긴 하나의 알레고리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것은 바로 체제에 대한 압박으로부터의 탈피, 또는 인간으로서 인간 본연에 대한 갈망이었다.
등장인물들의 삶은 뭔가 정해진 것처럼 딱딱 흘러간다.
현실의 우리도 기본적으로는 체제 속에 살고 있긴하다.
그리고 그것이 우리의 삶을 결정하고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소설에 묘사된 현대 중국의 모습을 보며 내가 유독 괴리감을 느끼는 이유는,
그 체제가 무언가 거대한 힘에 의해 형성되어, 모든 인민의 삶을 '제시'하고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기 때문이었다.
주인공인 우다왕의 인생은, 중국 시골이라는 공간에서 태어난 순간부터 이미 정해져 있었을지 모른다.
실제로 소설 속에서도 시골 출신은 대부분 도시로의 탈피를 갈망한다고 계속 묘사한다.
다행히 우다왕은 운이 좋게 이곳에서 탈피한다. 하지만 그후의 삶도 뭔가 인공적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특히 중요하게 다뤄지는 사랑의 경우도, 우다왕과 자오어즈의 결혼은 정략이라는 느낌일 뿐,
두 사람 사이에 깊은 애정은 전혀 느낄 수 없었다.(그나마 자식에 대한 사랑은 직접적으로 비치긴 한다.)
그리고 이 정형된 삶을 깨부수는 것이 바로 욕망이었다.
사실 초반에 묘사된 우다왕과 류롄의 관계는 다소 불순하게 비춰질수도 있다.
어찌 보면 사랑이 배제된, 권위에 따른 충성과 욕구에 의해 만들어진 관계로도 보인다.
하지만 진정 욕구에 몸을 맡기는 순간, 체제는 부숴지고 말았다.
이상한 말일지도 모르겠지만, 두 사람이 정사를 나누는 장면에서 나는 처음으로 둘의 인간다움을 느꼈다.
또, 욕구를 중점적으로 다루는 이 소설에선 식욕 역시 빠질 수 없는 요소다.
두 사람은 서로를 위해 요리를 해주는데,
어떤 때는 우다왕이 류롄에게, 어떤 때는 류롄이 우다왕에게 요리를 만들어준다.
이 교차적인 행위는 철저히 만족이라는 기준에 의하여 만드는 사람과 받는 사람이 정해진다.
두 사람 사이에 권위는 산산히 부서진지 오래였다.
그리고 유독 정사 도중에 눈물 흘리는 장면이 많다.
정확한 전문은 기억 안 나지만, 이 감정을 그리움이라 묘사하는 문장이 있었던 거 같은데,
이 그리움은 여러 의미로 읽힐 수 있겠다.
하지만 중요한 건, 그리움의 의미뿐만은 아닐 것이다.
어쩌면 진정 중요한 건 그들이 정사라는 행위를 통해 그리움을 느낀다는 사실이 아닐까?
추측컨대, 그들은 그들의 모든 욕구를 드러냄으로써,
본연으로써의 오랜 감정을 표출할 수 있게 되었을 것이다.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장면은 집안에 모택동과 관련된 물품들을 경쟁적으로 깨고 부수는 장면이었다.
이곳에서 욕구의 알레고리가 직접적으로 드러나게 된다.
두 사람은 사택에서 모택동과 관련된 물건들을 모두 부숴버린다.
단 하나의 팻말을 제외하고 말이다.
그리곤 부서진 권위에서, 오로지 두 사람의 세계 위에 몸을 뉜다.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
그 문장의 오롯한 의미만을 서로의 마음에 새겨둔 채로.
중문학은 살면서 처음 읽은 것 같지만, 다행히 큰 어려움을 느끼진 못했다.
아무래도 사회상이 많이 다르다보니, 읽으면서 상상하기 힘든 장면이 조금 많았고,
문체도 꽤나 낯선 점이 있었지만, 특유의 서정적인 문장 덕분에 읽는데 지루함은 없었다.
무엇보다 분량도 짧고, 서사의 흐름도 단편적이라 두 사람의 감정선에 보다 집중할 수 있었다.
음.. 오히려 완전히 이국의 이야기라 관망하는 마음으로 지켜볼 수 있었을지 모르겠다.
좋은 소설이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_ _)
다음에 읽을 거 추천 좀
ㄱ사서나 개구리 ㄱㄱ - dc App
확실히 사서를 많이 추천하는구나 사서가 GOAT긴한가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