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체는 "신은 죽었다"라는 좆간지나는 대사 하나로 수많은 니체 빠돌이를 양산한 철학자일 거임. 물론 빠가 까를 만든다고, 암 것도 모르면서 니체에 대해 다 안다고 떠드는 니체 빠돌이 덕택에 니체 좋아한다고 하면 무시 당하고, 그걸 넘어 니체 자체에 대한 평가절하도 일어나는 편임. 그러나 니체는 단순히 평범한 인간들만 미치게 하는 게 아님. 철학자들도 니체를 무슨 신세계의 신처럼 경배하는 경우가 많음. 들뢰즈, 데리다, 푸코 포모 3인방은 자기에게 가장 많은 영향을 준 사상가로 꼭 니체를 한번씩 꼽기도 하고, 실제로 이들의 철학에선 니체의 향기가 매우 진하게 나는 편임.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듬. 대체 시발 신은 죽었다가 뭐 그리 대단한 명제길래, 일반인들은 그렇다치고 철학자도 미친듯이 빠는 걸까? 막말로 저 포모 3인방은 20세기 후반 사람들인데, 신이니 뭐니 하는 건 이미 한참 전에 안믿고 있는 게 정상 아님? 대체 니체의 주장이 뭐 그리 혁명적이길래 여전히 아직까지 회자가 되는 걸까? 이를 알기 위해선 먼저 서양 철학의 역사를 조금 알아야 함.
서양 철학의 특징 중 하나는 극단적인 보편을 추구했다는 거임. 이게 무슨 소리냐? 흔히 서양 철학을 플라톤에 대한 각주라는 말로 말하듯이, 서양 철학은 이데아라는 보편자를 간절히 원해왔음. 그리고 데카르트 이후 근대 철학은 이 보편적 진리, 더 나아가 보편적 철학 체계를 완성하기 위해 자기의 영혼을 갈아댔음.
중세 시기에는 당연히 신이라는 보편자가 존재했음. 그러나 근대에 넘어와서, 기독교적 세계관을 넘어 새로운 보편자를 만들려는 기획이 등장함. 바로 데카르트의 극단적 회의론을 통한 명제 도출임. 신에 의존하지 않고 이성의 힘만으로 진리의 토대를 세우려는 데카르트의 기획은 칸트의 기획으로 넘어감. 칸트는 이성을 통해 보편자를 도출하려 한 데카르트의 기획에서 더 나아가, 아예 우리가 인식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이성을 통해 보편 철학 체계로 만들려는 시도를 함. 단순히 진리의 토대를 만드는 것을 넘어, 진리의 성을 완성하겠다는 목표인 거임. 그리고 그 결과물이 비판 3부작임. 그 엄청난 분량의 책은 모두 순수한 이성과 논증만으로 인식론과 윤리학을 완성하겠다는 칸트의 기획인 거임.
그리고 이러한 근대적 기획의 끝판왕이자, 근대 철학의 종결자, 그리고 탈근대주의자의 최후의 적, 헤겔이 등장하게 됨. 헤겔은 이전 철학자들의 꿈인 "보편적 진리"를 단순히 형이상학이나 윤리학에 한정짓는 것이 아니라, 세계와 역사 전체에 그 이성의 힘을 발휘하려고 함. 헤겔은 우리가 인식할 수 있는 한계 내에서 보편 철학 체계를 만들고자 한 칸트의 목표를 넘어, 세계 전체를 우리의 인식 체계 안에 넣어버렸음. 헤겔의 철학은 인식의 한계가 곧 세계의 한계로 규정함. "진리는 전체다"라는 헤겔의 유명한 말 처럼, 헤겔에게 있어서 진리는 서로 다른 인식이 끊임없이 모순을 발생하면서 변화하는 거대한 체계임. 이 체계는 변증법적 방식을 통해 무한히 확장되어 끝이 보이지 않는 하나의 거대한 체계를 구성함. 결국 그의 철학은 플라톤부터 시작해서 칸트로 이어지는 보편적 진리의 영역을 세계 전체로 확장한 거임.
헤겔의 철학은 그야말로 철학계의 뉴턴 역학이라고 볼 수 있음. 철학이 다루는 내용 전체를 완전히 다 다루고 있는 완성된 철학 체계였다는 거임. 뉴턴 역학이 완성된 후, 과학자들은 뉴턴 역학을 더 섬세하게 다듬거나, 뉴턴 역학을 완전히 뒤집는 새로운 물리학 이론을 만들어야 했음. 그리고 철학 역시 마찬가지임. 헤겔의 기획에 동의하고 그 기획을 더 완벽하게 하려고 노력하던가, 혹은 헤겔의 기획의 근본을 부정해 무너트리고 새로운 기획을 고민해야 하거나, 둘 중 하나의 길 밖에 없다는 거임.
그리고 포스트 모더니즘 철학자들의 목표는 헤겔의 기획을 무너트리는 것이었음. 그리고 이를 위해 온갖 방법을 다 동원함. 푸코에 말을 따르면 "우리 시대는 논리학을 통해서건, 인식론을 통해서건, 그리고 맑스를 통해서건, 니체를 통해서건 간에, 모두 헤겔에서 벗어나려는 몸부림을 하고 있다."라고 말함. 그리고 들뢰즈가 바로 니체를 통해서 헤겔의 기획을 무너트리려 한 대표적인 철학자임.
들뢰즈의 목표는 플라톤부터 시작되어 헤겔에서 정점에 이른 동일자 철학을 무너트리는 것임. 동일자 철학은 다시 말해 보편적 철학이라고 볼 수 있는데, 플라톤부터 헤겔에 이르기까지 철학의 목표는 나와 너, 우리 모두가 인정하는 보편 철학을 찾는 거임. 문제는 여기서 발생함. 나의 철학, 나의 진리는 "너"에게도 진리일 거임. 왜냐면 그러한 목적으로 만든 거니까. 이는 본질적으로 "너"는 진리를 모르고, "나"는 진리를 아는 위계를 형성함. 이 "나"라는 동일자는 개인일 수도 있고, 집단일 수도 있으며, 민족일 수도 있고, 국가일 수도 있고, 인종일 수도 있음. 그리고 이런 "나"는 "너"를 자연스럽게 억압함. 왜? "너"는 진리를 모르는 무지몽매하고 가련한 존재니까
그런 의미에서, 헤겔의 철학은 그 존재 만으로도 공포 그 자체임. 모순을 극복하며 진리로 나아가는 이 일련의 과정 속에서, 차이는 결코 허용되지 않음. "나"의 철학은 이미 천라지망과 같아 모든 분야에서 꼼꼼하게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으며, 이 철학의 그물 안에서 그 어떤 차이도 허용되지 않음. 헤겔은 근대 철학의 목표인 동일자 철학의 최종 완성본이었으며, 이를 뒤집지 않고선 결코 이런 억압적인 철학에서 결코 자유할 수 없음.
그러나 헤겔을 쓰러트리기 위해선 그 대안이 필요함. 문제는 헤겔의 철학적 기획에서 자유로우면서, 그와 동시에 헤겔에서 벗어난 새로운 철학의 토대가 될 정도의 토대를 마련한 철학자가 필요하다는 거임. 그리고 들뢰즈는 바로 그 대안으로 니체를 제시함. 들뢰즈는 니체를 철저한 반 헤겔 주의자로 선언하며, 니체의 철학을 헤겔 철학을 뒤엎을 열쇠로 생각함.
대체 니체의 철학은 무엇이 특별하기에 헤겔을 뒤엎기 위한 최종병기로 선택되었을까? 그건 귀찮아서 다음 번에 서술하겠음.
p.s. 저는 철학 전공자가 아니며, 여기 있는 글은 대학 시절 궁금해서 들은 철학 강의와, 책, 논문 등을 읽고 쓴 내용으로 어느 정도의 오류가 있을 수 있습니다. 지적해주시면 감사히 새겨듣고 수정하겠습니다.
정작 분석철학 쪽에서는 포모의 조상이라는 점을 부인하지만
분석철학 쪽은 니체보다 헤겔에 더 친숙해할 것 같은데. - dc App
물론 포모 3인방이 헤겔을 극복한다거나 반발한답시고 니체를 빠는 것도 있지만, 헤겔 철학 존경하는 사람이 꼭 니체를 거부하는 건 아님. 가령 가다머만 해도 데리다하고 논쟁하면서, 전통적인 형이상학에서 탈피해야 한다는 니체의 논지는 둘 모두 동의해가지고. - dc App
사실 니체는 워낙 철학자들이 지맘대로 해석하는게 커서ㅋㅋ 대표적으로 하이데거는 니체를 마지막 형이상학자로 말하는 반면 데리다는 니체를 반 형이상학자로 말하는 등 자기가 보고싶은 데로 보는게 강함
ㄹㅇ 그게 가장 골 때리고, 니체 본인도 그런 식으로 읽히기를 바라며 그리 써가지고 더욱 머리 아픔 ㅋㅋㅋ - dc App
난 니체를 읽기 싫어....아직도 읽은 적이 없고 여기 도는 썰을 종합하면 해석의 여지를 엄청 넓게 주는게 돌고 돌아서 별 관련이 없는 뜬금없는 부분에 등장하는데. 읽는 사람마다. 응용하면 극단적인 방향으로 자기 의견 낼때 끼워넣는것 같아. 그래서 철학은 난해한 학문이다 라는 편견을 더 심하게 하는 것 같고. - dc App
여튼 그래서 배경지식 틀이나 잣대를 해석하느냐에 따라. 결론이 천차만별로 다른듯. 다른 철학자들은 그래도 일관적으로 동의하는 논조나 해석이 있는데 니체는 다 다른 말 하고 있어.. - dc App
역대급 철잘알 인정
근데 구조주의와 포스트 구조주의는 정확히 어떤 사이임? 푸코가 포스트 구조주의라는데, 레비스트로스 같은 구조주의랑 뭐가 다른가 싶어서
간단히 생각하자면, 구조주의는 어떤 단어의 의미가 결국 구조에서 도출된다는 사조임. 이걸 소쉬르의 언어구조주의를 계승해서 인류학에 적용한 이가 레비스트로스. 그런데 구조를 통하여 의미를 안다고 해서, 결국 그 의미도 작자 개인의 해석이 담길 수밖에 없잖아. 이러한 문제의식을 다룬 경우를 후기구조주의로 분류됨. - dc App
그럼 구조주의자와 포스트 구조주의자의 관계는 어떤 편임? ‘포스트’ 라는 게 계승한다는 경우이거나 반(반대)한다는 경우로 나뉘자나
완전히 반대한다는 의미로 탈, 포스트를 붙이기보다는, 그 선대의 한계를 인식하고 수용함으로써 어찌 보완할지를 연구하는 사조라 받아들이면 편함. 마냥 단절하기보다, 선대 사조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보완하려는 경향이 큼. - dc App
구조주의는 철학적 사조라기 보단 사상사에 큰 충격을 준 사건이라고 생각하는 게 쉬움. 뉴턴은 철학자가 아니지만, 뉴턴의 과학적 방법론은 흄 등의 철학자에게 많은 영향을 주었듯이, 구조주의의 핵심인물인 소쉬르나 레비스트로스는 철학자가 아니지만 인간은 구조의 영향을 받는다라는 사실이 데리다나 푸코와 같은 철학자에게 영향을 준 거지. 그들 중 몇명은 구조주의의
도구를 이용해 철학을 했고, 그 중 몇명은 구조주의의 도구를 비판하고 새로운 도구를 쓰려 했으나, 그들 모두는 구조주의라는 사상적 사건의 영향을 받아 철학을 했다는 거임.
글 좋네요! - dc App
그래서 다음 글은 언제?
내청코 감상문도 써야하는데 언제쓰지
헤겔은 데카르트-칸트 등으로 이어지는 이성중심주의 계보의 끝자락에 간 철학자인건 맞지만, 헤겔이 말하는 이성의 종착역인 '절대지'에 관한 지젝의 해석을 보자면 사실은 헤겔은 이성을 통해 이 복잡하고 변화무쌍한 세계를 전부 아는 마스터키를 구해내려는 철학자가아니라 오히려 그런 시도가 어떤 방식으로 시도해도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 그리고 그 과정이 주체마다 뼛속 깊이 새겨지는 의식의 흐름을 밝히는 철학자고 또한 그렇게 진리를 파악하려는 시도가 실패로 돌아간 이후의 황무지 속에서 각 주체들이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관한 방법론이 가족-사회-국가-종교 등을 통해서 점점 발전돼왔다고 보는 철학자가 돼버림
헤겔의 칸트비판을 보자면, 칸트는 이성으로 뭔 시도를 해도 알 수 없는 '순수한 사물 그 자체'가 우리 의식 바깥에 여전히 존재하며 이것에 대해서 더 알려고 하면 그 유명한 '이율배반'이 일어나서 뭔 설명을 해도 통하는 모순이 일어난다고 봄. 이 부분에 대해서 헤겔이 비판하는건 '물자체를 알 수 있다' 가 아니라, 오히려 역방향의 비판인데 칸트가 애초에 '물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모르고 자꾸 인간의 이성의 진리파악능력에 대한 검증만 자꾸 시도하고 이성이 아닌 실재 그 자체 역시도 이성처럼 모순적이고 분열돼있는게 아닌가에 대한 부분까지 관심이 나아가지 못했다는 식으로 비판함.
이렇게만 봐도 이미 벌써 헤겔은 이성중심주의는 커녕 칸트보다 더 칸트적인 방향으로 나아간 거라고도 볼 수 있음. 칸트는 자기 스스로가 철학계에서 어떤 코페르니쿠스적인 전회를 일으켰다고 자부하지만, 헤겔이 보기에 아직 칸트는 철학계가 진리를 탐구하는 방향을 아직도 180도 완전히 거꾸로 뒤집지 못하고 한 90도 정도만 회전시킨 거임. 그리고 남은 90도를 자기가 더 나서서 철저하게 구부려서 '전회'를 완성시킨 셈으로 볼 수 있음
헤겔원하는 절대적인 깨달음이란, 이런 '모순'이 세계 전체에 만연하고 이성 역시도 그렇고 단순한 사람간의 미시적인 관계뿐만 아니라 종교 사회 그리고 주인과 노예의 관계나 여러 숱한 진리관 등 모든 영역에 걸쳐있다는 것을 깨닫는 것이며 이것을 가장 마지막에 마지막까지 철저하게 알고 이를 도외시 하지 않는 사명을 가진 학문은 철학이 유일하다고 봤음 이렇게 세간의 평가와 반대되는 헤겔을 보자면 장점이 이 사람이 무슨 이성이 쌓아놓은 진리의 금자탑을 만든게 전혀 아니라는점, 따라서 다른 소위 포스트모더니즘과 호환성이 거의 100프로라는점, 심지어 자기를 반대하던 키르케고르 같은 사람과도 차이는커녕 공통점이 엄청많다는 점 등이 있음.
누구든 그냥 뷔페처럼 골라 먹으면 된다노~
니체관련 철학서적추천받을수있음? - dc App
니체는 즐거운 학문
다음 내놔
아니 시발 존나 재밌는 글 써놓고 여기서 끊으면 어떡해 씨발
결국 헤겔이 GOAT라는 소리네
오오 이렇게 전체 훑어쥬는 글 너무 조아 다음편 오네가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