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근대 철학의 큰 주제에 대해 알아보고, 그 철학을 집대성한 철학자 헤겔과 그를 전복하려는 목표를 가진 들뢰즈에 대해 알아보았음.
들뢰즈의 목적은 헤겔의 기획을 근본부터 부수는 거였음. 헤겔의 목표는 세계 전체를 인식 체계 안에 넣는 것이었음. 여기서 문제가 발생함. 언제나 우리의 인식은 우리의 체계가 틀렸다고 비웃음. 칠면조가 어제까지 주인에게 잡아먹히지 않았다는 것이, 오늘도 잡아먹히지 않을 이유가 없는 것처럼, 우리의 경험은 언제나 우리가 만들어놓은 체계를 무너트림. 칸트는 이런 문제점을 "우리는 물자체를 결코 알 수 없다"라는 말로 해결함. 세계 전체를 이해하는 완벽한 도식은 우리의 인식 하에선 불가능하다는 거임. 우리는 언제나 경험에 의존한 불완전한 세계의 표상만을 알 수 있고, 세계 전체를 이해하는 것이 아닌, 세계를 인식하는 주체인 인간을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함.
그러나 헤겔은 여기에 만족하지 않았음. 헤겔은 칸트가 부정한 세계의 이해를 원했고, 이를 위해 진리를 고정된 실체가 아닌, 변증법적으로 매개된 과정 전체로 보았음. 이게 무슨 소리냐? 헤겔에게 있어서, 진리는 이데아나 천상의 책 따위가 아님. 헤겔에게 있어서, 진리란 하나의 과정임. 이해를 돕기 위해 예를 들자면, 뉴턴이 천상의 운동을 기술하기 위한 뉴턴 역학을 만들었음. 이것은 그 당시 진리였음. 그러나, 뉴턴 역학의 모순이 발생함. 그리고 이 모순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상대성 이론이 나옴. 그러나 상대성 이론도 너무 작은 곳에서는 다시 모순이 일어남. 이를 해결하기 위해 양자 역학이 나옴. 그럼 우리가 보기에 뉴턴 역학도, 상대성 이론도 진리가 아니네? 라고 생각할 수 있음. 왜냐면 틀렸잖아. 하지만 헤겔 입장에선 이 모든 과정이 진리임. 진리는 부정당하며, 그와 동시에 더 높은 수준의 진리로 나아가는 거임. 헤겔 입장에서 뉴턴 역학도, 상대성 이론도, 양자역학도 세계 전체를 설명하는 "궁극의 이론"으로 나아가기 위한 변증법적 과정이며, 동시에 이러한 과정 전체가 하나의 진리라는 거임. 세계 전체의 이해는 여전히 칸트의 말 대로 불가능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끊임없이 우리의 이해를 확장해나가며 궁극적으로 세계 전체를 이해할 것이다 라는, 매우 야심찬 기획인 거지.
정리하자면, 의식은 끊임없이 대상에게 부정당하고, 이러한 모순은 의식이 더 높은 차원의 진리로 고양할 수 있게 만듦. 그리고 의식은 이러한 변증법적 과정을 통해 더 많은 대상을 "동일하게" 취급할 수 있게 됨. 이것이 그 유명한 헤겔이 말한 "동일성과 비동일성의 동일성"임. 분명 뉴턴 역학은 너무 큰 영역에서 부정당했으나(동일하지 않았으나), 그 과정에서 상대성 이론이 나오게 되고, 이는 다시 세계를 모순없이 설명할 수 있는(동일하게 되는) 상황이 되는 거임. 변증법적 모순은 더 큰 영역의 진리에서 다시 동일해지는 거지.
들뢰즈에게 있어서, 헤겔의 변증법은 차이나는 모든 것을 부정하고, 오로지 단일한 것으로 환원시키는 행동임. 헤겔에게 있어 차이는 그 자체로 모순임. 의식과 대상의 차이는 그 자체로 없어져야 하고, 해결되어야 하는 문제인 거임. 여기서, 들뢰즈는 헤겔의 기획을 부수기 위해 엄청난 선언을 해버림. 서양 철학의 가장 핵심내용이자, 오늘날까지도 너무나도 당연하게 쓰고 있는 개념, 바로 "동치관계"를 부정해버린 거임. 세상 모든 것은 다르며, 그와 동시에 세상은 하나다! 라는, 거대한 선언을 해버림.
자 이게 무슨 소리냐? 수학에서 동치관계와 분할은 일대일 대응이 된다고 봄. 다시 말해, 어떤 대상이 "같다"라는 것은, 필연적으로 한 대상과 "같은" 대상과 "다른" 대상을 나누는 것과 같다는 거임. 들뢰즈는 바로 이걸 부정한 거임. 동일성은 필연적으로 분할을 할 수 밖에 없음. 그렇다면 이러한 동치 관계를 부정해버린다면? 그 어떤 대상도 똑같지 않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그 어떤 것도 분할이 되지 않음. 다시 말해, 수많은 동치관계로 묶여있는 집합은 사라지고, 오로지 단 하나의 거대한 전체집합만이 존재하게 되는 거임.
좀 더 쉽게 설명하자면, 나는 한국인이고, 남자고, 대학생임. 그런데 한국인으로 날 묶어주는 개념을 없애버린다면? 남자라는 개념을 없애버린다면? 이런 모든 정체성에서 해방된다면 비로소 나는 한국인이나 남자라는 정체성에 묶여있는 사람이 아닌, 온전히 하나의 개별적인 개인으로 존재하게 됨. 그리고 그와 동시에 인종이니 민족이니 국가이니 하는 개념들은 사라지고, 그 자리엔 유일한 개념, 사람이라는 개념만 존재하게 됨. 다시 말해 나는 한국인이라는 분할되어있는 집합에 속해있는 것이 아닌, 사람이라는 유일한 전체집합에 속해있는 거임. 그럼 이러한 사람이라는 개념마저 해체하면 어떻게 될까? 세계 전체는 단 하나의 전체집합으로 존재하게 되고, 모든 것이 다르기 때문에 결국 모든 것은 하나임. "동일함" 이라는 개념은 추상적이고 관념적인 생각일 뿐, 실제 세계엔 존재하지 않는 개념임. 한국인이니 인종이니 이런 개념은 우리가 그런 개념이 존재한다고 "믿고 있기" 때문에 존재할 뿐, 그 어디에도 우리의 민족이나 국가를 기록해놓은 천상의 책 따윈 없음. 수학에서 정의하는 동치관계에선 집합의 원소로 정의될 뿐, 그 집합의 성질에 의해 정의되는 게 아님. 우리가 "같다"라고 생각하는 건 결국 우리의 관념의 착각일 뿐임. 두 대상이 "같다"라는 착각을 없애야지만, 진정으로 우리는 개인으로써 자유해질 수 있는 거임.
그리고 헤겔은 우리의 착각인 동일성을 극단적으로 사유한 철학자임. 헤겔은 차이를 상정했으나, 그 차이는 동치관계를 해체한 상태의 차이가 아닌, 동치관계를 상정한 상태에서의 차이인 거임. "그 무엇도 같지 않기 때문에 우리 둘은 다르다!" 가 아니라, "나와 쟤는 같지만, 너는 다르다!" 의 차이인 거지. 여전히 진정한 "차이"가 아닌, 개념적인 차이에 머무르고 있는 거임. 그렇기 때문에 차이는 긍정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극복해야 할 대상이고, 결국 진리라는 거대한 질서 안에 포섭해야 할 존재인 거지. 하나의 개념으로 환원되지 않는 개별성을 지닌 개인을 보편으로 묶어버린 헤겔은, 들뢰즈의 입장에서 반드시 타도해야 할 적이었던 거임.
문제는 여기에서 발생함. 들뢰즈는 "차이"를 강조함으로써, 헤겔의 철학을 부정했음. 그럼 헤겔의 철학을 부정한 가운데, 새로운 방식의 철학의 토대는 과연 무엇으로 삼아야 하는 걸까? 라는 질문이 나옴. 그리고 그 역할을 맡게 되는 철학자가 바로 니체임. 들뢰즈는 니체가 주장한 "힘에의 의지"와, "영원회귀"야 말로 차이를 긍정하는 디오니소스적 철학이라고 주장함.
그러면 니체는 대체 들뢰즈의 사상과 어떤 관련이 있기 때문에 선택받은 걸까? 이건 너무 길어져서 담번에 쓰겠음. 원래 이편에 다 쓸려했는데 들뢰즈의 철학이 워낙 이해하기 어려워서 설명이 좀 길어지느라 ㅎㅎㅈㅅ;;
들뢰즈가 집합론을 제대로 공부 안 했구만
핫산 오후까지 다음 글을 가져와라
내용 이해는 하겠는데 왜 앨런소칼같은 구좌파들이 프랑스 포스트모더니즘 싫어했는지는 잘 알겠네 ㅋㅋㅋㅋ - dc App
들뢰즈 이 양반도 핵꿀잼이넹
너 글 재밌게 쓴다 - dc App
낫놓고 기역자도 모르는 병신철학 ㅇㅇ
ㅇㅋ 이해했음 그런데 니체를 들뢰즈가 어떻게 해석하는가가 핵심일것 같다. 다음글 기대한다. - dc App
왜자꾸 여기서 끊어??!?!?
왜 이런 사람이 윗글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