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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숙자 역, 소화 한림신서 일문학선, 2002, 도서관에서 대출.>
인간 실격이란 책을 읽은지, 며칠이나 지났을까?
요조의 그 한탄스러운 행적은 나의 심약한 심리를 건드리기 쉬운 것이었고,
나는 그를 마음속 깊이 동정하거나, 위로했다.
그리하여 나는, 같은 사내가 썼다는 또 다른 이야기에 매료되기 위해 책을 펼쳤다.
사양.
아직도 책을 읽는 사내들 사이에서는 이런저런 설담이 오가곤 한다.
그 광경을 보고 있자면 나는 실로 입꼬리가 올라가며 못내 즐거워질 때가 있다.
이따금 이 사내도 그 시시콜콜한 설담의 주인공이 되곤 한다.
이른바 그의 존엄작이 무어냐 하는 것인데,
아무래도 내 마음은 이쪽으로 기울어진듯 하다.
인간 실격에도, 무언가 다양한 인물들이 나오지만,
어쩐지 요조의 삶을 훑어간 사람이라는 생각에 그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 나는 오롯이 요조에 대한 감정으로 가슴이 벅차오르지 않았는가?
남겨진 이들이 아픔에 대해선 어쩐지 뒷전으로 미뤄진 것만 같은 기분을 지울 수 없었다.
뚤레뚤레 걸음마를 갓 뗀 아이처럼 불안하게 달려만 가는(혹은 멍하니 타는 바람에 미약한 심신을 맡기는) 요조
나는 그 뒤를 쫓고 있을 따름이었다.
사양의 인간상은 내게 더 풍부한 것이었다.
물론 주된 마음이야 가즈코에게 줄곧 닿았겠다만,
어찌 심약한 나오의 죽음에 쓸쓸함을 느끼지 않으리?
또 어찌 방탕한 우에하라에게 기꺼이 연민의 시선을 보내지 못하리?
그리고, 다소곳이 수프를 마시는 어머님과 멀건 버섯죽도 입에 대지 못하는 어머님 사이의 그 대비된 쓸쓸함을
뱀들이 나무에 올라앉던 그 넓찍하고 북적이는 집과 불 난 매연에 바다 풍경이 가라앉는 별장 사이의 그 참혹한 괴리감을
나는, 아마 절절히 머릿속에 그려낼 수 있었던 것이다.
물론 어느 것이 훌륭하다 훌륭하지 않다는 건 어폐고
이런 비교의 글도 좋지 않다는 걸 알 따름이다만,
짓궂게도, 이것이 같은 이의 글을 보는 재미인가 생각하고 만다.
다음은 만년이렷다.
가을바람이 물든 가지를 훌훌 털어내는 계절에
모쪼록 열병 없이 계절들 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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