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선 꿈을 위하여
하나 뿐인 처음이자 마지막 시집 복간본이 나왔네
워낙 유명해서 인터넷 검색하니까 대충 실린 시들 확인이 가능하지만
그래도 시집으로 갖고 싶었는데 찾아보니 나와서 샀음
기념으로 대구를 이루는 시 같아서 두 시를 세트로 엮어서 좋아하는
'거꾸로 선 꿈을 위하여2'하고 '헤비메탈 같은 비'하고
진이정 시인일 수남이형을 그린 차창룡 시인의 '안녕, 오늘이여' 남겨봄
거꾸로 선 꿈을 위하여 2
진 이 정
미안해, 나는 성욕을 딱 잃고 말았다
왜 사람들은 날 걱정할까
순두부처럼 살고 싶었다
말도 안돼
지금부턴 너를 독점하리라
랍비가 있는 풍경이 날 웃게 했다
공동번역 성서를 읽고 있는 평양의 인민들,
나는 수령이란 낱말을 찾아 레위기를 헤맨다
누가 내 몸 안에서 섹스를 하나 봐
헐떡이는 소리, 세살 이후부터 끊이지 않고 있다
나를 사랑하는 헬리콥터 조종사가 머리 위에서 붕붕거린다
그는 흑인이다
편견이 곧 나다 ; 나를 버리기란…
그를 쫓아주세요 외국 군대에 언제까지 의지해야 하나
미국이 잘 되는 이유는 리더스다이제스트에 다 들어 있다
나는 불타고 있는데, 아무데도 맞불은 보이지 않아
미끼라도 물고 싶어
결혼식장이 어물전 같아
비리지 않은 여자를 만나고 싶다
기고 싶다, 비비고 싶다, 까고 싶다
내 인생은 재즈라기보다 헤비메탈이다
내 서정의 목은 늘 쉬어 있다
흥행을 위해 나는 빤스를 벗는다
내 인생은 기울고 ; 해도 기울고
절망 아니면 희망이겠지; 변해 가는 건 변해 가라지
사랑의 불, 인연의 재, 그리고 권태만이 남으리라
너는 보는 즉시 추억으로 화했다
표정만방지곡을 듣고 싶은 밤
집 밖을 나가지 않아야, 천하를 알게 되리라
우주는 교미중이다 ; 호모인 주제에 말야
내 풀무 허파, 불난 내 몸 부채질하네
빗방울과 땅바닥이 사무치듯
나의 눈물 지도는 은하계에 퍼져 있다
우주의 시초가 있다 한들, 만수산 드렁칡이 얽혀진들
이른 느낌 너무 흔해
야야야, 나는 노래하는 랩 생쥐, 말콤 엑스의 제자라네
아버지, 나는 어머니를 의심했답니다, 날 핥아주세요
네게 불성이 있다니,
그럼 나는 불성을 포기하리라
신라도 망하고 소련도 망하고, 화랑 관창은 살맛 날 리 없어라
나는 토하는 것이 두려워, 기침을 참는다
내 인생은 너무 모호했노라
모호함이 모여 가래가 되었나 봐
시인의 기침은 너무 상투적이야 ; 시인은 정작 구토를 걱정할 터이다
구토, 희망, 나는 합장으로 인사하리라, 나무 프리지아 보살마하살
목단향으로 나를 태워다오
몽정의 나날이여, 꿈의 정액이여 ; 어디 마땅한 질을 찾아가거라
비단 같은, 비로도 같은, 총구멍 같은, 융단 같은, 너의 질
둔중한 성기로 매를 맞고 싶다
마음 내킬 때마다 선행으로 구원되리라 믿진 않는다
그게 내 유일한 장점이다
그래 자살도 못하는 것이다
무엇을 원하는지
하늘의 기타줄이 끊어졌는지
머리를 치렁치렁 기른 빗줄기들이
새벽부터 내 창문을 두드렸다
헌데, 찰나 나의 망상은 최치원의 한시로 달려갔던 거다
이런 것이 문화의 힘이고, 전통의 생명력일까
내가 빗줄기를 헤비메탈 같다고 느끼는 사이
내 마음 속에선
창밖에 삼경의 비 내리는데
등앞엔 만리의 마음 달리는구나
라는 시구가 떠오른 것이다
오로지 그것뿐이었다
나의 무식과 무교양을 한참 동안이나 탓해 보았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그러다 보니, 전국이
장마권에 들었다는 새벽 라디오의 기상예보조차
내겐 이상스레 들리는 거였다
전국이라니 어느 나라의??
당나라, 아니면 대식국?
천축국, 나란타 대학 한모퉁이엔
향수를 이기지 못한 서라벌의 승려가 아직도 누워 있다
<메탈리카> 같은 빗줄기 속에서
나는 그를 기억한다
안녕, 오늘이여
차창룡
오늘을 보내면 내일이 올까
너무 춥다 수남이 형 떠나는 날
안녕, 이별의 인사가 그립다
이제는 기침도 멈춘 청춘의 각혈아
무덤 하나도 짊어지지 않은 가벼운
뼛가루야, 너 밤새 미끄럽구나
젊은 햇살마저 주르륵 미끄러져
흔들리는 풍경 소리에 빠지네
사람을 만나는 것이 사랑일 때
사람을 만나는 것이 무섭다
차가운 오늘을 짊어지고 가볍게
벌써 알고 지낸 이처럼 뼛가루는
마른 풀과 친해지는구나
안녕, 손도 흔들지 않는 이별이
두렵지도 않은지, 바람에 휙 날아가
입술이 검게 튼 이끼
뼈만 남은 겨울을 사랑하네
뼈도 못 추릴 이별도 모르는지
안녕, 오늘이여
오늘을 보내면 또 오늘이 올까
최애 시집 중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