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닌 국문학도인데
교수고 작가고 다들 시대 탓을 하더라고.
이야기가 나오기 힘든 시대라나 뭐라나.
생각해보면 틀린 말은 아닌 것 같음.
문학에 대한 취향도 다양해지고
뭔가 보편적으로 엮을 수 있을만한 하나의 거대한 이야기가 나오기가 힘든 시대인 것 같어
뭣보다도 죄와벌이나 안나카레리나같은 유형의 띵작을 누군가가 고생 빠지게 해서 쓴다 해도
가뜩이나 기존 장편소설 분량으로도 너무 길다고 경장편을 많이 찍어내는 추세라 잘 팔릴 가능성도 없을 뿐더러
그 긴 분량의 서사를 시간을 들여 읽어줄 만큼 한가한 사람도 여기 독붕이들 빼고는 없을 거임.
독붕이들은 어케 생각함?
그냥 작가고 평론가고 다들 게을러빠져서 이 꼴이 난 거라고 치부하기에는 복잡한 문제인 것 같아서 물어봄
그런 논의는 가라타니 고진 이전으로 이미 해묵은 거 아닌가. 지금도 문학은 충분히 주류적이고 팔리는 장르다. 문학이 제도권 교육에서 차지하는 위상도 만만치 않은데. 문학이 위기라기보다는 문학에 환상을 갖는 문학도들이 너무 많은 게 문제지. - dc App
그렇게 광범위하고 비생산적인 환상을 계속 만들어내면서 많은 문학도들을 길 잃게 만드는 게 현대문학이 가진 힘이 아닌가싶은데.. 솔직히 예시로 든 작품들이 갖는 문학적 위상이 영영 굳건할지도 알 수 없고 어쩌면 이미 붕괴 이후일지도 모르고. - dc App
자본주의라는 이데올로기에 함몰된 시대의 탓이지
게다가 2시간 영화도 길다면서 유튜브에서 15분 요약 찾아보고 그것도 길다고 쇼츠나 틱톡이 유행하는 시대임 진득하게 서사를 쌓아가는 작품이 성공하기 어려운 시대가 맞지... 김초엽, 천선란 같은 가벼운 글들이 문학으로 소비되고 있는 시대이기도 하고...
보편성을 갖춘 거대한 스토리의 주도권은 영화계로 넘어간지 오래... 그것마저도 해리포터, 어벤져스, 스타워즈처럼 대중성을 갖추고 자본을 때려 박아야만 겨우 살아남는 시대이고
거대한 이야기가 왜 없어? 역사가 꿈틀대는 시대인데? 미중러 그리고 유럽 굴러가는 거 보고 그런소리가 나오나? 국문학 교수나 작가들이 그딴 소리나 하니까 국문학 수준이 바닥이라는 얘기가 나오지. 아직까지도 포모나 쳐빨면서 작은 이야기 운운하고 있으니 포모는 역사적 수명이 끝났는데. 우리시대에 명작을 쓰려면 극우로 가야돼 도스토예프스키처럼.
대신에 경제적 성공이나 문학인들 내집단에 손쉽게 안착할 생각은 버려야되고 투쟁적 삶을 살 각오는 해야겠지. 애초에 그게 문학인들의 정신 아닌가?
뭔 말인진 알겠지만 사람들이 장편을 안읽는게 작가와 평론가들이 개으르다는 얘기는 좀… 사람들이 관심이 있지만 정보가 적어서 접할 수 없는게 아니라 관심이 없는 거에 가까우니까.
근데 생각해보면 웃긴 게... 한국 문학사 전체에 걸쳐 제대로 된 장편소설가가 있던 시기가 있나? 벽돌책 장인인 조너선 프랜즌도 잘 팔리던데. 그리고 매해 배출되는 공쿠르상 작가들... 죄다 장편소설가들인데 프랑스에서 엄청 팔리지. 시대가 문제가 아니라 단편 소설 일변도의 한국문학이라는 토양이 문제가 아닐까 싶은데. - dc App
ㅇㅇ한국문학이 부실하다 생각한다. 당장 국밥같은 한국명작가들 읽는 사람만 읽지 일반 사람들은 거들떠도보지않음. 고딩때 수업으로만 배우지. - dc App
모든게 해체되어버렸는데 더이상 뭘 쓰겠음. 해체되는 힘을 이겨낼 정도로 강하게 구축하는 글을 써야 하는데 그 정도 재능이 있는 인재면 다른 분야로 가면 훨씬 돈 벌텐데 굳이 골방에서 글쓰고 있을 이유가 없는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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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에선 그런 계열이 아동문학, 청소년문학인거 같음. 그쪽은 판매량도 제법 준수한 작가들도 많이 나오고있고 시대탓도 덜해서 좋더라. 미래에 국문학에서 대작가가 나온다치면 여기서 나올 느낌.
시대에 맞춰 변화할 생각을 안하는 건 문제라고 봐. 한국에서는 만화가들은 잡지만화 시장 몰락 이후 웹툰으로 넘어갔고 잘적응했음. 문학계는 시대의 변화에 유독 뻣뻣하게 버티려는 기질을 보이던데 일본처럼 내수시장만으로 버틸 수 있는 시장구조도 아닌 주제에 시대탓 하고있는게 능사는 아니지.
"예술"로서 고고하게 침몰하겠다면 말릴 생각 없지만 "유희"에서의 지위를 되찾고 싶다면 게임, 드라마, 영화랑 경쟁할 각오를 해야하고 상업적이라는 비난을 멈추고 가격경쟁력도 고려해봐야 해. 정가제를 말하자는게 아니라 국문학이라는 전체적인 카테고리의 새로운 '수익모델'을 생각해봐야지.
개인적으로는 넷플릭스 수익모델을 벤치마킹해서 적용시킨 밀리의 서재를 굉장히 높이 평가함. 「구독 + 웹연재 + 심사」시스템이라면 활로가 뚫리지 않을까 생각해본 적이 있음. 밀리처럼 기존 단행본 볼수있고, 웹소처럼 누구나 연재도 가능하고, 완결 후 단행본 컨텐츠로 추가할 수 있으되, 브런치처럼 심사를 통해 일정한요건을 갖춰야 단행본으로 추가하는 구조.
"너의 췌장을 먹고싶어"가 제목만으로도 천박하게 느껴졌어도 결국 대중에게 먹혔어. 그렇다고 스미노 요루가 쓰레기작가로 몰락했을까? 오히려 어엿한 작가로 자리를 잡았잖아? 유튜버가 썸네일에 목숨 건다면 문학은 제목과 표지에 목숨 걸어야 돼. 그걸 못하겠으면 대중문화 반열에 속할 자격 없어.
그런 변화의 흐름을 저항없이 받아들인게 김영하였다고 생각함. SF, 추리, 대체역사 등등 각 장르별로 쓰는 작가들도 변화에는 뛰어들었다고 봐. 히가시노 게이고, 스티븐 킹, 베르나르가 잘팔리는 시대인데 장르문학에서 유의미한 성적 못내는건 순전히 개인 역량의 문제겠지.
그냥 한국 작가들이 시대의 흐름을 못 읽고 적응에 실패했음. 그리고 책 안 읽는 문제는 전 세계 공통이라서. 작가들도 매체를 바꿔 탈 고민을 해야 할 거야. 근데 드라마판은 극소수 작가로 돌아가고 있고 영화판은 그것보다도 더 설 자리가 없음. 웹소가 무한 정글로 환영하고 있는데 여긴 너무 열화판이라 작가들이 적응하기가 쉽지 않음. 단어수로 원고료를 주던 19세기 유럽이나 미국 펄픽 시절도 이 정도로 살인적인 스케줄은 아니었음. 발자크도 울고 갈 정도로 열화판이라 한마디로 무한 지뢰에 빠져드는 바닥임. 천편일률을 견뎌내며 무제한으로 글을 써낼 수 있는 기계가 된다면 적응 가능하긴 함. 실제로 많은 작가들이 적응 완료하기도 했고. 인간은 극강으로 적응 가능한 동물이라서
문학성은 개나 줘라 한다 쳐도 무언가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게 불가능한 시스템이라서. 물론 살짝 변주해서 짱 먹는 작가도 나오긴 하니까 닥치는 대로 시도해 보고 반응 보는 수밖에 없긴 함
그냥 누군가 장편을 쓸 만한 환경 자체를 안 만들어놨으니 작가들은 단편만 쓰면 지망생들은 그것만 읽고 단편만 공부하고 연구하고 쓰고, 그 사람들이 작가가 되면 또 제대로 장편을 쓸 줄 모르니 경장편 같은 거나 쓰고. 악순환이지.
사실 국문학은 웹소설이 주류가 된 시점에서 망했고 활자매체가 영상매체와의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느냐의 문제인듯. 얼마나 시장 규모를 유지하고 피해를 덜 받느냐의 문제지. 타격이 오는건 확정임. - dc Ap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