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오스에 대체 뭐가 있는데요?』, 『먼 북소리』, 『비 내리는 그리스에서 불볕천지 터키까지』를 읽고 썼습니다.)
세상은 넓고 볼 것은 많다고 한다. 이는 여행객에겐 있어선 백퍼센트의 진리다. 나는 여행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여행기를 즐거운 마음으로 읽기 때문에, 그런 의미에선 충실한 여행가이다. 뒤늦게 읽은 이 세 권의 책은 각각 나를 아이슬란드, 그리스, 터키로 이끌었다. 거기엔 저마다의 볼 것이 있고, 사람마다 생각하는 것, 느끼는 것, 보고 듣는 것이 달랐다. 철 지난 여행기를 뒤늦게 다시 읽는 것도, 여행자마다 다 다른 감상을 느끼기 때문이리라.

여행의 시초에 관해선 아직 잘 알려진 것이 없지만, 적어도 몇 가지 조건이 성립해야 한다. 우선 현지 돈으로 환전할 수 있는 현금이 있어야 하고, 국제선을 탑승하려면 여권을 발급받아야 한다. 여권은 “실례합니다. 그 쪽 나라에 방문해도 되겠습니까?”라고 정중히 묻는 역할을 한다. 입국심사도 마찬가지다. 이것이 여행의 준비 단계다.
여행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이런저런 수고와 맞닥뜨리게 된다. 『라오스에 대체 뭐가 있는데요?』를 보면 유럽에선, 날치기나, 치안 사건, 동양인에 대한 조롱, 심지어는 차를 도둑맞는 일이 흔한 모양이다. 믿기지 않지만 도둑맞은 차는 간이 배 밖으로 나온 청년들의 손에 유린당한 다음 길 한복판에서 폐기물로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물론 나쁜 일만 있는 것은 아니다. 마음이 끌리는 장소가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곳도 있고, 음식이 끝내주게 맛있는 곳과 다신 먹어주기 힘들 만큼 최악인 곳도 있다. 온유한 인품을 지닌 현지인도 있고, 참아주기 힘들 만큼 무례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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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지에서도 매일 달린다는 하루키)
더 넓은 세계가 있다는 것을 아는 것, 즉 여행은 앎의 여정일 수 있다. 물론 사람마다 여행을 떠나는 이유는 다르고, 여행에서 얻은 지혜가 일상사에선 통용되지 않는 전혀 엉뚱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또한 어디서도 배울 수 없는 경험이 된다.
아이슬란드는 북유럽에 위치한 섬나라다. 지리적으로 북서쪽에 위치하기 때문에 일 년 내내 춥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은 따뜻하고 습윤한 해양성 기후다. 그리고 여행기를 읽는 독자들에겐 마음이 푸근해지는 나라다. 어딜 가든 온천수가 흐르고, 온천 업이 발달되어 있기 때문.
이 책에 따르면 지면 곳곳에서 온천수가 흐르기 때문에 갓길에 차를 멈춰 세우고 온천에 뛰어드는 광경을 흔히 목격할 수 있다, 고 말하면 좀 과장이고 그만큼 온천 업이 대단히 발전한 나라라고 한다. 그러고 보면 쥘 베른의 『지구 속 여행』도 아이슬란드가 배경이다. 분화구 속에서 길을 잃은 탐험대가 아사를 앞두고 온천수를 만나 간신히 목숨을 건진다. 화산 근처에 있기 때문에 물이 그야 말로 펄펄 끓는다고 말할 수 있다.
이런 식으로 여행에는 여행 나름의 깊이가 있다. 여행가가 아니면 알 수 없는 것이 분명 여행이라는 행위에 내포되어 있다. 그건 분명 우리의 근본을 건드리는 체험일 것이다.
여행의 목적이 무엇이든, 그리고 그 지향점이 어디든, 자신의 내면에서 많은 중요한 것을 발견할 수 있다면 그 여행은 충분히 의미 있는 것이 아닐까, 라는 것이 하루키의 입장이었는지도 모른다.

이제 나는 상상해본다. 어느 이른 아침 여행지의 새로운 침대 위에서 눈을 뜨는 장면을. 잠에서 깨어나 덧창을 열면 비로소 낯선 곳에 와 있다는 실감이 들고, 가슴 한편이 따뜻해지면서 다시 하루를 살아갈 활력이 생긴다. 여행에서 가장 의미 있는 순간은 바로 이때이다. 힘겹게 돌아다니지 않아도 되고, 낯선 땅에서 적당히 개인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시간. 그 시간이 계속해서 여행을 떠나게 만드는 이유라면 여행에 관해선 독자나 하루키나 모두가 한마음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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