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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비딕 4회독 중


결론부터 말하자면 문학동네의 번역이 용어선택, 만연체적인 부분에서 언어를 더 잘 살려서 표현함.


황유원이 시인 답게 명사와 그것을 꾸며주는 관형어의 사용에 있어서 확실히 더욱 세련된 면모를 보임.


그에 비해서 김석희의 번역은 문장이 좀 더 딱딱하게 느껴진다.


그리고 문장을 보면 알겠지만 황유원이 좀 더 호흡을 길게 가져간다. 반대로 김석희의 문장은 자주 끊긴다.


물론 원서를 안읽어봐서 이 둘의 번역 중 누가 멜빌에 가까운건지는 잘 모르겠음.


멜빌이 의도적으로 여겨지는 끊어치는 듯한 백과사전식의 모사를 목적으로 둔 것 이라면, 김석희가 좀 더 원서에 가깝다고 볼 수도 있겠네


근데 일단 그런걸 떠나서 개인적으로 황유원 번역이 나한테는 잘 맞더라


물론 나중에 원서로도 읽어볼 생각이긴 한데..언제가 될지는 모르겠다만 읽게된다면, 그때 추가로 후기 올려봄


1

문학동네(황유원)


입매가 험악하게 굳어질 때, 내 영혼이 부슬부슬 비 내리는 축축한 11월 같아질 때, 나도 모르게 관을 파는 상점 앞에 멈춰 선다거나 마주치는 장례 행렬의 후미를 따라갈 때, 그리고 특히 극심한 우울증에 사로잡힌 나머지 일부러 거리로 나가 사람들의 모자를 차례로 쳐서 떨어뜨리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려면 엄청난 도덕심을 발휘해야 할 때, 그럴 때면 최대한 서둘러 바다로 떠나야 할 시간이 되었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내게는 이 방법이 권총과 총알을 대신한다.


작가정신(김석희)


입 언저리가 일그러질 때, 이슬비 내리는 11월 처럼 내 영혼이 을씨년스러워질 때, 관을 파는 가게 앞에서 나도 모르게 걸음이 멈추거나 장례 행렬을 만나 그 행렬 에 붙어서 따라갈 때, 특히 심기증에 짓눌린 나머지 거리로 뛰쳐나가 사람들의 모자를 보는 족족 후려쳐 날려보내지 않으려면 대단한 자제심이 필요할 때, 그럴 때면 나는 되도록 빨리 바다로 나가야 할 때가 되었구나 하고 생각한다. 이것이 나에게는 권총과 총알 대신이다.



2

문학동네(황유원)


인간의 지성이 아무리 뛰어나다 할지라도, 그것은 그 자체로는 늘 조금 하찮고 비열할 수 밖에 없는 형식적 기교와 무장(武裝)의 도움빌리지 않고는 결코 남에게 실질적이고 유효한 지배권행사할 수 없다.


작가정신(김석희)


사람의 지성이 아무리 뛰어나다 할지라도, 천박하고 비열한 기교와 엄호물ㅡ그 자체는 더럽고 천하고 하찮은 것이지만ㅡ의 도움이 없이는 결코 다른사람들에 대해 실질적이고 유효한 지배권가질 수 없다.



3

문학동네(황유원)


외부에서 전해오는 예언이라기보다는 미래를 앞서나가는 것들에 대한 내면의 확증인 것이다. 외부에서 우리를 옥죄는 것이 별로 없을 때조차 우리 존재의 가장 깊숙한 곳자리한 긴급한 요구가 여전히 우리를 몰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작가정신(김석희)


외부에서 오는 예언이라기보다 내부에서 미래를 향하는 확신인 것이다. 외부에는 우리를 제약하는 것이 거의 없지만, 우리 존재의 가장 깊숙한 곳있는 내적 요구가 여전히 우리를 몰아대기 때문이다.



4

문학동네(황유원)


나의 확고한 목적을 향해 가는 길에는 무쇠 선로가 깔려 있고, 내 영혼은 그 위를 달리며 바큇자국을 내고 있다. 깊이를 알 수 없는 협곡들 너머로, 겹겹이 쌓인 깊은 산들 사이로 급류가 흐르는 강바닥 아래로, 나는 한치의 오차도 없이 돌진한다! 아무것도 철길의 앞길을 막아설 수 없으며, 그 무엇도 철길을 구부릴 수 없다!


작가정신(김석희)


정해진 내 목표로 가는 길에는 쇠로 된 선로가 깔려 있고, 내 영혼은 달리기 위해 벌써 그 선로의 홈에 끼워져 있다. 깊이를 알 수 없는 골짜기를 건너고, 새겨진 산들의 심장을 꿰뚫고, 급류가 흐르는 강바닥 아래를 지나 나는 똑바로 돌진해 나간다! 철길에는 장애물도 없고, 구부러진 모퉁이도 없다.



5

문학동네(황유원)


우리 오늘밤엔 가벼운 마음으로 잔을 들자.

가득찬 술잔 끝에서 찰랑대다가

입술에 닿자마자 부서지는 거품과도 같은

즐겁고도 덧없는 우리의 사랑을 위해.


작가정신(김석희)


오늘 밤에는 가벼운 마음으로 술을 마시자.

술잔에 넘치던 거품

입술을 만나면 부서지듯

흥겹고 덧없는 사랑을 위해.



6

문학동네(황유원)


세계 일주! 그것은 꽤나 자긍심을 불러일으킬 만한 이지만, 그 모든 세계 일주 향해는 대체 무엇을 위해 하는 것인가? 셀 수 없이 많은 위험을 겪은 끝에 겨우 처음 항해를 시작했던 바로 그곳, 그동안 우리가 뒤에 안전하게 남겨뒀다고 생각했지만 실은 줄곧 우리 앞에 있었던 사람들이 있는 그곳으로 돌아가는 것일 뿐.


작가정신(김석희)


세계 일주! 그 말에는 자랑스러움을 불러일으키는 무언가가 담겨 있지만, 그 모든 세계 일주 항해의 목적은 도대체 무엇인가? 무엇 때문에 세계를 한 바퀴 도는가? 세계 일주는 단지 숱한 위험을 겪고 출발점으로 돌아가는 것 뿐이다. 우리가 안전한 출발점남겨두고 떠난 사람들은 그동안 내내 우리 앞쪽에 있었다.



7

문학동네(황유원)


단지 이 리바이어던에 대한 나의 생각을 적는 행위만으로도 나는 진이 다 빠지고, 마치 학문의 모든 분과, 모든 세대의 고래와 인간과 마스토돈, 과거와 현재와 미래, 지상 모든 제국의 흥망성쇠, 우주 전체와 변두리까지 아우르며 뻗어나가는 듯한 그 광범위함에 머리가 어질어질해질 지경이 되기 때문이다. 바로 이것이야말로 거대하고 자유로운 주제가 지닌 미덕, 모든 것을 확대하는 엄청난 미덕이다! 우리는 그 주제의 크기만큼이나 확장된다.


작가정신(김석희)


고래에 대한 내 생각을 적기만 해도, 마치 과학의 모든 분야를 답사하고, 고래와 인간과 코끼리의 과거 현재 미래에 걸친 모든 세대망라하고, 지상 제국의 흥망성쇠조감하고, 우주 전체와 그 주변까지 모두 통찰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그 영역이 너무나 광범위하여 나는 지치고 맥이 빠져서 쓰러질 지경이기 때문이다. 광범위하고 개방적인 주제의 장점은 이렇게 우리 자신까지도 확대한다는 것이다. 우리도 그 주제의 크기만큼 커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