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 경고 기능이 추가됐습니다.
(펼침 메뉴 > 설정에서 변경 가능)

이 책을 읽으면 누구나 안타깝다는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누군가는 과거의 형태를 잃고 완전히 변해버린 한국의 모습을 안타까워 할 것이고, 누군가는 일제에 의해 사라져버린 것들에 안타까워 할 것이다. 그러나 내가 안타까워 했던 것은 그런 것들이 아니다.

나는 사라져버린 한국의 정신문화가 안타까웠다. 이 책을 읽다보면 일제시대 때까지만 해도 그 정신은 분명하게 살아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동시에 직감한다. 한국의 정신을 완전히 파괴한 것은 6.25 전쟁이라고. 타 민족조차 파괴하지 못한 정신을 파괴한 것은 결국 동족이었던 것이다.

동아시아에서 정신문화를 잃어버린 나라는 대한민국 뿐이라고 생각된다. 일본은 신불습합적 정신문화를 수천년 동안 이어왔고, 중화민국은 전통적 중화와 근대적 삼민주의를 받들어 이어왔으며, 중공은 마오주의를 찬양하고 북한은 김일성주의를 찬양한다. 결국 남은 건 대한민국 뿐이다.

나는 생각한다.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의 근본적 문제들은 정신문화의 부재에 있을 것이라고. 그 탓에 대한민국은 항상 대결하여 정신문화를 쟁취하고자 했다. 과거에는 자본주의와 공산주의의 대결, 민주주의와 독재의 대결이 있었고, 지금도 대결은 이어지고 있으나 배는 전혀 부르지 않다.

결국 과거부터 이어져 오는 전통적 정신문화의 단절은 정신적 허기짐을 유발한다. 이 책은 그 사실을 다시금 깨닫게 해주었다. 그 암울했던 일제시대에도 남아있었던 전통적 정신들을 보고 있노라면, 결국 대한민국의 정신문화는 영원히 돌아오지 않으리라는 것이 확고해지기만 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