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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서 우연히 만난 책이다.


언젠가 다와다 요코의 <헌등사>를 읽었던 기억이 있다.

그 이름을 보자마자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그 반가움 때문에 내용도 안보고 그냥 덥석 빌려 와버렸지.


이 소설은 시작부터 꼭 내 목을 조르는 기분이었다.

심상치 않은 역 분위기에 대한 묘사 때문이었다.


딱히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건 아니었다.

그러나 꼭 누구 하나쯤 죽을 것 같은 분위기를 풍겼다

첫 페이지부터 줄곧 나를 긴장하게 만들었다.


내 목을 졸라 숨을 못쉬게 만들고는

이내 곧 풀어주고는


'쫄았어? 장난이야ㅋ'

하고 나를 능멸하는 것 같은 ㅈ같은 이 기분...


말로는 장난이라고 하는데

직감적으로 이거 절대 장난이 아닌게 느껴진단 말이지.

언제든지 목이 졸려 kill 당할 것 같은 더러운 뒷맛이 남는다.




「당신은 늘 열차 출발 시각보다 훨씬 일찍 역에 도착하는 습관이 있다. 그렇게 일찍가서 뭐해, 역은 따분하잖아, 라고 친구가 말하면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막막하다. 역은 분명 따분한 장소일지 모른다. 따분해서 쉬 지겨워지기에 오히려 바쁘다는 생각이 사라지고 긴장이 풀린다.」


나는 이 부분이 공감이 되서 좋았다.

살면서 기차를 타 본 일이 많이 없지만서도 정말로 그랬다.


휴가를 복귀하던 날 역에서 열차를 기다리더 날,

혹시나 늦지는 않을까 걱정 되면서도 열차를 기다리는 그 순간은 한 없이 지루했으니까.


"아무일도 안일어나지만 불안함 느끼기"는 한동안 계속 되었다.

이번에는 더 악랄했다. 목줄을 채워놓고 간간히 힘줘서 끌어당기는 느낌?


어? 이거 큰일나나? 아니네...

어? 이거 큰일나나? 아니네...


집에 가스 켜놓고 나온건가 하는 그런 찝찝한 불안함을 남겨둔다.

이 자식, 독자가 편하게 글 읽으면 죽는 병이라도 있는건가...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스쳐 지나가는 사소한 에피소드가 나를 긴장시킨다.

어떻게보면 TMI 라고 볼 수도 있는 모든 순간들이, 잡스럽지 않고 오히려 글을 집중하게 했다. 흡인력이란게 이런걸까?


누군지도 모르고 스쳐갔던 사람들이지만 임팩트가 강렬했다. 작별하는게 아쉬울 정도였다. 다음에 만나게 되면 당신들 이야기도 들려줄래요?




「속는게 가장 좋은 공부라고 누군가 말했다. 아아, 어리석기 짝이 없다. 달콤한 과일을 산 줄 알고 덥석 베어 물었는데 시다면, 퉤퉤 뱉어낼 뿐이다. 아무런 공부도 안된다.」


불안감에 계속 장작을 집어넣으며 군불을 떼다가도 나를 웃게 만드는 순간이 있었는데, 바로 이 부분이었다. 정말 맞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또 하나가 더 있는데, 화장실에 가기 싫어하는 묘사였다.

요즘 같은 날씨에는 200% 공감할 수 있다.


더럽게 추운 날에는 아무리 용변이 급해도

차라리 바지에 싸고싶을 정도로 화장실이 가기 싫다.

차디 찬 공기 속에서 궁댕이를 까야하는건 너무 씹고통이야...




읽으면 읽을수록 불안함은 점점 소강되어갔다. 내가 무뎌지는 건지, 작가가 목줄을 느슨하게 풀어주는 건지는 잘 모르겠다. 소설에서는 화자를 '나'라고 하지 않았다. 줄곧 '당신'이라고 지칭하는데 이게 은근히 신경쓰였다. 읽고 있는 독자인 나를 말하는건가?


그에 관해서는 마지막 즈음 비밀이 풀리는데 솔직히 이해는 안되더라.

데미안을 읽으면서 느꼈던 개같은 느낌을 여기서 한 번 더 맛 보게 될 줄이야.


뭔가 개같은 소리를 지껄이긴 하는데... 언뜻 문학계에서는 천재라고 불릴만한 무언가일테지만 나한테는 그냥 개같은 소리였다. 느낌적이 느낌이지만 독일스러움과 일본스러움이 교묘하게 섞인게 다와다 요코인 것 같다.


그래서, 제목은 도대체 왜 용의자의 야간열차일까?

이거 진짜 이렇게 끝나도 되는건가...

뭐, 알아 들을 사람은 알아듣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