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만 줄기차게 써온 작가가 쓴 장편이 더 후달린다고 나만 그리 느끼나?
단편이면 그래도 괜찮게 읽힐 문장이나 요소가, 막상 장편에 적용하니까 곧바로 한계가 드러나는 그런 경우.
특히 겉절이 작가들이 이런 경우가 좀 있는 것 같더라.
문장 자체는 꽤 조밀하게 잘 쓴다더라도, 막상 장편으로 넘어오면 곧바로 역량의 한계가 드러남.
장편 자체가 워낙 단편보다 더 인물도 많고, 서사가 더 길어서 그럴 테지만,
그 서사를 원할히 전달하는 동시에, 그에 따른 표현력까지 완비한 문장을 쓰자니
단편에 써먹던 요령을 장편에 적용하려니까 잘 안 된다 말이지.
그래서 그런가, 정지돈의 <건축이냐 혁명이냐>는 좋았는데, 이번 <…스크롤!> 은 좀 많이 아쉬웠음...
그외 김사과의 <N.E.W> 초반만 좀 읽다가, 문장의 구성이 나하고 안 맞아서 곧바로 나가떨어짐...
오히려 단편으로 쓰면 괜찮을 문장 구성이 장편으로 줄기차게 엮어 놓으니까,
문장과 서사 간의 합이 안 맞아서 그런지, 읽는 내내 이걸 왜 이렇게 써놨지? 이런 의구심이 들었음.
그러니까 화자가 당최 무얼 말하려는 것인가를, 그리고 이렇게 말하는 것이 무슨 목적으로 하는가를
일관적이게 드러나지 않는다는 인상이었음.
보통 이런 건 단편에서 그러는데, 단편이니까 그러는 거지. 장편에서 쓰여야 하는 이유가 뭘까?
원래 그럼. 1인분 라면 끓이는거랑 100인분 끓이는거랑 들어가는 기술수준이 걍 다름
장편 잘 쓰려면 작가의 세계관과 철학과 상상력의 스케일이 뒷받침되어야 하는데 이건 단순한 문학수련이 해결해주는 문제가 아니라서. 단편이 스냅사진이라면 장편은 벽화인데
당연한거 아닐까? 만화도 4컷 만화는 초등학생도 그릴수있음. 장편이 되는 순간 싸그리 나락가는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