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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밤 위에 수놓인 소통과 교감의 유토피아




미야자와 겐지는 일본 이와테 현 출신의 시인이자 동화작가, 농업학자이자 교육 운동가였다. 문학가로서는 향토적인 작품을 주로 남겼는데, 자신의 작품 중에 자주 등장하는 이상향을 자신의 고향인 '이와테'의 에스페란토식 발음인 '이하토부'라 명명했다. 농촌 고향의 토지와 문화에서 출발하여 세계보편의 이상향으로까지 확장시키고자 했던 작가 개인의 사상적 지향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그가 성장한 이와테 현은 도쿄에서 떨어진 변두리 지역이었지만 그의 가정은 유복했다. 친가는 전당포를 경영하고 외가는 대대로 정치가, 사업가 집안이었다. 그러나 그는 가난한 농민을 상대로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는 일을 싫어해 노이로제에 걸릴 정도였다고 한다. "재벌이라고 불리는 사회적 피고에 속해 있다는 계급적 의식에 괴로워했다."는 술회가 있을 정도다. 모리오카 고등농림학교를 졸업하고 여러 가지 문제로 부친과 대립하다가 잠깐 상경했지만 누이 동생의 지병이 악화되어 다시 귀향했다. 고향의 농업학교에서 교편을 잡던 시절 주로 시와 동화를 썼다. 1924년에는 생전에 간행된 유일한 시집인 『봄과 수라』와 동화집 『주문이 많은 요리점』을 자비로 출판한다. 이후 농민의 삶을 제대로 알고 싶어 교사직을 포기하고 실천하는 농업을 선택, 농업과학 연구와 농민들을 위한 농사지도를 평생의 업으로 삼게 된다.


그의 작품은 불교적 세계관과 자연, 과학이 융합된 소재를 주로 다뤘는데, 작품의 주인공들은 대개 자신과 다른 이질적인 대상이나 인물들과 아무런 편견 없이 대화를 나누며 깨달음을 얻어나간다. 무생물을 포함한 삼라만상이 모두 연관되어 서로 교감한다는 발상은 미야자와 겐지만의 독특한 작품색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동화는 약 100편, 시는 약 400편이 남아 있으며 생전에는 동화집과 시집 각가 한 편씩을 제외하고는 별로 주목받지 못했다. 사후에 그의 고유한 작품세계가 널리 알려지면서 주목받기 시작했는데,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은하철도의 밤』이 있다. 미야자와 겐지는 과로 및 영양실조로 인한 급성 폐렴으로 37세의 젊은 나이에 사망했다.




디스토피아의 미래를 향해 떠나는 환상열차



마츠모토 레이지는 <우주전함 야마토>를 시작으로 <은하철도999> <천년 여왕> <우주해적 캡틴 하록> <에메랄더스> 등에 이르기까지 SF와 판타지를 배합시킨 일련의 독특한 작품으로 일본 만화의 황금기랄 수 있는 1970년대를 대표하는 인물이다. 


어린 시절 '일본 만화의 신'이라고 불리는 데츠카 오사무의 <철완 아톰>에 매료되어 만화계에 입문 했다. 초등학교 때부터 만화를 그리기 시작, 지방지에 투고하는 등 습작을 거듭하며 성장했다. 1954년 <꿀벌의 모험>으로 잡지 『만화소년』이 공모한 제1회 장편만화 신인왕을 수상한다. 고교 졸업 후인 1958년에는 레코드와 축음기를 전당포에 맡기고 비장한 각오로 상경, 본격적으로 만화가의 길을 걷기 시작한다. 주로 성인취향의 SF판타지를 형상화해왔던 그의 작품 이력은 <우주전함 야마토>부터 본 궤도에 오르기 시작한다. 이 무렵 <우주전함 야마토>에서 일본 군국주의에 대한 향수가 엿보인다는 이유로 한때 그의 우상이었던 데츠카 오사무로부터 호된 비판을 받기도 했다. '야마토'란 일본 고대정권의 명칭이자 2차세계대전 말기에 활약했던 비운의 전함 이름이며, 군국주의 일본을 의미하는 은유적 국호이기도 하다. 한국에서 방영할 때는 <우주전함 태극호>로 제목이 바뀌는 웃지 못할 일도 있었다. 


이후 세기말의 허무주의를 기반으로 탄탄한 스토리가 돋보이는 작품 <은하철도999>의 연재와 동시에 마츠모토 레이지는 비로소 인생의 절정기를 맞게 된다. <은하철도999>는 요절한 동화작가 미야자와 겐지의 『은하철도의 밤』에서 영감을 얻은 작품이라고 한다. <은하철도999>는 어린 소년이 은하철도를 타고 우주를 여행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별들의 다양한 인생을 만나 삶의 비의를 깨달아가는 성장주의 서사를 다루며 자본주의, 물질만능주의, 기계주의, 제국주의, 계급화사회에 대한 비판적 알레고리라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주인공 데쓰로(철이)가 정차하는 '도박의 별' '다툼의 별' '거지들의 나라' '기계의 나라' '나사못 별' '기계 요새' 등을 작가가 비판하고자 하는 현대사회의 일면들로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마츠모토 레이지는 <우주해적 캡틴 하록>에 이어 <은하철도999>를 거치며 고유의 세계관과 시공간적 배경을 어느 정도 완성하게 된다. <천년 여왕> <우주해적 캡틴 하록> <은하철도999> <내 청춘의 아르카디아> 등 일련의 작품들은 공통된 세계관과 시공간적 배경 속에서 에피소드를 공유하며 거대한 하나의 서사를 이루고 있다. <은하철도999> 시리즈에는 열광적인 지지와 함께 혹평도 따라붙었다. 예를 들어 수수께끼의 여인이자 작품 전편에 걸쳐 에로티시즘 코드를 제공하는 '메텔'에 얽힌 미스터리가 해소 없이 모호하기만 하다는 식이다. 이에 마츠모토 레이지는 『은하철도 뉴스』라는 격월간 신문을 창간해 비평가들의 혹평에 맞서는 한편 시리즈가 가진 모순들을 해결해나간다.


1978년 만화 <은하철도999>를 원작으로 한 린 타로 감독의 동명 애니메이션 시리즈가 일본 후지TV에서 방영된다. 1979년 8월에는 극장판으로 개봉하여 큰 성공을 거뒀고, 한국에서도 1981년부터 TV로 방영되기 시작하면서 팬덤을 형성한다. 1997년에는 뮤지컬로도 각색된 바 있다. 마츠모토 레이지는 어느 잡지와의 인터뷰에서 <은하철도999>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나는 <은하철도999>에서 인간의 유한성을 말하고 싶었다. 데쓰로는 유한한 존재인 인간의 운명에 도전하는 인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