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독서로서 읽는 것이 아니라 글로 만들기 위한 번역.


1.한국어는 영어가 아니다.

- 자명한 사실이지만, 번역을 하기 전에는 잊는다. 어순도 다르고 서순도 다르고 글의 구조 자체가 다르다. 수사도 다르다. 즉 표현에 사용되는 모든 사고 구조가 다르다. 그냥 뇌 두개를 빠르게 전환 시키는 것이다.


2. 조사가 없다.

- 조사의 부재 때문에 생기는 문제이다. 영어는 조사가 없다. 왜? 영어에서의 조사는 단어의 위치이다. 영어에서 단어의 위치는 한국어의 조사의 역할을 대신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영어와 한국어는 어순이 다르다. 즉 영어를 한국어로 만들게 되면 조사의 위치가 어색하게 배치된다.


3. 영어명사로 쓰였다고 해서 한국어 명사로 번역된다는 뜻은 아니다.

- 배치된 어순과 단어들은 그러면 어떻게 해야될까? 다시 재정리해서 익숙한 한국어 문장으로 만들어야 한다. 긴 문장일수록 이 과정이 오래걸린다. 근데 문제가 생긴다. 의미에 따라 명사의 위치를 바꾸니 조사가 달라진다. 조사가 달라지니 명사였던 것이 동사로 쓰이거나 동명사가 부사화 되는 경우가 생겨버린다. 이를 어쩐다? 어쩌긴 어쩌겠나 말이 되도록 단어를 바꾸자


4. 동사화된 단어들을 찾아서 명사들을 동사로 바꿨다고 치자. 아차차 뒤에 동사가 되었기 때문에 문장에 동사가 두개가 되어버렸다. 그래서 뒤에 동사를 삭제하려다보니 앞에 받아주는 주어가 있다. 그래서 그 문장을 안은 문장으로 만들었다.


5. 위와 같은 작업들을 반복하다보면 결국 주어가 두개 동사가 세개 등등 비문과 탈자들이 난무하기 시작한다.


6. 결국 다시 2번의 직역으로 돌아가기로 마음 먹는다.


7. 제대로된 문장을 못쓰는 병신이 될바에 그냥 글을 어렵게 쓰는 사람이 되는게 낫다.



- 번역된 글이 어려운 이유. 개인적으로 칸트 번역본 추천 받으면 절대 백종현 번역을 추천하지 않는데 그 이유는 그 번역은 2번에서 끝나기 때문이다.
이게 뭐 좋은 번역이라 생각하면 어쩔 수 없지만, 어순도 서순도 삶의 방식도 다른 언어를 그대로 한국어로 번역하면 단어 외의 문제들이 생김
ㅡ 의역은 직역이 가능한 사람이 텍스트 내용을 소화한 이후 꼼꼼하게 문장과 비문 교정이 가능한 문학적 센스가 있는 몇몇 사람들이 갖는 특권
그래서 위의 모든 조건이 충족되기 어려운 학자들은 대부분 문장을 끊고 자르고 재배치함. 문장이 길면 4-5 번 같은 문제가 엄청 길어짐.
그런데 이렇게 번역해봐야 2번 직역빠들한테 공격받음. 원문의 맛을 못살렸다고
한글로 쓰였지 한국어가 아닌 글에 왜 환장하는걸까. 원문에 대한 어떤 환상이 있나봄.

- dc official Ap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