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마을에서 한 시간쯤 걸리는 곳에서 나는 유쾌한 사건 하나를 경험하게 된다. 열한 살쯤 되는 딸과 함께 걸어가던 어느 하프 연주자가 내게 딸아이를 마차에 태워달라고 청했다. 그 남자는 악기를 어깨에 맨 채 계속 걸어갔고, 나는 그 소녀를 내 곁에 앉혀 주었다. 소녀는 자기 발 앞에다 커다란 상자 하나를 조심스럽게 갖다놓았다. 제대로 교육을 받은 귀엽고 예의바른 아이로, 벌써 세상 물정에 꽤 익숙한 것 같았다. 언젠가 어머니와 함께 마리아 아인지델까지 걸어서 순례 여행을 한 적이 있는데, 다시 콤포스텔의 산티아고까지 긴 여행길에 오르려 했지만, 어머니가 돌아가셔서 가족의 소원은 이뤄지지 못했다고 한다.

하지만 성모 마리아에 대한 소녀의 신앙심은 대단했다. 언젠가 어떤 집에 큰 불이 나서 모조리 타 버린 것을 직접 보았는데, 문 위에 걸려 있던 유리 액자 속 성모상만은 유리와 그림까지 모두 온전했다는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정말 기적이 아니냐며 소녀는 말했다.

그 소녀는 끝까지 걸어서 순례 여행을 마쳤고, 마침내 뮌헨의 선제후 앞에서 모두 21명의 제후들에게 연주를 들려주었다고 했다. 소녀의 이야기는 무척 재미있었다. 커다란 갈색 눈이 매우 예뻤고, 가끔 위쪽으로 약간 주름지는 이마가 고집쟁이 같은 느낌을 주었다. 이야기할 때, 특히 어린아이답게 깔깔거리며 웃을 때는 밝고 천진난만해 보였다. 하지만 입을 다물고 있을 때는 무언가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다.

나는 그 소녀와 아주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소녀는 생각보다 견문이 넓었고 사물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 한 번은 나에게 저것이 무슨 나무냐고 물었다. 아름답고 커다란 단풍나무였는데, 여행길에 나선 뒤로 처음 본 것이었다. 소녀는 그 나무 이름을 금방 기억해냈고, 그 뒤로 단풍나무가 줄줄이 나타날때마다 자신이 그 나무를 알아볼 수 있음을 기뻐했다. 소녀는, 자신은 보첸으로 큰 장을 보러 가는데, 혹시 나도 그 쪽으로 가는 게 아니냐고 물었다. 거기서 다시 만나면 자기에게 어떤 물건이든 하나 사줄 수 있느냐고 하기에, 나는 그러마 약속했다. 소녀는 자신이 뮌헨에서 번 돈으로 산 새 모자를 거기서 쓰고 싶은데, 그 전에 나에게 먼저 보여 주겠다고 했다. 그런 다음 소녀는 발밑에 놓았던 상자를 열었고, 나는 화려하게 수 놓고 예쁘게 리본을 장식한 새 모자를 볼 수 있었다.

우리는 또 하나의 즐거운 기상예보를 듣고 함께 기뻐했다. 소녀가 날씨가 틀림없이 좋아질 거라고 장담했기 때문이다. 소녀는 기상예보 기압계를 가지고 다니는데, 그것은 하프를 두고 하는 말이었다. 현의 음이 최고음까지 올라가면 날씨가 좋을 징조인데, 오늘이 바로 그런 날이라는 것이다. 나도 그 전조가 옳다고 믿었다. 우리는 가까운 시일 내에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하고 기분 좋게 헤어졌다.

- 괴테의 이탈리아 기행, 9월 7일 미텐발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