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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모토 무사시 4권을 방금 다 읽었습니다.
요시오카 문하생 100여 명에게 쫒기는 몸이 된 무사시가 한 기루에 숨어있는데 기품 넘치는 경국 지색의 기녀
요시노와 단 둘이 밤을 지새게 됩니다. 요시노는 무사시에게 화로에 손을 녹이라던가 차를 데워 권하지만 쑥맥에다
초경계 상태인 무사시는 등을 돌린 채 대답만 짧게 할 뿐 경국지색의 요시노를 무시합니다.
침묵과 긴장감 속에서 요시노는 무사시의 등을 바라보다가
무사시에게 언제라도 베일 것 같다고 말합니다.
검과 승부에 대한 자부심이 있는 무사시는 발끈 하지만 오랜 수양을 통해
뭔가 이유가 있어 그렇게 말한 것이라 생각하고 들어보기로 합니다.
요시노는 자신이 연주하던 비파를 가지고 예를 듭니다.
“보시다시피 비파 속은 텅 비어 있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그럼 저 다양한 소리의 변화는 어디에서 오는 걸까요? 바로 이 몸통 안을 가로지르고 있는 한 개의 횡목橫木에서입니다. 이 횡목이야말로 비파의 몸통을 지탱해주는 뼈대이자 심장이며 마음이기도 하죠. 그러나 이 횡목도 그냥 일직선으로 힘껏 몸통을 잡아당기기만 해서는 아무런 소리도 낼 수 없습니다. 그 변화를 일으키기 위해서 횡목에 이렇게 일부러 고저강약高低强弱의 무늬를 새기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것만으로는 아직 진정한 음색이라는 것이 나지 않습니다. 진짜 음색이 어디에서 나느냐 하면, 이 횡목의 양끝의 힘을 적당히 상쇄시키는 느슨함에서 나오는 것입니다. 제가 일부러 이 비파를 부수면서까지 당신이 알아주었으면 한 것은, 그러니까 우리 인간이 살아가는 마음가짐도 이 비파를 닮지 않았나 하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
무사시의 눈은 비파의 몸통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그 정도는 누구나 다 알고 있는 것 같지만, 실은 비파의 횡목만큼도 그 속을 파악하지 못하는 것이 인간이 아니겠는지요. 네 현을 한 번 켜면 칼과 창이 울고, 구름마저 찢을 듯한 강한 곡조를 토해내는 몸통 속에는 이러한 횡목의 느슨함과 팽팽함이 적당히 조화를 이루고 있는 것을 보고 저는 언젠가 이것을 사람의 일상에 빗대 곰곰이 생각해본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오늘 밤 문득 당신의 경우에 견주어 생각해보니 아, 이 사람은 위험한 사람이구나. 팽팽하게 당겨져 있기만 하고 느슨함이라고는 털끝만큼도 없구나. 만약 이런 비파를 무리하게 튕기다가는 음의 자유나 변화는커녕 분명 줄은 끊어질 것이고, 몸통은 깨져버릴 것이다……. 실례지만 당신을 보고 이렇게 속으로 걱정되어서 말씀을 드린 것입니다. 결코 나쁜 의도로 말씀드린 것도, 농담으로 조롱한 것도 아닙니다. 그러니 부디 어리석은 여자의 주제넘은 오지랖이라고 흘려들으시길 바랍니다.”
- 밀리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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