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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크맨
✍+ 애나 번스 / 밀크맨
info : 문학 / 510p
reading period : 22.11.05~24
rating : 4.5/5.0
''너무 슬픈'것도 나쁘고 '너무 기쁜'것도 나쁘니 따라서 이도 저도 아닌 채로 살아야 했다. 또 생각도 하지 말아야 했다. ••• 다들 자기 생각을 저 아래 깊이 안전하게 감추었다.'-139p
밀크맨은 2018년 부커상을 수상하고 2019년 올해의 소설에 선정된 문학작품이다. 1970년대 북아일랜드 분쟁이 한창인 작은 마을을 배경으로 폭력적인 위협에 노출된 18세 소녀의 내면을 비춘다. 밀크맨은 숨이 벅찰 정도로 호흡이 긴 문장과 화자의 의식의 흐름대로 서술되는게 특징이다.
밀크맨을 읽다보면 '이런 것까지 서술해?'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사소한 생각과 일상을 모조리 서술한다. 작은 것 하나라도 빠뜨리면 자신의 생각을 온전히 전달할 수 없을 것 같다는, 담담하며 동시에 처절한 서술은 독자들에게 호소력이 짙다. 밀크맨이 괜히 세계적인 소설이 된 것이 아니다.
'바지 말고 예쁜 거, 여성스럽고 여자답고 우아하고 예쁜 드레스를 입어'-434p
주인공을 둘러싼 (가짜)밀크맨과 마을공동체의 압박은 소설이 진행되며 점점더 목을 조여온다. 처음에는 활발하고 자기주장 강하며 매력있던 주인공은 어느순간부터 소심해지고 의기소침해지며 타인에 대한 신뢰를 잃는다. 가스라이팅의 과정을 아주 천천히 그리고 면밀하게 비추어서 독자도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주인공에 이입해 있을 수 있다.
마침내, 후반부에 다다라서는 주인공을 향한 밀크맨의 목적이 완벽히 드러난다. 상도를 벗어난 일(길을 걸으며 책을 읽는 것)을 하지 말 것. 남자같은 옷을 입지 말 것. 대신 상도를 지키며 순종적으로 행동하며 여성스러운 옷을 입을 것. 가스라이팅의 최종 목표는 코르셋의 완성이었다.
''밀크맨'을 가명이나 암호명이라고 생각했을 때에는 신비스럽고 은밀하고 연극적인 가능성이 느껴졌다. 그런데 그 이름이 상징이 벗겨진 채 일상적이고 평범하고 친근한 톰, 딕, 해리 같은 이름의 세계로 끌어내려지자 무장단체 핵심요원의 이름에 덧붙였던 존경심이 순식간에 줄어들더니 아예 사라져버렸다.' -441p
밀크맨에서 가장 인상적인 점은 고유 명사를 사용하지 않고 대명사를 고집한다는 점이다. 주인공 주변의 인물들은 '어쩌면-남자친구', '셋째 형부', '알약 소녀', '가장 오래된 친구', '아무개의 아들 아무개' 등 본연의 이름이 아닌 약속된 호칭으로 불린다. 또한 소설의 배경이 되는 마을 이름도 나오지 않고 지나치게 과장스러운 사건과 사람들이 등장해서 현실감이 떨어진다.
밀크맨을 읽던 독자가 소름을 느낄 때는 다름아닌 밀크맨 소설의 배경이 우리가 살아가는 현재와 다르지 않다는 것을 인지할 때이다. '어쩌면-남자친구', '셋째 형부', '알약 소녀', '가장 오래된 친구', '아무개의 아들 아무개'는 오늘날에도 우리 주변에서 살아가는 누군가일 수 있다.
고유명사를 사용하지 않고 대명사로 일관된 서술을 하여 소설과 현실의 경계를 모호하게 한 작가는 독자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과연 지금 밀크맨을 읽는 순간이 1970년대 북아일랜드보다 더 발전하였는가? 혹시 그대로는 아닌가? 어쩌면 그 시절보다도 퇴보하지 않았나?
이에 대한 대답은 독자의 몫이다.
사회문제에 관심있는 모든 사람에게 추천한다.
ps. 11월에 바빠서 독서연등을 거의 못하고 책을 조금씩 읽느라 완독이 오래걸림. 밀크맨은 이입이 중요한 책이라 읽을 때 호흡에 맞춰서 한 두번에 완독해버리는걸 추천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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