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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피에르 바야르는 <읽지 않은 책에 대해 말하는 법>의 저자로 가장 유명한 탓에 애서가들 사이에서는 자기변호성 스놉으로 통하기도 하지만, 사실 그 책을 잘 읽어보면 생각 이상으로 문학 비평이라는 것 자체에 괴상한 다양성을 부여하는 쪽에 가깝다. 데리다가 "텍스트 바깥에는 아무 것도 없다"며 텍스트를 해석할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을 암시하였듯, 피에르 바야르 역시 일반적 통념에서 벗어난 정도로 수용되는 텍스트의 다양성을 강조하며 <햄릿>을 비롯한 텍스트들이 실제로는 결코 단일하지 않음을 지적한다. 구체적으로는, 어느 비평가가 <햄릿>을 인용함에 있어 그 인용 범위와 해석은 반드시 그가 염두하는 개념에 종속적이고, 그로 인해 발생하는 차이는 우리가 막연히 동일한 <햄릿>을 가리키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크게 벌어져 있다는 것이다.


그 주장에 크게 동의하지는 않지만, 어쨌든 피에르는 이를 몇 번이고 강조하며 <햄릿>에 대한 해석이 어떤 예상도 못한 발견 혹은 가설에 따라 휙, 휙, 패러다임이 바뀌듯 뒤바뀔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 대표적인 예시로 책의 서두에서 언급하는 월터 윌슨 그렉의 <햄릿> 비평이 있다. 클로디어스가 연극의 긴 대사들을 보며 죄책감을 느끼고 도망쳐 나왔다고 하지만, 정작 그것과 동일한 내용의 무언극이 앞에서 진행되는 것을 볼 때 아무 것도 느끼지 못한 것처럼 보인다는 것을 지적하는 비평이다. 또한 아버지 햄릿의 살인에 대한 정황을 너무나 정확하게 묘사하고 있는 듯한 극, <곤자고의 살인>이 과연 실제로 작중에서 존재했던 것이 맞긴 하느냐를 지적하기도 한다. 이에 따라, 클로디어스의 자백을 비롯한 햄릿이 목격한 사건들이 과연 실제로 일어난 것인지, 환각인지를 질문한다.


저자는 이 혁신적인 비평과 더불어 정신분석적인 비평들을 다수 언급하며 <햄릿> 해석의 다양성을 강조하면서도, 그렉의 비평에서 정신분석적인 방식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가고자 한다. 여기서 주목하는 것은 햄릿이 오필리어에게 비친 적의, 개중에서도 구체적으로 오필리어의 처녀성을 의심하며 그녀를 창녀라고 매도하는 장면이다. 구태여 오필리어에게 이런 매도를 한다는 것은, 실제로 햄릿이 그런 생각을 할 만한 사건을 목도했으리라는 것이다. 여기에 정신분석학적 비평으로 햄릿이 아버지 햄릿에게 느껴 클로디어스를 죽이는 것을 망설이게 했을 오이디푸스 콤플렉스가 합쳐지면서 참 신기한 결론이 나온다. 일찍이 폴로니어스가 아버지 햄릿에게 오필리어를 알선하는 것을 햄릿이 목격하였고, 그로 인해 쌓였던 분노로 인해 햄릿이 아버지 햄릿을 살해했으며, 따라서 아버지 햄릿은 사실 그를 죽인 살인범에게 유령으로서 나타난 것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나머지 햄릿의 서술들은 대체로 광기로 인한 환각에 가깝다.


이 결론에 전적으로 동의하지는 않더라도 상당히 흥미로운 해석인 것만은 사실이다. "추리비평"이라고 하는 약간은 거창한 이름을 왜 붙였는지는 이해할 수 있었고, <바스커빌 가의 개>나 <애크로이드 살인 사건>을 비슷한 방식으로 다루는 다른 책들도 한 번 읽어보고 싶다. 다만, 역시 포스트모던한 해석의 다양성에 공감하기는 힘든 것 같다. 화용론조차 학문이 포섭하기에는 너무나 넓은 분야를 포섭하려 든다는 생각이 자주 드는데, 이 경우에는 더더욱. 결국 어느 정도는 이것이 사실이다, 하는 전제를 강제로라도 두어야 하는 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