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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들아, 그렇게 아무 데서나 함부로 뛰어놀지 말거라. 너희들이 뛰어노는 거기 바로 밑에 네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누워 계실지도 모른단다.”
오키나와 도민들이 한동안 입에 달고 살았던 말이라고 합니다. 도민 4명 중의 1명이 죽었다던 오키나와 전투, 미국이 오키나와, 이오지마 전투를 겪고 원자폭탄을 떨어뜨렸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참혹했던 전투지요. 우리 한국 사람들은 태평양전쟁을 보면 오묘한 기분이 들 겁니다. 일본제국이 조선 국권을 침탈하고 많은 조선인을 핍박하고 징용해간 거는 누구나 알 겁니다. 태평양전쟁에 조금만 아는 사람들은 미군과 일본군이 얼마나 지옥같은 전투를 치뤘는지도 알겁니다. 특히 일본군 수뇌부는 자국 군인을 장기말에 불과했다는거도 알고있겠죠.
누구는 동정심을 누구는 후련함을 느꼈을지도 모릅니다. 저희는 일본제국이 조선에게 어떤 짓을 저질렀는지 알고있으니깐요. 그렇다면 오키나와 도민들은 어떨까요? 아마 오키나와와 본토는 다르다고 생각할겁니다. 저또한 그렇게 생각했으니깐요. 하지만 이번 <철의 폭풍>을 읽고 든 생각은 조금 다릅니다. 오키나와 도민또한 일본제국의 일원이었다는걸요. 그렇다고 그들의 고통을 “너희들은 가해자야.”라 쉽게 단정지을 생각은 없습니다. 제가 말하고 싶은건 오키나와는 본토와 완전 다르지 않았다는 겁니다. 그들 또한 시대상 한계를 넘지 못하고, 일본을 위해 최후의 옥쇄를 다짐했습니다. 세뇌의 결과겠지만요.
어떤 점이 다를까요? 오키나와와 본토 말입니다. 중요한 차이점은 딱 한가지입니다. 태평양전쟁을, 일본군의 실체를 눈 앞에서 겪었나 안겪었나 차이일 뿐입니다. 아주 단순한 사실이죠. 본토 사람들은 전쟁을 실제로 경험하지 않았습니다. 하늘에서 불비가 떨어지는 것만 겪었을 뿐이죠. 자신들의 터전에서 총탄이 난무하고 강철비가 쏟아지는, 목숨을 버릴만한 각오와 눈 앞에서의 옥쇄를 보지 못했습니다. 그것이 오키나와와 본토의 유일한 차이점이죠. 본토민의 전쟁은 하늘에서 무수히 떨어지는 폭탄과 불타는 장작더미, 오키나와 도민들의 전쟁은 무수한 강철비와 동굴 속의 지옥, 피붙이를 죽여야하는 세뇌와 허울뿐인 옥쇄입니다.
‘산처럼’에서 출판한 <철의 폭풍>은 오키나와 전투 실록입니다. 1950년에 오키나와타임스에서 발간했습니다. 무려 50년이 지난 기록물이지요. 저희는 보통 역사를 거시적으로 봅니다. 몇 년해에 어떠한 사건이 있었고, 원인과 결과를 알 뿐이지요. <철의 폭풍>은 도민에게 어떠한 일이 있었는지 말해줍니다. 군인의 입장보다는 도민의 입장이지요. 도민에서 바라본 일본군이라고 정리하면 되겠습니다. 목차를 보면 전반부는 전쟁의 상황을 보여줍니다. 이 책의 진면목은 후반부의 ‘히메유리탑’, ‘떠도는 죽음’, ‘호쿠잔에 몰아친 비극’, ‘주민의 수기’입니다. 히메유리탑의 ‘히메유리’는 간호 훈련을 위해 만들어진 여학생 학도대입니다. 여학생들은 동굴에서 직접 부상자들을 돌보았습니다. 지옥을 맛보고 일본군의 허세를 느끼며 폭격에 죽어갔습니다. 허무하고 잔혹한 삶.
일본군은 도민에게 말합니다. 미군은 여자를 강간하고 남자를 죽인다고 말이죠. 그래서 많은 도민들이 집단자살과 피붙이를 죽였다고 합니다.
“여기저기서 수류탄이 터졌다. 무시무시한 굉음이 잇따라 골짜기에 울려 퍼졌다. 순식간에 –남녀노소, 아기까지- 살점이 사방으로 튀며 아비규환의 아수라장이 되었다. 단번에 죽지 못하고 목숨이 붙어있는 사람들은 서로 곤봉으로 치거나, 면도칼로 자신의 목을 긋거나, 괭이로 혈육의 머리를 내리쳐 깨부쉈다. 이렇든 세상에 다시없을 무시무시한 광경이 여기저기에서 동시에 펼쳐지며, 온나가와라의 계곡은 피로 물들었다.”
무엇이 이들을 이렇게 만들었나.
“4월 하순경 한타가와 방면의 부대에서 조선인 군부 약 70명이 때마침 빗발처럼 쏟아지는 총알을 무릅쓰고 마지 출장소에 군량을 받으러 왔다. 지체 없이 수령 작업을 하던 바로 그때 그들 한가운데로 박격포 몇 발이 떨어졌다. 부근은 갑자기 죽음의 신음 소리가 이어지는 지옥으로 변해버렸고, 군부들은 성난 일본군 하사관의 고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이리저리 흩어져 도망가버리고 말았다.”
난 도망친 조선인들이 조심히 고국으로 돌아갔으면 한다. 그들은 어떻게 됐을까? 살아 돌아가서도 평탄한 인생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해방정국의 혼란과 곧 들이닥칠 한국전쟁. 당시 한반도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갔을까? 마음이 적적하다.
“그녀의 말에 의하면 그녀는 세 살배기 사내아이를 안고 이제까지 마카베의 대피오에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적이 가까이 왔다는 말에 부모들이 요란스레 쩔쩔매는 바람에 그녀의 아이를 비롯한 서너 살배기 아이들 셋이서 일제히 울어댔다. 그때 패잔병 세 명이 ‘애새끼들 좀 닥치게 해! 적에게 발각된다 말이다!’ 라며 고함을 쳤고 일본도와 총검을 들이댄 채 대피호 가까이에 있는 연못에 ‘아이들을 던져버리라’고 위협했다. 부모들은 어쩔 수 없이 어린아이들을 연못에 밀어 넣었다. 위로 기어오르려는 아이들은 머리를 눌러 익사시켰다.”
전율에 휩쌓이는 일화다. 패잔병들은 살아남았다면 어떤 생각을 갖고 살아갈까? 나는 감히 생각해본다. 그들은 입을 꾹 다물고 아무런 말도 하지않고 살아갈 것이다. 왜냐하면 그들은 “어쩔 수 없었다.”라고 되뇌일 것을 나는 감히 예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포로! 떠올리기도 싫다. 포로가 된다는 건 신념을 저버리는 일이 아닌가. 신념을 잃은 뒤에도 새롭게 살아갈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수많은 청년들이 이 신념 속에서 기쁘게 죽어가지 않았는가. 그리고 두 명의 동생! 그들은 지금도 어디선가 싸우고 있다. 나의 동생들은 많은 청년들이 그랬듯이 황국의 불멸을 믿고, 유구한 대의에 살기 위해 조만간 죽음을 택할 것이다. 아니 벌써 죽었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내가 포로가 된다면 어찌 동생들에게 부끄럽지 않겠는가.”
후반부 주민의 수기다. 당시 오키나와 도민들의 일반적인 생각이라고 말하기는 힘들겠지만, 책을 읽으면 대부분 주민들의 생각이 이와 비슷했습니다. 당시 제국주의와 군국주의가 얼마나 만연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가 아닐까 싶네요.
오키나와 전투의 다른 말은 철의 폭풍입니다. 책을 봐도 주민들은 대부분 방공호에 숨어있습니다. 잠깐 나갔다가 함포와 박격포의 희생양이 되는 장면이 자주 나옵니다. 그만큼 많은 철이 본토에 직격했습니다. 지옥을 겪은 오키나와 도민들은 전후 일본 반전주의에 앞장 서게 됩니다. 물론 태평양전쟁에서 살아 돌아온 참전군인들도 같이 말이죠. 전쟁이 끝나고 일본군은 두 가지 반응이 나타났다고 합니다. 하나는 분함, 하나는 분노. 중일전선에서 돌아온 일본군은 분함을 느꼈고, 태평양전선에서 돌아온 일본군은 분노를 느꼈다 합니다. 승승장구 하다가 돌아온 중일전선 일본군과 지옥과 일본군의 실체를 느낀 태평양전선 일본군의 상반된 반응은 놀랍지도 않습니다.
태평양전쟁은 유럽전쟁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는 것 같습니다. 저는 생각합니다. 태평양전쟁에 많은 연구와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이죠. 일본이 만주에 세운 육군학교에는 조선인 출신도 많았다고 합니다. 후에 그들이 국군에 많은 기여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태평양전쟁을 넘어 일본 제국의 연구는 한반도를 위해서도 필요한 것 같습니다.
세상에 존재하는지도 몰랐던 섬에서 참혹한 죽음과 지옥을 겪은 조선인 군부들에게 심심한 위로를 건네고 글을 마치겠습니다.
두더지몰이는 동굴에서
조선인군부는 섬에서
나는 방에서
(마지막은 자작시입니다. '두더지몰이'는 미군이 동굴을 공략하는 것을 일본 사람들이 불렀던 용어)
전자책 나오길 기다리면서 장바구니에 담아놓고서 반쯤 포기하고 있던 책인데 역시나 엄청 참혹하네.. 리뷰 잘봤어
능력 부족으로 완전히 못 담아내서 아쉽네. 지명이 많이 나와서 조금 읽기 힘들었다. 근데 뒤에 지도 친절하게 실어나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 dc Ap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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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그래도 옮긴이의 말에서 메도루마 슌을 비롯해 오키나와 작가들 얘기해주더라. 오키나와의 눈물, 기억의 숲 언급있실래 장바구니에 담았슈 - dc App
메도루마 슌 순한맛이 보고 싶으면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물방울 말하나보네
전쟁 관련 책은 이제 못읽겠어. 모든게 너무 참혹해. 참혹하다는 말 외에 다른 표현이 떠오르지도 않아.
맞아... 오키나와 전투는 안전지대가 없어서 너무 참혹했숨...작중 동굴묘사는 가히 지옥이었어... 오키나와 가게되면 관련 역사지는 꼭 가보려구 - dc App
저렇게 오키나와 희생시켜놓고서는 본토쪽에서 오키나와 출신 차별하는게 진짜... 하 그냥 뭐라 할말이 없는 종족들이다...
설국에서도 나왔다시피 일본은 지방 개념이 우리랑 다르게 강하니깐... 섬 출신이라카면 차별하는거 뭔가 당연한거같네.... 어휴 맘 아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