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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를 쓰는 중요한 이유가

어떤 책을 그 책과 잘 어울릴 다른 누군가에게 인도하는 거라고 할 때

그런 취지에서 나는

도나 타트의 소설 The Secret History(비밀의 계절)을 

한마디로 '아카데미아의 죄와 벌'이라고 말하고 싶다. 


도스토예프스키의 그 소설처럼 관념적이거나, 혹은 소설을 빙자한 사상적 논쟁이라거나(혹은 논쟁을 빙자한 일방적인 프로파간다라거나, 그를 싫어하는 누군가에게는) 그런 교집합을 지녔기 때문은 아니고 


도나 타트의 이 소설은 훨씬 체험에 가깝다. 

말 그대로 주인공의 대학생활을 독자가 함께 생생하게 가슴깊이 체험하는 쪽이다. 

그의 대학생활은 좀 유니크한데 

왜냐면 그는 클래식에 대한 동경, 지적호기심, 혹은 지적허영일지도 모를 그것을 현실의 대학생활에서 실천하기 때문이며

그리고 그 와중에 더욱 유니크한 사건이 그와 친구들에게 벌어지기 때문이다. 


어디서 이 소설을 순문학과 장르문학의 가장 절묘한 조화, 라는 소개하는 걸 봤는데

그게 맞는 말일수 있지만, 나는 이 소설에 장르적 요소가 있다면 그건 결국 문학 그 자체에 충실했던 결과라고 말하고 싶다. 

다시 말해 이 소설에 장르적인 걸 앞서 기대하기보다는(장르적이란 말 자체 영상매체의 장르적관습에 대한 관습적기대가 짙으므로)

다만 문학적인 기대를 갖고 읽어나가는 게 좋을 것 같다. 


이 소설에 가장 어울리는 독자는 당연하게도

주인공과 조금은 닮은, 그의 내러티브와 공명할 수 있는

클래식에 대한 동경을 어느정도 품은, 지적호기심 혹은 지적허영인지 헷갈리는 뭔가를 내면에 간직한 누군가일 것 같다. 

나는 거기 얼마나 잘 부합했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이 소설을 소중하게 읽었다. 

나는 이 소설을 기대 이상으로 깊게 체험했으며

소설을 읽는 동안, 또 다른 대학생활을 사는듯한, 거기서 다른 친구들을 만나 그들과 같은 공간의 햇빛과 먼지를 들이마시는 듯한 시간을 보냈다. 나는 이 소설이 끝나갈 즘 이 세계와 작별하는 게 싫어서 일부러 그 끝을 미뤄버리고 같은 작가의 다른 소설을 집어들기까지 했다. 그러나 결국 끝을 볼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확신하건대 나는 이 소설을 다시 읽게 될 것 같다. 


영어를 잘 못하는데 어쩌다보니 원서로 읽게 되었다. 

읽고나서 이미 오래전 이윤기 선생이 '비밀의 계절'이란 제목으로 번역해놓았음을 확인했다. 

리뷰를 쓰기 전 미리보기로 번역을 살펴봤는데

이윤기 선생 딸이 아버지 번역을 다시 손봐서 개정판을 내놨더라. 나는 개정판 번역이 확실히 더 좋아진 것 같다고 판단했다. 

그러니 책을 구해보실 분은 개정판을 읽기를 추천한다. 


클래식이나 문학, 인문학에 대한 열정이라는 것은

인간성에 대한 관심, 호기심과 직결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젊은이에게 그것은 나와 타인이라는 각각의 심연에 대한 지적호기심 혹은 허영일 수도 있으며

그것을 파고드는 일은 탐구일수도 있으나 때로는 함정일 수도 있다. 

끝으로 이 소설의 첫 챕터 첫 문단을 내 나름 옮겨보았다. 


/

'치명적 결함' 

삶의 가운데를 가로지르는 보란듯이 암울한 금 같은 게 존재할까? 

문학 밖에서 말이다. 그런 건 없을 거라고 생각했었다. 지금 나는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나의 그것, 치명적 결함이란 바로 : 

어떤 대가로든 내 삶을 픽쳐레스크하게 만들고픈 병적인 갈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