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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아무것도 없다고 말한다. 아무것도 없었고, 그렇기에 아무것도 없을 것이라고. 함자와 아피야는 아무것도 없는 이들이다. 둘 다 어린 시절에 자신도 모르게 부모님을 여의었으며, 정신을 차렸을 땐 아무것도 없었다. 그들은 그들이 기억하는 첫 순간부터 아무것도 없는 채로 살았고, 그들에게 '그전의 삶'이란 없다. 하지만 아무것도 없던 두 사람의 만남으로부터, 『그후의 삶』은 태어난다.
사실 함자와 아피야의 삶에 정말 아무것도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 둘의 만남을 거슬러 올라가면 결국 칼리파와 비 아샤와, 수많은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자신이 겪은 '그전의 삶'을 통해 '그후의 삶'이 태어날 수 있도록 해준다. 함자와 아피야는 모든 '그전의 삶'으로부터 호의를 받아 새로운 삶을 꾸려나간다. 동아프리카사는 어지럽고, 번잡스럽기 마련이지만, 그 소용돌이 치는 역사의 흐름에서 그들은 사는 법을 배웠다. 번잡함은 그들의 삶 그 자체다. 역사가 만든 번잡함이 곧 그들의 삶이 되었고, 그들의 삶에는 번잡함이 깃들어있다.
번잡하다는 건 좋고 나쁨의 문제가 아니다. 그건 말 그대로 번잡하다. 그들이 살아가는 공간에는 일방적으로 좋거나 나쁜 건 없다. 그냥 좋음과 나쁨이 뒤엉킨 묘한 공간이 있을 뿐이다. 그곳에서 그들은 매번 선택하거나, 받아들여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들은 살아야한다. 어찌 되었든 삶은 계속되고, 그들은 살아간다. 그들은 '그후의 삶'이 된다. 그러나 또 어떤 이들은 죽는다. '그전의 삶'인 채로 죽는다.
일리아스는 격동의 시기로부터 가장 먼, 그러니까 '현재'에 가장 가까운 인물로, '그전의 삶'을 '그후의 삶'으로 바꿔놓는 인물이다. 이는 작품에 나오는 두 일리아스가 모두 동일하다. 아피야의 오빠 일리아스는 아피야를 '그전의 삶'으로 떨어뜨려놓은 채 '그후의 삶'을 찾아 떠나 독일령 동아프리카의 군대, 슈츠트루페에 입대한다. 첫 번째 일리아스의 이름을 딴, 두 사람의 아들 일리아스는 부모님이 겪어야 했던 '그전의 삶'으로부터, 자신의 외삼촌 일리아스의 '그후의 삶'을 추적해나간다. 그리하여 두 삶은 마침내 맞물리고, 우리는 알게 된다. 『그전의 삶』으로부터, 『그후의 삶』이 있었음을.
소설 마지막에 일리아스는 말한다. 죽을 게 확실하다는 걸 알면서도 함께 있겠다고 따라갈 만큼 외삼촌을 사랑한 사람이 있었다는 거예요. 아무것도 없었던 함자와 아피야의 삶이 이어져 일리아스라는 새로운 삶이 태어났듯, 그전의 삶으로부터 떠난 외삼촌에게도 그후의 삶이 있었다.
『그후의 삶』은 좁게는 동아프리카에 대한 이야기면서도, 넓게는 그에 얽힌 수많은 삶 너머의 이야기다. 그저 그게 동아프리카에서 일어났을 뿐일수도 있고, 동아프리카에서 일어나서 이런 이야기가 되었을 수도 있지만, 어쨌든 그들은 살고, 우리도 산다. 그전에도 그후에도 삶이 있었고, 있고, 있을 것이다.
어떤 삶을 이야기하는데 그전과 그후를 모두 보지 않을 수는 없을 것이다. 우리는 늘 그전의 삶과 그후의 삶 사이에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어떻게 그 삶 너머를 볼까. 고민하게 된다. 우리는, 어디에서 흘러 어디까지 흐르는 걸까. 잘 알 수가 없다. 어쨌든 우리는 서로 살아가고, 때로 부딪히고, 궁금하다. 『그후의 삶』이란.. 그 삶이란 도대체 어디에 있는지를 궁금해하며. 그전으로부터, 줄곧 우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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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
이런 이야기는 항상 나쁠 수가 없는 것 같읍니다. 이를테면 자기 삶의 근원을 찾는 이야기.. 이건 좀 진부한 레퍼런스일 수도 있지만 사실 이 소설은 그 부분보단 '그전의 삶'에 대해서 집중하는 부분이 많긴 함
중간에 언급하는 일리아스가 외삼촌의 생사를 찾는 부분은 4부 내용인데 이게 지금까지의 서사에 비해 다소 짧아서 감질날 정도
개인적으로는 2부가 제일 좋았음 군필자라면 PTSD가 올만한 그런 내용이었고(세상 군대는 엇비슷하게 굴러간다는 걸 또 느꼈음), 선악 대립 구조가 아니라 '호의도 악의도 있는 법이지만 거기에도 다 이유가 있는데...' 이런 느낌이라 나쁘지 않았음
말 그대로 영화적인 느낌이 강한데, 끝나고 '실존 인물은 현재 영국으로 귀화하여 어디에 생존해있으며..' 이런 거 나올 느낌임
좋은 소설이었다고 생각함
b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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