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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홍글씨
✍+ 너대니얼 호손 / 한비미디어
info : 문학 / 319p
reading period : 22.12.3~7
rating : 4.5/5.0

'이 아이와 주홍글씨는 과연 현실인가? 그렇다. 이 두가지만이 현실이다. 그 밖의 모든 것은 환상이다. 모두 사라지고 마는 그런 꿈이었다.' -22p

어릴적 우리 집에는 지경사의 세계문학전집이 있었다. 덕분에 다양한 고전을 접할 수 있었는데 특히 그 중에서도 주홍글씨는 손에 꼽게 재밌던 책이었다. 그래서 항상 다시 읽고 싶은 책이었고 최근에 기회가 되서 다시 읽게 되었다.

주홍글씨는 너대니얼 호손의 소설로, 17세기 미국의 청교도인 마을을 배경으로 한다. 미국에 이민 온 청교도인들은 유럽 대륙의 크리스천보다 더 엄격한 신앙을 강조했다. 그렇기에 사생아를 낳은 헤스터 프린은 청교도 주민들에게 핍박받고 차별당한다. 주홍글씨에서는 가슴에 주홍글씨를 단 헤스터 프린과 딤즈데일 목사, 그리고 이들에게 복수하려는 로저 칠링워드를 조명하며 이들의 심리상태를 각각 상세히 묘사한다.

'과거는 돌아보지 마세요. 과거는 흘러가버렸어요. 이제와서 흘러간 시절을 생각해봤자 무엇 하셌어요? 저는 가슴의 이 표시와 함께 과거의 일들을 모두 던져버리고 없었던 일로 할겁니다. 그리고 새로운 인생을 찾겠어요.' -227p

주홍글씨(Scarlet Letter)라는 소재는 그대로 책 이름이 될정도로 작 중에서 가장 중요한 소재다. 주인공인 헤스터 프린은 나치 치세하의 유대인처럼 가슴에 주홍글씨로 된 알파벳 A를 달고 다녀야 한다. 주홍색은 서양에서 전통적으로 죄악을 의미하는 색이며 A는 간음(Adultery)의 앞글자이다.

헤스터 프린은 흥미로운 인물이다. 가슴에 낙인이 찍혔지만 그럼에도 다른 사회적 약자들을 배려하고 돕는다. 또한 죄악의 상징에 짓눌리지 않고 능동적으로 이를 극복하고자 노력하며 타국으로 떠나 새롭게 출발할 계획도 세운다. 오히려 불륜 상대였던 딤즈데일이 가슴 속 죄책감으로 인해 무너져내릴때 헤스터 프린이 그에게  용기를 북돋아준다.

그렇기에 주홍글씨는 단순한 고전이 아니다. 새로운 배경에 새로운 주인공을 내세운 당대 문학계의 혁명이다. 괜히 주홍글씨가 페미니스트들에게 재평가받는 소설이 아니다.

'오랜 세월동안 자기 자신만이 아는 얼굴과 세상사람들이 판단하는 두 가지 얼굴을 갖고 살아오다 보면, 어떤 것이 자신의 진짜 얼굴인지조차 모르게 되는 모양이다.'  -247p

주홍글씨 소설자체는 훌륭했지만, 출판사를 잘못 선정한 것은 두고두고 후회가 남는다. 표지 일러스트에 끌려서 김시오 역자의 한비미디어 출판사를 골랐지만 책 구성이  최악이었다. 첫 장인 차례부터 디자인이 90년대 수준으로 투박하다. 그리고 번역 여기저기가 매끄럽지 못하다. 게다가 요즘은 찾기 힘든 오탈자(237p)도 있다.

부디 주홍글씨 책을 읽을 계획이 있는 시람이라면 다른 출판사의 역본을 찾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