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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먼트 카버, <누가 이 침대를 쓰고 있었든>
최근에 새로 나온 따끈따끈한 신상이다.
(하지만 실려있는 작품들은 표제작 1편을 제외하면, 예전에 번역되었지만 절판된 작품들이라고 한다)
역시 단편소설의 신이다.
감정을 나타내는 형용사나 부사의 사용이 배제된
등장인물의 행동과 등장인물이 보고 있는 광경에 대한
담담한 단어들을 사용한 짤막한 묘사와 지시들의 결합만으로
등장인물의 처한 상황을 제시하는데, 신기하게도 그 상황 속의 등장인물의 심리가
등장인물의 심리를 줄줄이 몇장씩이나 장황하게 묘사하는 여타의 다른 소설보다
훨씬 더 생생하게 느껴진다.
이게 바로 미니멀리즘이다.
흥미로운 지점은,
1.
<제발조용히좀해요>에서는 인생이 좆되는 바로 그 미묘한 순간을 다루고,
<대성당>에서는 헤어날 길 없는 좆되버린 인생의 진창 속에서 허우적 거리는 인간들을 다뤘다면,
이번 작품은 위 두 소설집 사이에 좆된 인생을 꾸역꾸역 견디며, 아직 버티며 살고 있는 사람들의
체념과 고군분투가 결합된 그 순간들을 다루고 있다고 느꼈다.
그러니까,
그냥 이걸 견디며 살거야. 가능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던 일들을 이미 견디고 살았어. 이것도 견디며 살게 될 거야, 아마도.
2.
그리고 이건
카버 자체가 이 소설들에서 실제로 많이 시도한 것인지
아님 번역자가 이 부분들을 눈에 띌 만큼 신경써서 번역해준 것인지
그것도 아님 내가 소설보는 눈의 좀 더 틔여서 이게 눈에 들어오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두세단어로 된 굉장히 짧은 문장과, 쉼표의 적극적인 사용을 통해
문장의 운율, 리듬감을 살리는 기교들이 보였다.
예를들면,
그녀가 말한다. 너는 진짜 개자식이야. 그거 알아? 무자비하고 무정한 개자식이라고. 혹시 누가 그런 얘기 해줬어?
당신이 했잖아, 내가 말한다. 여러 번.
그녀가 말한다. 나는 늘 진실만 말해. 그게 상처가 되더라도.
3.
실린 작품들 대부분이 아주 좋았지만, 그 중에서도 <오두막>, <상자들>, <메누도>가 특히 좋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폐암으로 죽기 1년 전쯤 마지막으로 발표한
체호프가 폐병으로 죽는 그 순간을 다룬 <심부름>이라는 작품이
스스로가 아메리칸 체호프라는 세평을 의식하고 있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흥미로웠다.
오두막 개좋음
이정서 거르고 하드보일드 문체나 영어 구어체에서도 완전한 단문 보다는 쉼표나 and but or so for같은 등위접속사를 이용한 중문이 더 많이 쓰인다던ㄷ
영어 공부해서 원서로 읽어볼까. 카버 정도면 쉬운 영어로 글 썼을 것 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