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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레르의 책을 몇 권 읽으면서 점차 강하게 느끼는 게 하나 있다. 우리는 전쟁의 고통, 연인의 상실, 끔찍한 부상 등의 아픔을 글을 통해서 그리 잘 공감할 수는 없는 것 같다는 점과, 우리가 글을 읽으며 주로 고통스럽게 느끼는 것은 오히려 매우 통속적이고 사소하지만 참 눈뜨고 보기 힘든 사회 생활에서의 몰락이나 갈등이라는 것과, 카레르는 이런 부분들을 정말 끔찍하게도 잘 써내서 글 속에 녹여내는 것 같다고. <콧수염>에서는 비교적 버틸만 했는데, 아무래도 이것이 누군가의 잘못이라기보다는 그저 환상문학과 같은 괴상한 상황 속에서 개인이 어쩔 줄 모르고 있기만 해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적>에서는 훨씬 더 노골적으로 드러나는데, 카레르가 취재하는 대상인 살인 사건의 범인이자 인생을 거짓말로 살아온 주인공이 어떻게 자기 잘못으로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까지 주변과의 관계를 꼬아놓는지 보는 사람 입장에서 잠시 책을 내려놓고 한숨 돌리지 않으면 버티지 없을 정도로 숨이 막히곤 했다.
<겨울아이> 역시 그런 의미에서는 동일한 숨 막히는 순간을 갖고 있는데, 주인공 니꼴라가 자신의 처지를 이용하려 들거나 말도 안 되는 거짓말들을 계속 늘어놓으며 미래가 눈에 보이는 듯한 행동을 할 때가 그렇다. 글을 잘 써서 그 순간에서 도저히 눈을 돌릴 수가 없다는 게 참 더 끔찍한 점이 아닐 수 없다. <안달루시아의 개>에서 면도날로 눈동자를 자르는 장면을 훨씬 더 세심하고 천천히 보여주고 있다면 이런 느낌이 들까.
물론, <겨울아이>의 핵심은 이 부분이 아니기는 하다. 오히려 <겨울아이>는 이런 요소들을 주인공 니꼴라의 소년스러움 중 하나로만 활용할 뿐이며, 핵심은 이러한 어린아이의 거짓말 꾸며내기 속에서 어떻게 세상 밖의 냉혹한 현실이 점차 자신의 송곳니를 드러내고, 기어이 니꼴라를 자기 아가리 앞에 마주하게 만드느냐에 있다. 그가 상상 속에서 꾸며내 사실 이랬으면 좋겠다, 저랬으면 좋겠다, 하던 현실들이 마치 원숭이 손처럼 최악의 형태로 조금씩 실현되어가면서, 아마 살면서 단 한 번도 꿈꿔본 적이 없는 결말로 나아가는 그런 이야기. 환상이 끝나는 순간, 현실과 참혹하게 대조될 그 상상들을 떠올리기도 힘들테다.
사실은 지금도 조금 속이 메스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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