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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죽은 사람이야. 죽은 사람은 움직일 수 없지. 나는 여기서만 산 사람이야. 여기는 죽은 내가 사는 곳이야."



파도는 육지를 향해 밀려온다. 밀려오는 파도는 육지를 향하고 있다. 하지만 도달하지 못한다. 바다는 늘 육지를 향하지만 도달하지는 못한다. 도달하지 못했기에 육지를 향하고, 육지를 향하기에 도달하지 못한다. 바다는 항상 미끄러지듯 제자리로 되돌아갈 뿐이다.

'캉탕'은 대서양의 어딘가와 맞닿아있는, 지도에도 나와있지 않은 작은 항구 도시다. 한중수는 갑작스레 나타나는 이명증에 친구이자 정신과 의사인 'J'의 조언을 받아 이 작은 항구 도시로 떠난다. 여기에 'J'의 외삼촌인 최기남이 있기 때문이다. 그는 고래잡이 배를 타다가 이 도시에 정박한 사람이다.


여기에서 최기남은 '핍'이라고 불리었다. 멜빌의 소설 '모비 딕'에 나오는 가엾은 소년 핍은, 바다에 떨어졌다가 갑판으로 다시 끌어올려진 후 정신이 나가버린다. 한중수가 만난 최기남 역시 마찬가지였다. 최기남은 그를 이곳에 정박시킨 아내 '나야'가 입원한 이후 줄곧 침전하는 생활을 이어가고 있었다.


한편 최기남이 기존에 운영하던 밥집 겸 술집 겸 여관, '피쿼드'에서 한중수는 선교사 타나엘을 만난다. 종말론을 이야기하는 어떤 종교 단체로부터 선교를 목적으로 이곳에 왔던 그는, 이제 과거로부터의 '통지'로 인해 이곳에서 떠나야한다. 그는 미련을 가지지 않는다. 종교 단체를 믿기에 종말론을 믿은 게 아니라, 종말론을 바라기에 종교 단체에 머무르고 있을 뿐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거는 그를 그가 있는 자리로부터 끌어올린다.


그들은 과거로부터 이곳에 왔다. 과거로부터 부유하여 이곳에 왔다. 파도처럼 떠밀려 왔고, 파도로부터 떠밀려 왔고, 파도를 떠밀어 왔다. 캉탕에 이른 세 사람에게는 각자의 파도가 있다. 제각각의 파도는 그들을 계속해서 부유하게 만든다. 그런 의미에서 캉탕 속에서도 그들은 끊임없이 부유하고 있는 것이다. 캉탕은 하나의 바다다. 파도가 있는 한, 그들의 부유는 멈추지 않는다. 그들이 부유하는 한, 파도는 멈추지 않는다. 그들은 배다.


캉탕에서는 5월 중순마다 축제가 벌어진다. 사흘 동안 벌어지는 이 축제의 마지막 날에는 유명한 이벤트가 하나 있다. 오래전 인신공양의 풍습으로부터 계승되어 내려온 것으로 보이는 이 이벤트에서, 사람들은 자발적으로 높은 기둥으로 올라가 바다에 뛰어든다. 깊고, 어둡고, 출렁이는 바다로 자신의 몸을 침전시킨다. 그들은 제물이 되어 바다에 던져진다. 스스로 제물이 되어 바다에 던져진다. 스스로에게 뽑혀 스스로를 던지고, 스스로를 구한다. 인신공양이 본래 그랬듯. 그들은 뽑히고, 던지고, 구한다. 뱃사람들의 죄로부터, 모든 선원과, 모든 배를 구하기 위해.


『캉탕』에서 배들은 끊임없이 넓은 바다를 부유한다. 부유는 그 자체로 현재이고, 삶이다. 그들은 과거로부터 부유하여 현재에도 부유한다. 현재에서 부유하여 과거를 부유시키려 한다. 배들의 과거는 죄로 이루어져 있다. 그들은 항해로써 죄들을 밀어내고, 죄로부터 밀려나려 한다. 삶이라는 거대한 항해를 이루는 것. 이 항해의 목적이자 원인. 그것은 스스로를 내던지고, 구하는 것이다. 캉탕의 삶 속에서 그들은 항해법을 배우고, 일지를 남긴다. 그런 방식으로 그들은 이 긴 부유로부터 서로를 구하고 있는 것이다.


캉탕의 축제 속 이벤트에서 사람들은 떨어지기 전에 자신의 소원을 말한다. 그들은 기도한다. 모두로부터 모두를 내던지고 구하기 위해. 그들은 기도한다. 기도는 바다가 된다. 배는 또 다른 파도로부터 항해한다. 파도가 그치지 않는다. 파도는 육지를 향해 밀려난다. 밀려오는 파도는 육지를 향하고 있다.


그들은 도달하지 못할까. 아니면 이것으로 이미 도달한 것일까. 그들은 밀려난다. 계속해서. 밀려난 곳에서도 항해는 계속된다. 『캉탕』에서, 은 계속되고 있다.